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된 차량에서 구조되는 시민들. 연합뉴스전국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는 호우로 주택 침수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8일 오후 5시까지 피해를 집계한 결과 전국에서 주택 447채가 침수 피해를 봤다.
경기 파주에서는 95세대 101명이 홍수위기 경보에 따라 사전에 대피했다. 경기 김포에서는 10세대 26명이 급경사지 위험지역으로부터 대피했다.
충북 음성에서는 20세대 30명이 산사태 경보 발령으로 사전 대피했다. 경북 예천에선 21세대 29명이 산사태 우려로 몸을 피했다.
임시주거시설을 제공받은 인원은 235세대 327명, 친인척집 등으로 대피한 이들은 26세대 39명이다.
중대본은 충남 논산에서 축사 붕괴로 숨진 1명에 대해 이번 호우로 인한 피해인지 조사하고 있다.
산사태와 침수 위험 등으로 전국 11개 시·도 56개 시·군·구에서 주민 1157명이 대피했다. 이 가운데 366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시설물 피해 360건…철도 3개 구간 운행 중단
'물폭탄'에 통제된 지하차도 진입했던 80대 가까스로 구조. 연합뉴스토사 낙석과 유실, 도로 파손과 장애 등의 시설물 피해는 총 360건이 접수됐고, 농경지 303ha가 침수됐다.
도로와 지하차도는 전국에서 31곳, 둔치 주차장과 하상도로는 82곳이 통제되고 있다.
철도는 경원선 의정부역~연천역, 경의선 문산역~도라산역, 경춘선 천마산역~마석역 등 3개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다.
한국철도공사는 18일 오후 5시 40분을 기해 중단됐던 경원선과 경춘선 전 구간의 운행을 재개했다. 경의선 문산~임진강 구간은 열차 운행 상황 등을 고려해 19일 오전 추가 판단을 통해 운행 재개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16일 저녁부터 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모든 지역의 호우특보가 해제된 가운데, 일부 경북 북부에 시간당 20㎜ 내외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17일 오후 3시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수도권 100~200㎜(일부 경기 북부 300㎜ 이상), 강원도와 충남권 50~200㎜(일부 강원 북부 내륙 250㎜ 이상), 충북 20~100㎜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고, 경상권과 제주도 5~60㎜ 등이다.
전국 117개 학교 시설 피해…국가 유산도 피해
전국 7개 시·도 117개 학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침수와 부분파손 등 시설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부터 집중호우가 쏟아진 경기지역에서는 60개교가 누수·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다. 서울과 인천은 각각 16개교와 18개교가, 충남에서는 12개교가 시설 피해를 봤다. 강원(6개교)·세종(4개교)·충북(1개교)지역 교육기관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에서 128개 학교는 학사운영 일정을 조정했다. 경기지역에서는 82개교가 휴업·등교시간 조정·단축수업 등을 실시했다. 인천에서는 37개교가 등교시간을 조정하거나 단축수업을 진행했다. 강원 5개교·서울 3개교·충남 1개교에서도 학사일정을 변경했다.
국가 유산들도 피해를 입었다.
1964년 사적으로 지정된 '오산 독산성과 세마대지'에서는 이번 비로 성곽 일부가 무너지고 탐방로 경사면의 흙이 쏟아져 내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독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병사들을 이끌고 주둔하면서 왜병 수만 명을 무찔러 적의 진로를 차단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제국의 두 번째 황제였던 순종이 묻힌 남양주 유릉에서는 이날 내린 비로 재실 행랑채의 지붕 기와가 떨어졌다. 처마 일부는 무너졌다.
대구서 천여가구 정전…광주도 67세대 전기 끊겨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서는 18일 오후 5시 12분쯤 가로수가 돌풍에 쓰러져 일대 교통이 40여분간 마비됐다. 대구에서는 오후 3시쯤 동구 신암동에서 순간 초속 7.3m의 바람이 부는 등 일부 지역에서 다소 강한 바람이 불었다.
오후 5시 49분쯤에는 수성구 중동에서도 낡은 전선이 끊기면서 수성3가, 중동, 만촌동 일부 지역에서 40분가량 전기가 끊겼다. 1천여 가구 주민은 귀가 및 저녁 식사 시간에 발생한 정전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 5시 40분쯤 광주 서구 쌍촌동 일대 주택·상가에서는 정전이 발생했다.
한국전력공사 측의 긴급조치로 1시간 30여분만인 오후 7시 7분께 복구됐지만, 무덥고 습한 날씨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대 주민과 상가 등 67세대가 불편을 겪었다.
한전은 전기 설비에 이상 전압이 유입되면서 정전이 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북한, 사전 통보 없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 방류
연합뉴스
북한은 우리 정부에 사전 통보 없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방류량을 대폭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전 3시 촬영한 황강댐 인근 위성영상과 오후 3시 영상을 비교한 결과, 방류량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임진강 최북단 수위 관측지점인 필승교 수위는 오후 6시 30분 현재 3.65m다. 필승교 수위는 이날 오전 6시 20분 기준 2.88m로 전날 같은 시간의 0.47m에 비해 약 2.4m 올랐다.
황강댐 물이 필승교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현재 수위 상승은 집중호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환경부는 필승교 수위 등 상황을 지속 감시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9일에도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 물을 방류했다. 남북은 2009년 황강댐 방류로 임진강 하류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 '방류전 통보'에 합의했지만, 2013년 이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