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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 경무관 위증 의혹…백 경정 통화서 "대통령실 또 연락?"

지난해 10월 14일 조병노 경무관-백해룡 경정 전화 통화
조 경무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 발언 확인
지난달 인사청문회서…경무관 "저는 한 적 없다" 완강히 부인
"백 경정, '용산서 지시했나' 질문했다"…조 경무관 주장, 확인 안 돼
위증 제기되는 대목…혐의 인정되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
조 경무관 "녹취록 삭제했을 것…오해 해소를 위해 상세 설명한 것"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백해룡 경정. 연합뉴스'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백해룡 경정. 연합뉴스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조병노 경무관이 지난해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백해룡 경정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조 경무관은 "통화 과정에서 '용산에서 또 전화 왔어요?'라고 말씀하신 적 있느냐"는 의원의 질의에 "거짓말이다. 저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는데, 위증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 진술(서면답변 포함)이나 감정을 하였을 때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5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백 경정과 조 경무관 통화녹음 등에 따르면, 백 경정은 지난해 10월 14일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 경무관에게 전화했다. 9일 전인 10월 5일 조 경무관이 백 경정에게 유선으로 전화해 '세관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게 해 달라'는 취지 등의 발언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백 경정은 당시 조 경무관의 발언을 외압으로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경무관은 백 경정보다 두 계급 높다. 경무관은 행정안전부 인사관리상 고위공무원으로 분류되며, 2023년 7월 기준 경찰관 13만 1046명 중 80명, 상위 약 0.06%에 속하는 경찰 계급 중 네 번째 상위 계급이다.

백 경정은 당시 통화에서 "저도 수사만 하는 사람이 뭘 알겠는가. 수사만 하는 것인데 일하다가 (숨이) 턱턱 막히고 그런다"며 "들리는 얘기들이 '대통령실에서 이렇게 알게 돼 가지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제가 심적 부담을 얼마나 느끼겠는가"라고 말하자,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라고 되물었다.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느냐'는 취지의 조 경무관 발언은 여러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조 경무관이 발언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만큼 위증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연합뉴스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연합뉴스
이들의 진실 공방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졌다.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의 증인 신문 과정에서 백 경정은 조 경무관과의 통화에 대해 "제가 김모 서장 말을 빌려 '용산에서 알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그런 말을 듣고 있다'고 했더니, 조 경무관이 하시는 말이 '용산에서 전화 또 왔어요?' 이렇게 물어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경무관은 이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통화 과정에서 '용산에서 또 전화 왔어요'라는 말씀하신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어떻게 그 말을 했겠는가. 저건 거짓말이다. 저는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경무관은 또 신 위원장과 용 의원과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백 경정의) 첫 번째 질문이 '대통령실에서 시켜서 한 것이냐'라고 했다", "백 과장이 '용산에서 지시해서 한 것이냐'고 명확히 물었다"고 말하며 유도 질문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녹음파일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단지 10월 5일 통화와 관련해 백 경정이 조 경무관에게 "부장님(조 경무관) 개인 의견이신 것인지 다른 분의 의견을 전달하신 것인지 제가 궁금하다", "부장님 사견인지, 아니면 누구의 부탁을 받고 하신 것 같은데"고 말한 부분이 확인됐다.

조 경무관이 지난해 10월 5일 당시 말레이시아 조직원의 마약 밀반입 사건에 세관 직원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인 백 경정에게 전화했다.

이 통화에서 조 경무관이 (관세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경찰이 같은 기관을 수사하는 것은 "스스로 침 뱉는 것", "경찰이 타 기관을 예우" 등의 발언을 하며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게 백 경정의 주장이다.

하지만 조 경무관은 수사에 외압을 가한 적은 없으며, 국정감사를 앞두고 '세관 측에서 당시 예정됐던 언론 브리핑을 너무 걱정하기에 브리핑에서 관련 내용이 들어가는지 정도만 확인했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 경무관은 CBS노컷뉴스에 "지난해 10월 14일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자신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라고 소개했다"며 "내 기억으로는 백 경정이 첫 번째 질문으로 (대통령실에서 지시한 것인지를) 분명히 먼저 물었다. 백 경정이 자신의 녹취록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용산에서 또 연락이 왔냐고) 물었을 이유가 전혀 없다. 대통령실을 말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백 경정이 처음에 그렇게 물어서 당황해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상세히 설명한 것이다. 위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 경정은 조 경무관의 녹음파일 조작 의혹 제기에 "조작이나 변경이 가해진 사실 전혀 없다. 그런 사실이 있다면 모든 책임을 당당히 지겠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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