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인천 전기차 화재로 대규모 피해를 본 아파트가 한 달여 전 소방시설 점검에서 스프링클러 문제를 지적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8일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등에 따르면 인천소방본부는 지난달 10일 소방점검 민간업체로부터 해당 아파트에 대한 자체 소방점검 결과보고서를 받았다.
지난 6월 하순 이뤄진 이 점검에 대해 민간업체는 지적사항으로 "준비작동식 밸브 솔레노이드밸브 연동 불량'을 포함했다. 이는 스프링클러 설비와 연결된 특정 밸브 1개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는 '준비작동식' 기종이어서 2개 이상의 화재 감지기가 작동하면 수문이 열려 물이 공급되고 불길에 헤드가 터지면 소화수가 분출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만 점검에서 불량 판정을 받은 설비는 발화점으로 지목된 벤츠 전기차와는 다소 떨어진 반대편 쪽에 위치에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점검 결과대로라면 지하주차장 20여개 스프링클러 설비 밸브 중 나머지는 정상 상태여야 하지만 정작 지난 1일 화재 발생 땐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방당국은 현장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발화 지점을 중심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는 아파트 방재실에서 화재 수신기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설비 임의 조작이나 고장 여부 등 미작동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당시 민간업체의 소방점검에서는 스프링클러 밸브 연동 불량 외에도 상수도 소화전 방수 불량, 방화문 자동폐쇄장치 연동 불량, 자동화재 속보설비 불량 등 다수의 결함이 지적됐다. 이 아파트는 1년에 한 번 이상 아파트 소방시설을 자체 점검해야 해야 하는 소방시설법 규정에 따라 민간업체에 의뢰해 소방점검을 시행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지적사항 개선을 위해 소방시설 보수공사 업체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지난달 19일 업체를 선정했지만 이번 화재로 보수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또 이 불로 아파트 14개 동 1581세대 가운데 5개 동 480여세대의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끊겨 46세대 120여명이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 또는 친인척 집으로 대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