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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간첩죄 개정 막았다?'…한동훈 주장 '팩트체크'해 보니

국회/정당

    '민주당이 간첩죄 개정 막았다?'…한동훈 주장 '팩트체크'해 보니

    핵심요약

    정보사 요원 정보 유출 사건에 간첩죄 개정 논쟁
    한동훈 "민주당이 제동 걸었다"…민주 "명백한 거짓"
    당시 회의록 보니, 법원행정처에서 제동 걸어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도 추가 검토 필요성 제기해
    여야 개정 필요성 공감하며 세부 내용 토의 정황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윤창원 기자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국외 요원 정보 유출 사건의 '불똥'이 느닷없이 국회로 튀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유출 혐의자를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을 더불어민주당이 막았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부터다. 여기에 민주당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면서 때 아닌 '외양간 고치기'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과거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한 대표의 주장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당시 법원행정처를 필두로 법안 개정에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고, 여야 의원 모두 대체로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며 세부 내용을 두고 토의를 벌였던 정황으로 판단된다.

    한동훈 "민주당이 개정 제동" vs 민주당 "사실무근 가짜뉴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SNS를 통해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을 누가, 왜 막았나"라며 "법안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고 주장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중국 국적 동포 등이 대한민국 정보요원 기밀 파일을 유출했다"라며 "황당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간첩죄로 처벌을 못 한다. 우리나라 간첩법은 '적국'인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즉각 반박했다. 민주당은 공지를 통해 "민주당이 법 개정을 반대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당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의 합의안 마련 및 이견조율을 전제로 법안 심사에 임했다. (한 대표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한 대표는 같은날 밤 재반박에 나서며 논란을 키웠다. 그는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은 21대 국회에서 법사위 제1소위에서 3차례나 논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법안 처리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민주당 의원들이 한 대표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진실공방이 거세졌다. 박주민 의원은 "당시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간 이견 조율을 위해 심사가 진행됐고, 국민의힘 의원들 또한 개정안 우려 점을 개진한 바 있다"라며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고 하기엔 자당 의원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의원도 "사실을 왜곡하는 저질 프레임 정치로 첫 당대표 정치를 시작하는 것을 보니 딱할 뿐"이라며 공세를 폈다.

    법원행정처 제동 걸고 나서…與정점식도 추가 논의 필요성 주장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CBS노컷뉴스가 당시 국회 속기록을 분석한 결과, '민주당이 법 개정을 막았다'는 한 대표의 주장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형법상 간첩죄 개정 관련 회의를 지난해 3월과 6월, 9월 모두 세 차례 열었다. 당시 회의록에서 형법상 간첩죄 처벌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넓혀야 한다는 법무부 주장에 가장 먼저 제동을 건 곳은 법원행정처였다.

    당시 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은 3월 첫 소위에서 "외국을 상대로 하는 탐지·수집·누설은 군사기밀보호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다"며 타 법안과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했다. 6월 소위에서도 "우방국, 동맹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와 적국, 준적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 종류에 차이가 있는데도 일률적으로 높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마지막 9월 회의 때는 "외국에 대한 간첩죄가 별도 신설되면서 같은 용어로 '국가기밀'을 쓰면 적국에 대한 간첩죄에서의 '국가기밀'과 동일한 의미로 오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군사기밀보호법 등 타법과 체계 정합성(整合性)을 해칠 수 있고 △ '국가기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이탄희·박용진 의원 등도 법원행정처 의견에 동감하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도 마찬가지로 법무부의 개정안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9월 회의에서 "조금 전 법원행정처 차장님께서 '국가기밀'의 개념에서 한정하는 요건을 두자는 부분에 대해 저도 그런 염려가 많이 있다면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 의원은 3월 회의 때도 '외국인을 포함해 간첩죄와 병렬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편 바 있다.

    여기에 박 의원도 "정 의원 말씀대로 다른 법과의 관계나 이런 것들을 좀 같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거들고 나서자, 소위원장인 민주당 소병철 의원도 "구성요건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법무부 재수정안에 대해서도 오히려 원안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추가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후 회기가 종료되면서 더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고,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해당 법안은 폐기됐다.

    회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법원행정처와 여야 의원 모두 법무부의 형법상 간첩죄 개정 취지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법안과의 충돌 가능성, 법안의 적용 범위 등을 두고 토의를 진행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형법상 간첩죄 개정안은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주호영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장경태·위성락·박선원 의원이 각각 법안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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