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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비판했던 홍명보, 대표팀 지휘봉 잡고 '충성 맹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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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협회 비판했던 홍명보, 대표팀 지휘봉 잡고 '충성 맹세'했나

    울산과 이별하는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울산과 이별하는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하루 만에 입장을 바꾸더니, 이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되기 전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시스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을 진행하며 외국인 지도자를 데려오겠다고 큰소리쳤으나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팬들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잘 아는 외국인 지도자 선임을 요구했으나, 결국 국내 지도자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이후 지난달 28일에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는 등 내부 갈등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 위원장의 침묵 속 명확한 사퇴 이유는 밝혀지진 않았으나, 감독 선임을 두고 고위 관계자와 빚은 마찰 때문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홍 감독은 울산 HD 사령탑으로 지내던 지난달 30일 포항 스틸러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뽑을 때까지의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보면 대한축구협회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며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과 학습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정해성 위원장이 이렇게 일을 하는 데 뒤에서 누가 얼마나 지원해 줬는지 생각해 보면, 누구도 해주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이 시점에서 그 일을 담당하는 위원장이 사퇴한다는 건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의 사의 표명 등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꼬집은 것이다.

    취재진 질문 듣는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취재진 질문 듣는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2017년부터 2020년까지 축구협회 전무이사를 맡았던 홍 감독은 "내가 전무이사로 일할 때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이 계셨고, 김 위원장은 책임과 권한을 다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한국 축구에 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을 뽑을 수 있었고, 그렇게 선임된 게 벤투 감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축구협회의 행정 시스템에 대해 지적한 그는 "축구협회 내부를 보면 위원장 자리는 전문성 있는 분들이 한다. 상벌위원장은 법조인, 의무위원장은 의료인이 하는데, 이분들을 도와줘야 하는 게 협회 행정 직원들"이라며 "고위급 행정 직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일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도 만약 협회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행동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빨리 다른 선택지를 생각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 후보 1순위로 거론됐던 홍 감독은 "더 경험이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5일 수원FC전에서도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하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를 만나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임생 이사는 5일 밤 수원FC전을 마치고 귀가한 홍 감독을 찾아가 설득했고, 홍 감독은 단 하루 만에 대표팀 사령탑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후 축구협회는 7일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내정을 발표했다.

    울산 팬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울산을 떠날 일이 없을 거라 호언장담했던 홍 감독이 돌연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됐다.

    특히 축구협회를 맹비난했던 홍 감독이 감독직을 수락한 건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과거 자신의 발언에 모르쇠로 일관해 성난 팬심에 제대로 불을 질렀다.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 걸개. 연합뉴스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 걸개. 연합뉴스홍 감독은 울산 사령탑으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입장을 밝혔다. 광주FC와 홈 경기가 열린 10일 울산문수경기장에는 홍 감독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례적으로 50명 넘는 대규모 취재진이 몰렸다.

    감독직 수락 전 홍 감독은 전력강화위의 선임 절차에 대해 지적했으나, 이제는 그 절차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며 태도를 바꿨다. 그는 "시스템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난 만나자고 해서 '내가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어봤다"면서 "내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이임생 이사를) 만났다. 시스템은 알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팬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대표팀 사령탑 부임설에 선을 그었던 홍 감독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데 대해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라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면서 "새 팀을 정말로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울산 팬들에게)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온전히 나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이끌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는 응원의 구호였는데, 오늘 야유가 됐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팬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되진 않았다. 오히려 더 분노를 들끓게 할 뿐이었다. 이에 팬들은 '통수', '배신자', '런명보', '피노키홍' 등 홍 감독을 향해 격한 반응을 보인다.

    울산은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홍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고 감독 대행 체제로 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당분간 이경수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후임 감독 선임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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