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제공 백가흠 작가가 '마담뺑덕' 이후 10년 만에 장편소설 '아콰마린'으로 컴백했다.
단편과 산문으로 활동해온 백 작가의 이번 신작 소설은 서울 도심 청계천에서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훼손된 손이 발견된 사건을 시작으로 기이하고 하드보일드한 전개가 진행된다.
어떤 문양을 만들고자 한 듯 괴상하게 꺾인 손마디와 아콰마린색으로 칠해진 손톱. 경찰 내 신설된 부서인 '미스터리사건 전담반'(일명 '미담반')의 반장인 '케이'와 팀원들은 이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따로, 또 함께 수사해간다.
무탈한 정년퇴직을 꿈꾸는 수사 반장을 중심으로 좌천돼 떠밀리듯 합류한 선배 형사,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경찰이 된 신입 등 각자의 이유로 '미스터리사건 전담반'에 모이게 된 사람들은 이 사건을 통해 숨기고 있던, 혹은 가려졌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들 앞에 떳떳해질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청계천 손 토막 사건' 이후로도 청계천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대구 수성못에서 훼손된 양 발이 놓여 있는 등의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며 점점 미스터리에 빠져들어 간다. 그러나 훼손된 손의 주인이 살아 있음이 밝혀지며 점차 사건들의 실마리가 드러난다.
불행한 비극으로 예정되어 있는 듯한 진실의 결말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백가흠 지음 | 은행나무 | 320쪽
은행나무 제공 '체공녀 강주룡'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박서련 작가의 신작 '폐월; 초선전'은 '그의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 달마저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폐월)'는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삼국지)에 등장하는 미녀이자 히로인 초선을 새로운 관점에서 그린다.
남성 영웅의 서사가 난무하는 삼국지에서 아름다움을 무기로 삼았다는 여성 초선을 따왔지만 저자의 초선은 '나'다. 가난하고 흉흉한 시절 자신을 팔아먹으려는 부모로부터 도망쳐 나온 생존자이며, 오물이 가득한 길거리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살아본 거지이며, 거지 대장에게 배운 거짓말로 자신이 충신의 딸이라 속여 한나라의 장군인 왕윤의 수양딸이 되는 영악한 소녀로 태어난다.
여포가 동탁의 이름 없는 시녀와 염문을 가졌다는 정사의 기록과 왕윤이 여포를 부추겨 동탁을 죽이게 했다는 사실을 '삼국지연의'에서 각색해 태어난 인물이 초선이다. 그러하듯 저자는 초선을 자신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킨다.
삼국지의 다른 영웅들이 그러하듯이 때로 성공하고 때로 실패하는 초선은 주체적이다.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하며 성적 폭력에 노출되는가 하면 삶의 다른 면에서 자신 안에 놓인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적극적으로 탐험하고 욕망한다. 어딘가 일그러지고 기묘한 관계, 퀴어한 관계들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안에 있는 힘을 자각한다. 그러함으로써 그녀는 존엄을 가진 여성이자 주체자로 부각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리하여 이야기의 필요로 발명된 여자는 살아서 이야기를 빠져나간다. 나의 초선은 살아남는다. 이것이 당신이 원한 이야기였는지 묻지 않겠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여자는 살아 있다"고 강조한다.
박서련 지음 | 은행나무 | 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