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커리.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농구 세르비아와 미국의 4강전이 열린 프랑스 파리 아레나 베르시는 마치 세르비아의 홈 코트 같았다.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케빈 듀란트, 앤서니 데이비스 등 미국프로농구(NBA)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모인 미국을 상대로 한때 20점 차 가까이 앞서나갔기 때문이다. 팬들은 국기를 흔들며 세르비아를 외쳤고 간판 스타 니콜라 요키치가 활약할 때마다 "MVP"를 연호했다.
후반 들어 처음으로 'USA'를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가 아레나 베르시를 채웠다. 스테판 커리가 이날 8개째 3점슛을 터뜨리자 미국의 기세가 살아난 것이다.
커리의 3점슛은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1쿼터에만 17점을 몰아넣었다. 미국의 공격력은 최악이었다. 소속팀에서 공을 들고 하는 플레이에 익숙한 에이스급 선수들이 많다보니 세르비아의 조직적인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커리는 대회 내내 상대의 집중 수비를 받았다. 커리가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입지를 다진 이후 10년 이상 겪은 수비였다. 커리는 자신 앞에 약간의 공간만 생겨도 자신있게 슛을 던졌다.
커리는 8강까지 4경기에서 평균 19분을 뛰며 7.3득점, 야투 성공률 36%, 3점슛 성공률 25%(경기당 1.3개 성공)을 기록하며 NBA 통산 최다 3점슛 기록을 보유한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메달을 향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자 커리는 달라졌다.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는 슛을 자제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커리는 3쿼터까지 27점을 몰아넣었다. 스코어는 여전히 세르비아가 앞서 있었다. 만약 커리의 분전이 없었다면 미국은 일찌감치 귀국행 짐을 싸야 했을지 모른다. 커리는 미국에게 부활의 기회를 부여했다.
미국은 4쿼터 들어 마침내 깨어났다. 이번 대회에서 카멜로 앤서니를 제치고 올림픽 역대 최다 득점 1위에 등극한 듀란트가 힘을 냈다. 세르비아는 요키치와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등 NBA 현역 선수들로 맞섰다. 점수차는 점점 좁혀졌고 막판 5분을 남기고 5점 차 내 승부가 펼쳐졌다.
미국은 종료 3분 42초를 남기고 마침내 84-84 동점을 만들었다. 조엘 엠비드가 요키치와 매치업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커리가 또 한 번 포효했다. 종료 2분 20초 전 3점슛을 터뜨려 스코어를 87-86으로 뒤집었다. 이후 제임스가 속공 득점을 넣었다. 미국이 완전히 상승세를 탔다.
커리의 활약은 계속 됐다. 결정적인 스틸 이후 레이업으로 점수차를 5점으로 벌리며 세르비아 벤치를 침묵에 빠뜨렸다. 세르비아는 요키치와 보그다노비치의 활약으로 2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끝내 스코어를 뒤집지는 못했다. 커리는 종료 8.2초 전에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미국은 결국 세르비아에 95-91 역전승을 거뒀다. 커리는 3점슛 9개를 포함해 36득점을 몰아넣었다. 이날만큼은 커리가 파리 올림픽 최고의 스타처럼 보였다. 제임스는 16득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을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