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김혜민 기자올해 부산 해운대·송정해수욕장 임시개장 기간에 역대 가장 많은 인파가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에서는 기후변화에 발맞추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해수욕장 정식 개장기간을 앞당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달 1일부터 해운대해수욕장 관광안내소부터 이벤트광장 앞 300m 구간과 송정해수욕장 관광안내소 앞 150m 구간을 '안전 개장'이라는 이름으로 부분 개장했다.
이 기간 해운대해수욕장에는 137만 1179명이 찾아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7.8% 늘어난 수치다. 송정해수욕장도 50만 1147명이 몰려 지난해보다 2% 늘었다.
최근 5년 동안 임시개장 방문객 수를 봐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해운대해수욕장의 경우 2020년 80만 명에서 2021년 109만 명으로 늘었고 2022년부터는 120만 명대를 기록했다. 송정해수욕장은 2021년까지 방문객 수가 30명대에 머물렀지만 2022년부터 4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해수욕장 일부만 이용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방문객 수가 증가한 것은 이른 더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은 22.7도를 기록해 1973년 기상청이 관측망을 대폭 확충한 이후 가장 높았다.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 발생일 역시 지난달 2.8일로, 평년 수준인 0.7일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올해는 지역 축제와 기간이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도 발생했다. 해운대모래축제 작품 전시 기간이 임시개장과 일부 겹치면서 세계 각 나라에서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았다. 실제로 임시개장일인 지난달 1일부터 모래 작품 전시가 운영된 9일까지만 무려 47만 765명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모래 작품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민 기자 임시개장 기간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일대 상권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구남로번영회와 해운대전통시장 상인회 등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최근 일대 상권이 침체한 상황에서도 임시개장 한 달간 평상시 대비 30%가량 매출이 올랐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개장 기간을 늘리는 등 충분히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영국 구남로번영회장은 "모래축제와 같은 지역 축제 때도 많은 사람들이 오지만 아무래도 해수욕장 개장을 해야 매출이 오른다. 지난달 날씨도 좋아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왔다"면서 "5월 중순 넘어가면 한여름 날씨고 9월까지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개장 기간을 늘리면 좋지 않을까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상용 온천길 발전협의회장 역시 "최근 해운대 상권은 많이 침체한 상태다. 임시개장 때는 해수욕장 5분의 1도 안 되는 공간만 이용할 수 있고 각종 제한이 많지 않느냐"면서 "정식 개장 기간 두 달 만으로는 지역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해운대해수욕장도 대표 관광지인 만큼 충분히 활용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는 정식 개장 시점을 앞당기는 데는 고려할 점이 많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관광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안은 계속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개장 기간을 늘리려면 여러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거쳐야 하고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다만 해수욕장 개장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은 잘 알고 있다. 지역 축제 등과 연계해 해수욕장을 충분히 활용할 방안을 계속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