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니 3집 '스푸마토'를 발매한 가수 유채훈. 모스뮤직 제공어쩌다 보니 매년 여름 솔로 앨범을 냈다. '별의 기억'을 타이틀곡으로 한 첫 번째 미니앨범 '포디움'(Podium)이 2022년 7월, 전작 '임파스토'(Impasto)가 지난해 6월, 이번 미니 3집 '스푸마토'(Sfumato)가 8월에 나왔다. 속한 팀 라포엠(LA POEM)의 앨범과 공연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시기가 여름으로 맞춰졌다. "좀 추운 계절"이나 "조금 더 산뜻한 봄"에 앨범을 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계절 상관없이 언제나 들을 수 있는 곡을 넣어 '스푸마토'를 완성했다.
가수 유채훈이 '스푸마토'라는 세 번째 미니앨범으로 돌아왔다. 유채훈은 앨범 발매일이었던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취재진을 만났다.
지난 앨범 '임파스토'가 덧칠한다는 의미였다면 이번 '스푸마토'는 경계와 경계를 흐린다는 뜻의 미술 용어다. 그만큼 폭넓은 장르를 담았다. "이 앨범 안에 제가 할 수 있는 선의 모든 장르와 커버곡까지 들어가 있다. 장르를 허물어 보자는 의미"라고 유채훈은 설명했다.
타이틀곡은 따뜻하고 잔잔한 '여름시'(夏詩)라는 곡이다. 이지 리스닝 계열로, 라포엠으로든, 개인 앨범으로든 "냈던 곡 중 가장 성격이 다른 곡"이다. 유채훈은 "테너로서 고음 내지르고 시원시원하게 했던 웅장하고 어려운 곡을 불러왔다면, 이번엔 가장 이지 리스닝 곡을 선곡했다. 사실 녹음하면서도 어색했다. 내가 이 정도로 힘을 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싶었다. 변화 때문에 긴장했는데, 인디와 포크송에 가까운 정도의 가벼운 창법을 쓴 걸 처음으로 타이틀로 한 게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유채훈은 앨범 발매 당일인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모스뮤직 제공힘을 빼고 노래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유채훈은 "노래 부르는 게 데미지적으로는 힘이 안 드는데, 100㎏ 벤치프레스하던 사람이 빈 봉으로 (운동)하면 흔들리듯이, 너무 가벼운 무게를 드니까 안 흔들리게 잡는 것이 어렵더라. 오히려 디테일한 테크닉으로는 조금 어려웠는데, 그전에 라포엠 앨범을 냈을 때 '미로'(Mirror)라는 이지 리스닝 곡을 해서 그때 자신감을 좀 얻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총 5곡이 실린 이번 앨범에서 눈에 띄는 곡은 장사익 원곡의 '찔레꽃'이다. '스푸마토' 첫 번째 트랙이기도 하다. 평소 장사익의 노래를 많이 들었고, 어머니도 "되게 좋아했다"라고 한 유채훈은 사실 곡 사용 허락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승인이 나기 어려운 곡이라고 알고 있었기 대문이다. 그래도 한번 연락이나 드려보자, 했는데 의외로 "흔쾌히" 허락해 줬다.
유채훈은 "'좋은 작품 한번 만들어서 들려주세요' 하셨다. 장사익 선생님이 저를 아시더라. '일 몬도 부른 친구'라면서"라고 전했다. 워낙 유명한 노래를 다시 불러야 하니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유채훈은 "너무 색깔이 짙은 곡이고, (다른 가수도) 커버를 잘 안 하는 곡"이라며 "어차피 나는 (원곡을) 못 넘어서기 때문에 차라리 이걸 새로운 곡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처음 받는 이 곡을 어떻게 부를까 하는 접근으로 오히려 잡생각 없이 녹음했던 것 같다. 녹음도 딱 두 번, 첫날에 끝났다"라고 밝혔다.
수록곡 '저니'(Journey)와 '드림'(Dream)으로는 록 스타일을 시도했다. 전자가 시원한 팝록 사운드라면, 후자는 감성적인 얼터록 사운드다. 앨범 마지막을 장식한 '도시음'은 자전적인 곡이다. 녹록지 않았던 현실 속에서도 떠날 수 없는 도시를 향해 '자기 목소리로 애정하는 도시를 가득 채우겠다'라는 의지를 표현했다.
타이틀곡은 잔잔한 느낌의 이지 리스닝 곡 '여름시'다. 모스뮤직 제공라포엠 멤버들에게도 앨범을 들려줬다. 지금의 타이틀곡 '여름시'와 수록곡 '드림'이 겨룰 때에도 의견을 줬다. 유채훈은 "되게 디테일하게, 거의 브리핑하듯이 '이 곡은 이래서 좋고 이건 이래서 타이틀을 해야 하고' 하면서 되게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엄청 잘해줬다. 결국 '여름시'가 됐는데 멤버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스푸마토' 앨범으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묻자, 유채훈은 "타이틀곡으로 말씀드리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이 멜로디를, 이 곡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소박한 생각이 있다. 제가 대중들한테 엄청난 뭔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보다는 '아, 라포엠 유채훈이라는 가수, 어떤 팝페라 크로스오버 가수인데도 이런 매력이 있구나' 하고 대중들한테 어필해보고 싶은 소박한 소망이 있다"라고 답했다.
앨범 만족도를 두고는 "사실 저는 100% 좋다"라는 시원한 답을 내놨다. 유채훈은 "제가 의외로 솔로로서 완전 크로스오버 앨범을 낸 적은 없다"라며 "그런 면에서 오히려 의외의 지점에서 이게 되게 유니크한 앨범이다 생각해서 100%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수 유채훈. 모스뮤직 제공
이번 앨범 표지는 톤다운된 하늘색 색감과 독특한 폰트가 인상적이다. 유채훈의 참여 정도를 묻자, 그는 "A&R팀이 사실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 회사에서 저를 너무 분석을 잘해줘서 디자인할 때 레이아웃이랄지 이랬으면 좋겠다 등 의견과 반응을 많이 줬다"라며 "A&R팀, 콘텐츠팀에서 많이 의견을 주셨다"라고 전했다.
그는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이 색감 너무 예쁘고 감성적이다. 레이아웃이랑 디자인, 폰트 여러 시안이 나왔을 때 제가 골랐던 버전이다. 근데 웃긴 게 회사 선택도 제가 골랐던 것과 동일하더라. 모스(소속사)는 진짜 나를 잘 아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새삼 놀랐다. 팬분들도 항상 그런다. '모스 일 잘한다' '센스 있다'라고. 너무 예쁘게 잘 뽑으니까"라고 부연했다.
"결론적으로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고 마이크를 들고 대중 앞에서 노래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팬텀 싱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라포엠을 하고 그 안에서 개인 앨범에서도 제가 정말 한 가지를 안 하고 계속 장르를 여러 가지를 건드리고 있더라고요. 그게 성향이기도 하고, 나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저는 그냥 보컬리스트, 싱어로서의 수식어가 맞아요. (…) 나는 노래하는 사람이에요. 그전에는 테너 유채훈입니다, 라포엠의 누구누굽니다 했는데 다른 멤버들도 그럴 거 같아요. 이제는 유채훈으로서 정체성이랄까? 노래하는 사람이요. 어떤 것들을 다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내가 필요로 할 때, 내가 다음 앨범은 이런 시도를 해보고 싶고 이런 걸 접목하고 싶다고 할 때 바로 할 수 있는 전환이 잘되는 사람, 유연하게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