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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레드벨벳, 적당한 온도를 지닌 고아한 팀[파고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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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주년' 레드벨벳, 적당한 온도를 지닌 고아한 팀[파고들기]

    편집자 주

    강렬한 '레드'와 부드러운 '벨벳' 두 가지의 색깔을 모두 가겠다는 포부로 데뷔한 그룹 레드벨벳이 올해 10주년을 맞아, CBS노컷뉴스가 10주년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편에서는 레드벨벳은 어떤 음악을 하는, 어떤 매력을 지닌 팀인지를 살펴봅니다.

    레드벨벳 데뷔 10주년 ① - 레드벨벳이라는 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룹 레드벨벳. 레드벨벳 공식 트위터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룹 레드벨벳. 레드벨벳 공식 트위터
    레드벨벳(Red Velvet)은 SM엔터테인먼트가 에프엑스(f(x)) 이후로 5년 만에 데뷔시키는 걸그룹이어서 주목받았다. 케이크의 한 종류로 널리 알려진 레드벨벳이라는 이름은 강렬하고 매혹적인 레드와 부드러운 느낌의 벨벳에서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처럼, '세련된 음악과 퍼포먼스'로 대중을 사로잡겠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프리 데뷔팀 에스엠루키즈(SM ROOKIES) 멤버로 공개 연습생 신분이었던 슬기, 아이린, 웬디에 비공개 연습생이었던 조이가 합류해 4인을 이룬 레드벨벳. 이들은 신스 사운드와 아프리카 느낌의 비트가 어우러진 생동감 있는 어반 유로 팝 장르 '행복'(Happiness)으로 데뷔했다. 같은 해에 소속사 선배 그룹 에스이에스(S.E.S.)의 명곡 '비 내추럴'(Be Natural)을 리메이크해 활동했다.

    이처럼 데뷔 첫해부터 '레드'와 '벨벳' 콘셉트 모두를 선보인 레드벨벳은 또렷한 '레드' '벨벳'뿐 아니라 각각 '레드'와 '벨벳' 그 사이에 있는 듯한 음악까지 소화하며, '레드벨벳다움'이라는 개성을 다지고 굳혀 왔다. 예리가 합류해 현재의 5인 체제를 완성한 '아이스크림 케이크'(Ice Cream Cake)는 본격적으로 '레드벨벳다운' 음악을 시작한 앨범으로 꼽힌다.

    그 후로 '덤덤'(Dumb Dumb)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루키'(Rookie) '빨간 맛'(Red Flavor) '피카부'(Peek-A-Boo) '파워 업'(Power Up) '짐살라빔'(Zimzalabim) '음파음파'(Umpah Umpah) '퀸덤'(Queendom) '벌스데이'(Birthday) '배드 보이'(Bad Boy) '알비비'(RBB) '사이코'(Psycho)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 '칠 킬'(Chill Kill) '코스믹'(Cosmic)까지 레드벨벳이 들려준 노래의 장르와 스타일은 다채롭다.

    레드벨벳은 지난 6월 새 미니앨범 '코스믹'을 내고 활동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레드벨벳은 지난 6월 새 미니앨범 '코스믹'을 내고 활동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노 '아이돌로지' 필자는 "'레드'와 '벨벳'이라는 상반된 콘셉트를 미리 명명하고 번갈아 가며 차용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활동하는 건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기에 당시에 상당히 신선하게 받아들였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초반부터 음악적인 스펙트럼을 넓히기에 용이하다는 점은 확실히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본다"라며 "'레드'와 '벨벳'이라는 이분법을 중심으로 스스로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포텐셜(잠재력)을 꾸준히 넓혀온 팀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아 대중음악 저널리스트는 "굉장히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팀으로, '레드'와 '벨벳'이라는 세계관의 혼재가 만들어낸 K팝 씬의 별종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레드'와 '벨벳' 콘셉트를 투 트랙으로 가져가는 전략은 특이했지만, 훗날 두 세계관이 합쳐지면서 K팝 씬에서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특한 무드의 콘셉트를 '레드벨벳스러운 것'으로 인지하게 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이 팀은 아주 특별한 아티스트로 거듭났다"라고 바라봤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서 풍부한 디스코그래피를 채워왔다. 알앤비를 기반으로 한 멜로딕한 곡부터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사용한 곡까지, 대중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음악을 폭넓고 과감하게 해온 팀"이라며 "덕분에 타이틀곡 외에도 수록곡 중에서도 잘 알려진 곡이 많은, 풍요로운 레퍼토리를 가졌다"라고 밝혔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세계관이나 설정이 독특해 처음부터 주목받지만 결과적으로 개별 멤버들의 매력이나 역량이 출중해 애당초의 설정이 희미해지고 되레 다 깨부수는 매력들, 그 자체로 정점에 오르는 그룹들이 있다"라고 운을 뗀 후 "엔시티(NCT), 에스파(aespa), 그리고 레드벨벳이 대표적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레드벨벳. SM엔터테인먼트 제공레드벨벳.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임 평론가는 "레드와 벨벳이라는 두 가지 색깔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샌가 두 가지 특성을 한 몸에, 한 곡에, 한 앨범에 지닌 레드벨벳만의 색깔이 자연스레 형성됐다. 시각적으로 다채로운 멤버들의 개성과 소화력뿐 아니라 청각적 기본기도 탄탄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정적인 가창력, 듣기 좋은 화음, 멤버들의 음색 조화 등 특히 보컬 부문에서 두드러진 탄탄한 기본기는 레드벨벳이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할 수 있었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레드벨벳은 특히 라이브가 돋보이는 무대 영상으로 사랑받는 그룹 중 하나인데, 여러 곡을 이어 부르는 라이브 콘텐츠 '킬링 보이스' 레드벨벳 편은 공개 8개월 만에 1459만 회(8일 0시 기준)라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 평론가는 "웬디, 슬기를 필두로 다섯 멤버가 안정적인 보컬 퍼포먼스를 구사하는 그룹으로, K팝에서 손에 꼽을 만큼 뛰어난 보컬 하모니를 들려주고 있다"라며 "10년의 활동을 통해 '레드벨벳'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고유한 브랜드가 된 것 같다. '레드벨벳스럽다'하는 느낌과 뉘앙스를 모두가 공유할 만큼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임 평론가는 "다양한 템포와 장르를 모두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는 레드벨벳의 보컬적 매력은 음표 하나하나를 형광펜으로 다시 그리듯 명징한 음색과 가창력에서 비롯된다. 힘 빼고 힙하게 부르는 스타일도, 화려한 랩 스킬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지만 전통적인 멜로디의 힘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주는 힘 있는 보컬의 색채감이 레드벨벳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이, 예리, 아이린, 슬기. 웬디. 레드벨벳 공식 트위터왼쪽부터 조이, 예리, 아이린, 슬기. 웬디. 레드벨벳 공식 트위터
    랜디 서 음악평론가는 "멤버들의 목소리 톤이 깔끔하고 따뜻하며 기교가 과하지 않다. SM은 보컬 화성을 쌓는 프로듀싱을 많이 하는데, 레드벨벳은 이 방식을 특히 잘 소화한 '중창단' 스타일의 팀으로, 부드럽고 풍성하게 어우러지는 5인의 목소리 합이 굉장한 무기다. 데뷔 초부터 완성도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이런 실력도 특유의 여유를 전달하는 데에 한몫했다"라며 "성공적인 걸그룹을 연거푸 론칭해 본 SM이 '이젠 좀 알 것 같다' 하며 그간의 노하우를 집약했다는 느낌도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들도 때로 마음 졸이고 걱정도 해 봤겠지만, 레드벨벳 디스코그래피는 '절박함'을 아이돌의 전면으로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런 고아함(품격이 높고 우아함) 덕에 대중예술인 K팝임에도 통속성을 줄인 느낌이 든다. 아주 뜨겁거나 아주 시원해야 주목받을 수 있는 K팝 씬에서 적당한 온도를 간직한 몇 안 되는 팀으로, 체온보다 조금 따뜻하거나 조금 서늘한 정도의 은근한 포지셔닝이 매력"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레드벨벳은 특유의 뭉근한 온도감을 레트로한 20세기 알앤비 장르로 많이 소화해 냈는데, K팝이 지금과 같은 서구권 시장을 확보하기 직전에 '한국에서는 이런 세련된 레트로 스타일 알앤비 팝도 인기 있더라' 하는 인식을 퍼뜨리는 데에 선구자적 역할을 했을 거라 추정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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