LG 마무리 유영찬이 4일 키움과 원정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LG감독도, 토종 에이스도 의견은 같았다. 프로야구 LG 마무리 유영찬(27)이 왜 자신의 올 시즌 전반기 팀의 최우수 선수(MVP)인지를 입증했다.
LG는 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키움과 원정에서 3 대 2 승리를 거뒀다. 최근 2연패에서 탈출하며 기분 좋게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게 됐다.
쉽지 않은 승리였다. LG는 1회초 홍창기의 안타, 신민재의 2루타로 만든 기회에서 김현수, 오스틴 딘의 연속 희생타로 2점을 먼저 얻었다. 4회초 다시 점수를 냈지만 7회까지 3 대 1, 안심할 수 없는 리드였다.
8회말이 최대 고비였다. LG 좌완 필승조 이상영이 등판해 1번 타자 이주형을 땅볼로 잡았지만 로니 도슨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고, 김혜성에게도 볼넷을 내줘 1, 2루를 자초했다. 최근 잘 맞고 있는 키움 중심 타선임을 감안하면 위기였다.
LG는 지체 없이 마무리 유영찬을 조기 투입했다. 상대는 6월 이후 타율 4할대의 뜨거운 송성문. 유영찬은 어려운 승부 끝에 송성문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에 몰렸다. 이후 최주환에게 땅볼을 유도해 2루수 신민재가 몸을 날려 잡아냈지만 아쉽게 병살타가 되지 못해 1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유영찬은 흔들리지 않고 2사 1, 3루에서 대타 변상권을 2루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9회말에는 까다로운 좌타자 이용규, 김태진을 각각 땅볼과 외야 뜬공을 잡았다. 시속 150km 안팎의 묵직한 속구와 포크볼로 처리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장재영은 136km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내 경기를 매조졌다.
1⅔이닝 세이브. 유영찬은 앞선 등판인 지난달 30일 NC전에서도 5아웃 세이브를 올렸다. 1이닝을 책임지는 일반적인 클로저보다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유영찬은 올해 37경기에 등판해 39⅔이닝을 던졌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는 13⅓이닝을 소화했다. 5경기에서 1이닝을 넘게 던졌다.
LG 마무리 유영찬. 연합뉴스
경기 전 LG 염경엽 감독이 전반기 수훈 선수를 묻자 곧장 유영찬, 손주영을 뽑은 이유다. 올해 유영찬은 지난 시즌 뒤 미국으로 진출한 고우석에 이어 마무리 중책을 맡았다. 그런데 정우영, 함덕주, 박명근 등 필승조의 부상과 부진 공백에 유영찬은 1이닝이 넘는 경기를 11번이나 소화해야만 했다.
이날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된 임찬규도 유영찬을 칭찬했다. 임찬규는 "나와 최원태 등 선발은 물론 불펜 투수들이 부상을 당해 유영찬과 손주영의 부담이 컸다.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14승(3패)으로 다승 전체 3위, 토종 1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유영찬은 "중요한 상황에 올라가는 만큼 8회라는 것보다는 팀의 승리를 지킨다는 생각으로만 경기에 나가고 있다"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전반기에 대해서는 "작년보다 볼넷을 덜 주고 있는 건 만족스럽다"면서 "아쉬운 점은 8회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할 때 주자를 (홈으로) 들여보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자책했다.
전반기 유영찬은 5승 3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1.82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이런 활약으로 생애 첫 올스타전을 앞두고 있다. 유영찬은 "너무 기대되고 팬 분들도 함께 즐거운 올스타전이 되면 좋겠다"고 설렌 마음도 드러냈다.
유영찬의 헌신에 LG는 46승 38패 2무, 2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염 감독은 "후반기 박명근, 함덕주, 임준형 등이 복귀해 불펜도 보강되는 만큼 1위에 도전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