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예진이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 9층 문화홀에서 열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손예진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손예진 배우를 만난 일은 내 인생에서 정말 큰 행운이었다. 카메라 앞에 선 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영감이 솟구쳤고, 그 경험이 너무 짜릿해서 촬영 내내 지치는 줄도 몰랐다. 그녀는 경이로이 창조적이고, 독보적인 배우다." _이경미 감독
'독보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손예진을 올해의 '배우 특별전' 주인공으로 선정하며 내세운 단어다. 손예진을 수식하는 데 있어서 '독보적'이라는 말만큼 잘 어울리는 단어가 없을 정도로, 그의 필모그래피는 이경미 감독의 말마따나 독보적이다.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독.보.적. 손예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예진은 "특별전은 선배님들의 영역이라 생각했고, 내가 그런 필모그래피와 역량이 될지 의심했었다. 너무너무 영광스러운 자리이고,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뒤를 이은 게 너무나 감개무량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아내가 결혼했다' '오싹한 연애'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등 6편의 영화를 통해 다양한 손예진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독.보.적. 손예진'에서 상영하는 영화 6편 스틸컷. 각 배급사 제공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을 통해 배우로서의 길에 발 들인 손예진은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를 떠올리며 손예진은 "나 그냥 연기가 하고 싶었던 거 같다. 연기하고 싶은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연기하면서 배우라는 말이 너무 멋있고, 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한 거 같다"라고 생각했다. 배우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의 생각은 이후의 행보를 통해 실현됐다. '연애소설' 속 사랑과 우정 사이 혼란스러워하던 심수인, '클래식' 속 명랑하면서도 비극적인 사랑의 두 주인공 지혜·주희,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속 기억을 잃어가며 슬픈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낸 수진 등을 연기하며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손예진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노련한 연애 선수 한지원('작업의 정석'), 두 남편과 결혼한 발칙한 아내 주인아 ('아내가 결혼했다')를 비롯해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호러 로맨스('오싹한 연애')와 호쾌한 해적('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배우 손예진이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 9층 문화홀에서 열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손예진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손예진은 "20대 때 배우를 시작했을 때 당시, 여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가 한정적이었던 거 같다"라며 "'연애소설'이나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 가련한 느낌의 작품이 많았는데, 그 이미지로만 국한되고 싶지 않았다는 생각은 계속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손예진은 "다른 역할을 하고 싶어서 몸부림" 쳤다. 그는 "그러다 보니 이전과는 다른 캐릭터를 욕심냈고, 다르게 보여주고 싶었고,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았다. '몸부림'이라고 표현했지만, 계속 다른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모습, 다른 역할을 향한 손예진의 몸부림은 연기를 통해 증명됐다. 광기와 분노에 휩싸인 히스테릭한 연홍을 연기한 '비밀은 없다'와 조국을 잃어버린 황녀의 애환과 비통함을 기품 있게 그려낸 '덕혜옹주' 등을 통해 배우로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손예진은 이번 특별전을 두고 23년 배우 인생에서 두 번째 챕터를 열 기회라고 표현했다. 그는 "과거를 돌이켜볼 기회가 됐다. 다시 도약할 계기가 됐다는 생각에 감사하다"라며 "앞으로 더욱더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배우 손예진이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 9층 문화홀에서 열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손예진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그동안은 작품을 100m 달리기하듯 급하게 자신을 채찍질해 가며 고군분투해 왔다면, 앞으로는 조금은 천천히 가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손예진은 "앞으로도 열심히 일을 할 텐데, 스스로를 너무 다치게 하거나 너무 채찍질만 하면서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넓고 여유 있게 연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손예진은 "좋은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독보적인 행보를 걸어오고 있는 손예진에게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인지 물었다.
"아직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어요. 열심히 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아닐까 생각해요. 저도 항상 인사말이나 많은 분께 이야기하기에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말은 하는데, 좋은 배우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관객분들께 조금이나마 울림과 공감을 주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을 보여줘야 한다고 봐요. 관객들의 마음을 조금은 달래줄 수 있는 배우가 좋은 배우 아닐까 막연한 생각을 해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