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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보다 홍명보가 낫다" 축구협회, 5개월 헛발질 까맣게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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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外人보다 홍명보가 낫다" 축구협회, 5개월 헛발질 까맣게 잊었나

    홍명보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 마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연합뉴스홍명보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 마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연합뉴스"외국인 지도자는 선수를 파악하고, 철학을 입힐 시간이 부족하다고 봤다."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5개월을 허투루 보낸 대한축구협회의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최악의 경기력으로 준결승에서 탈락한 게 시작이었다. 축구협회는 이후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전력강화위원회 수장으로 정해성 위원장을 임명해 새 사령탑 선임 작업을 진행했다.

    3월 A매치를 앞두고선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맡고 있던 황선홍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당시 황 감독은 3월 A매치 2연전에서 1승1무의 성적을 거뒀고,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등 아시안컵 기간 발생했던 내부 갈등을 잠재웠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U-23 대표팀으로 돌아온 황 감독은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해 지도자 경력에 큰 오점을 남겼다. 한국 축구는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3월 A매치 한정 임시 사령탑을 맡은 황선홍 감독. 황진환 기자3월 A매치 한정 임시 사령탑을 맡은 황선홍 감독. 황진환 기자한국 축구의 전설로 꼽히는 황 감독을 희생한 와중에도 새 사령탑 선임 작업은 계속됐다.

    전력강화위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잘 아는 외국인 지도자 선임을 바라는 축구 팬들의 요구에 발맞춰 움직였다. 처음에는 리즈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을 이끌었던 제시 마쉬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등 검증된 지도자들이 유력 후보로 떠올라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불안한 재정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축구협회는 내년 준공 예정인 천안 축구종합센터 공사 비용이 늘어나 300억 원가량 대출을 받았다. 여기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하면서 거액의 위약금도 지불해야 했다.

    결국 연봉 등 세부 조건을 맞추지 못해 협상은 결렬됐다. 제시 마쉬 감독은 캐나다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했고, 헤수스 카사스 감독은 이라크 대표팀에 잔류해 새 감독 선임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 와중에 6월 A매치가 다가와 또 임시 사령탑 체제를 운영해야 했다. 전력강화위는 김도훈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새 사령탑 선임 작업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연합뉴스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연합뉴스전력강화위는 97명의 국내외 지도자를 후보에 두고 다시 평가를 진행했다. 이후 이력 검증 작업을 거쳐 38명을 추렸고, 연봉 등 조건 검증 작업을 진행해 다시 12명으로 후보를 줄였다.

    6월 A매치를 마치고 진행된 9차 회의에서는 후보자의 게임 모델 등을 분석, 5명을 더해 17명으로 후보가 늘었으나 10차 회의를 거쳐 9명으로 추렸다. 정해성 위원장은 10차 회의 종료 후 최종 후보 4명을 선정했다.

    그런데 정 위원장은 최종 후보와 면담을 앞둔 지난달 28일 돌연 사의를 표했다. 이에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권한을 이어받고 새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했다.

    이 이사는 지난 2일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등 최종 후보에 오른 외국인 감독과 면담을 진행하기 위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외국인 후보자와 면담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하고 돌아왔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 결국 전력강화위의 최종 선택은 국내 지도자인 홍명보 감독이었다. 지난 5개월간 헛발질만 했던 셈이다.

    홍명보 감독. 울산 HD홍명보 감독. 울산 HD홍 감독은 줄곧 새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으나 명확히 거절의 뜻을 밝혀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더 경험이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5일 수원FC전에서도 "이임생 이사를 만나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단 하루 만에 대표팀 사령탑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 이사는 5일 밤 수원FC전을 마치고 귀가한 홍 감독을 찾아가 설득했고, 7일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내정 발표가 나왔다.

    이 이사는 8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빌드업 등 전술적 측면 ▲원 팀을 만드는 리더십 ▲연령별 대표팀과 연속성 ▲감독으로서 성과 ▲현재 촉박한 대표팀 일정 ▲대표팀 지도 경험 ▲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의 부족 ▲외국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 등 8가지 이유로 홍 감독의 선임 배경을 밝혔다.

    물론 홍 감독이 이 이사가 언급한 8가지 이유에 모두 충족하는 적임자일 수 있다. 하지만 전력강화위의 지난 선임 과정을 돌아보면 그저 시간 낭비였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최종 후보에 오른 외국인 감독 2명 대신 홍 감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9월부터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이 시작하는 시점에 외국 지도자들이 한국 대표 선수를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봤다"면서 "그들의 철학을 입히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 불거진 재택근무 논란이 재현될 위험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외국인 감독 선임을 위해 투자한 지난 5개월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축구협회는 자신의 과오를 까맣게 잊고 변명만 늘어놓기에 급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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