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연합뉴스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6월30일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1 20라운드를 앞두고 새 사령탑 선임 과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까지 사퇴한 상황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당시 이야기를 꺼내며 협회를 향해 날을 세웠다.
홍명보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뽑을 때까지의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을 생각하면 대한축구협회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 사령탑 후보에 오르내리는 것에도 불편한 의사를 표했다.
홍명보 감독은 "더 경험이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수원FC전에서도 "이임생 기술강화이사를 만나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이임생 이사를 만났고, 단 하루 만에 대표팀 사령탑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어 7일 감독 내정 발표가 나왔다. 이후 8일 이임생 이사가 선임 과정 등을 설명했다. 계약기간은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연봉 등 계약조건도 외국인 감독 수준으로 알려졌다.
울산 HD도 난감한 입장이다. 21라운드까지 11승6무4패 승점 39점 2위다. 분명 K리그1 2연패를 했던 시점과 분위기가 다르다. 한창 치고 나가야 할 시점에 사령탑을 잃게 됐다.
당장 홍명보 감독이 울산 지휘봉을 내려놓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겸임은 없다. 이임생 이사는 "울산에서 많은 협조를 했다. 추후 울산과 협의해 울산에서 원하는 계획대로 의논하려고 한다. 다만 울산을 계속 이끄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들의 분노는 더하다.
이미 2월에도 한 차례 홍역을 겪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앞 트럭 시위까지 펼치며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 사령탑 선임에 반대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8일 "협회는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 협회의 결정은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다.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제 홍명보 감독이 답을 할 차례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라는 말은 단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상황에서는 너무 뻔한 답변이다.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답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