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을 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국민의힘이 야당의 '방송4법'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시작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나흘째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방송통신위원회법', '방송법'을 처리한 데 이어 오는 29일 방송4법의 세번째 법안인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28일 새벽 1시쯤 방송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188명 의원 찬성으로 종료시킨 뒤 법안을 의결했다. 지난 26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지 30시간40분 만이다. 해당 법안은 방문진법과 표결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과 함께 공영방송 이사 수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야당은 지난 25일에는 방통위법 처리를 추진한 바 있다. 이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고, 야당이 의석 수로 필리버스터를 종료한 뒤 법안을 처리했다. 야당이 법안을 상정하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고, 이를 야당이 다시 종료한 뒤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의 5분의 3인 180명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24시간 이후 강제로 종료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방문진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이다. 첫번째, 두번째와 합치면 필리버스터와 절차 등에 70시간 가까이 걸린 상황이다.
방문진법 필리버스터 첫 토론은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이 열었다. 강 의원은 이날 새벽 1시10분부터 7시45분까지 총 6시간35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강 의원은 "민주당이 겉으로는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고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목을 매는 것은 방통위원장 연쇄 탄핵 및 언론노조를 통한 공영방송 이사진 장악"이라며 "민주당의 속내는 임기가 끝나가는 MBC 이사장을 사수해 MBC를 계속해서 민주당 편향 방송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4시간50분 동안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을 정치 도구화하고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라며 "대통령과 여당에 우호적인 인물이 방문진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현 구조에서는 때로는 극단적 성향의 인물이 공영방송 사장으로 임명돼 정권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바통을 넘겨받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함께 국민의힘 신성범, 민주당 한민수, 국민의힘 김장겸, 조국혁신당 김재원, 국민의힘 최수진, 혁신당 신장식 의원 등이 토론을 이어간다.
토론이 장기화하면서 여야 간 갈등도 첨예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이 "여야 지도부가 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며 사회를 거부하자,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학영 부의장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우 의장은 이날 새벽 "주 부의장이 방송4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이 본회의 사회를 거부하는, 직무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라며 "이번 무제한 토론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주 부의장이 있어야 할 자리는 방구석 1열이 아닌 본회의장 의장석"이라며 "당장 SNS 필리버스터를 멈추고 국회에 복귀해 책임을 다하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운명이 정해진 법안에 대해 상정을 안 하면 된다"며 국회의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방문진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오는 29일 오전 8시 야당에 의해 강제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전당대회 일정을 고려해 29일 오전 8시 본회의장 집결을 계획 중이다.
야당은 이후 방송4법 중 마지막인 EBS법도 상정한 뒤 통과시킬 계획이다. EBS법에 대한 필리버스터와 이에 대한 종결 절차를 거치면 표결 완료 시점은 30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가 30일까지 이어진다면, 토론 시간이 100시간을 넘기면서 역대 두번째로 긴 필리버스터로 기록될 전망이다. 역대 최장은 2016년 민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반대'를 주장하며 진행한 192시간25분의 필리버스터다.
그러나 방송4법 통과 이후에도 대치 정국은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4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면서, 해당 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도 당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해당 법안은 국회로 돌아왔고, 끝내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