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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저력의 K-배터리, 中 텃밭서 반격

    보릿고개에도 K-배터리 존재감 확실
    LG엔솔, LFP 시장서 첫 대규모 수주
    삼성SDI, 美 기업과 ESS 계약 막바지
    K-배터리 中 텃밭 공략 가속화 전망

    연합뉴스 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업계의 보릿고개가 길어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가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다만 K-배터리의 전망 자체가 어둡지는 않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특히 그간 중국 업체들의 텃밭으로 불려온 배터리 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반격을 꾀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2분기 잠정 집계된 영업이익은 1953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57.6% 감소한 수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 4478억원을 제외하면 25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잠정 매출은 6조16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 줄었다.

    아직 2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삼성SDI와 SK온의 성적표도 전망은 좋지 않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한 3805억원이 예상된다. 매출도 8% 줄어든 5조8406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SK온은 2분기에도 3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걸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의 이같은 침체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 탓이 크다. 여기에 고금리가 지속되고 리튬·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원자재 매입 시점보다 배터리셀 판매 시점 가격이 떨어지는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암울하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당장은 주춤한 모양새이지만, 장기적으로 전동화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은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지금의 침체기는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K-배터리가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차세대 기술 개발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업체들의 텃밭에서 존재감을 내보이는 것도 K-배터리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지난 1일 LG에너지솔루션이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와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전체 공급 규모는 약 39GWh로, 이는 순수 전기차 약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CATL·BYD 등 중국 업체가 장악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국내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셀투팩.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셀투팩.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의 르노향 LFP 배터리는 파우치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CTP) 공정 솔루션을 적용해 제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셀투팩 기술은 모듈공정을 거치지 않고 배터리 팩을 조립하는 공정 기술이다. 팩에 직접 배터리 셀을 조립함으로써 무게를 줄이고 모듈 공간만큼 더 많은 셀을 탑재해 같은 공간 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르노와의 계약으로 파우치 배터리 분야에서 하이니켈 NCMA 등 프리미엄 제품부터 고전압 미드니켈(Mid-Ni) NCM·LFP 배터리 등 중저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 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 공급 규모는 총 6.3GWh로, 이는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의 11.5%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1조원대 수준이다.

    ESS는 에너지가 남아돌 때 저장한 뒤 부족할 때 쓸 수 있도록 한 저장 장치다. 마찬가지로 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ESS 제품이 사실상 글로벌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한때 삼성SDI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CATL(40%) △BYD(11.9%) △EVE(11.4%)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 넥스트에라에너지가 중국 업체 대신 삼성SDI를 선택한 건 무엇보다 K-배터리의 성능에 주목한 결과라는 평가다.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셀을 적용한 '삼성배터리박스'(SBB) 1.5는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셀을 압축적으로 설치해 에너지 밀도를 37% 높인 고밀도·고성능이 강점이다. LFP 배터리보다 20~30%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전력망에 연결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어 설치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에서는 K-배터리의 중국 '텃밭' 공략은 앞으로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 3사 모두 LFP 제품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수년 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면 그간 중국 업체들이 독식하다시피 한 점유 구조에도 균열이 예상된다"며 "결국은 기술력이다. 앞선 K-배터리의 수주 사례에서 보듯이 우수한 제품 경쟁력과 현지 공급 능력이 중국 텃밭에서의 승리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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