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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사망' 첫 재판 중대장·부중대장 '학대 무죄' 주장…'네 탓 공방'도

강원

    '훈련병 사망' 첫 재판 중대장·부중대장 '학대 무죄' 주장…'네 탓 공방'도

    핵심요약

    중대장 "완전군장 결속 몰랐다", 부중대장 "명령권자는 중대장"
    두 사람 모두 학대치사 혐의는 '무죄 취지 주장' 펼쳐
    피해자 법률대리인 "책임 없고 인정 못한다는 입장에 유가족 참담"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사건 전반 책임 없다며 강변하기 급급"
    오는 27일 동료 훈련병 대상 증인신문 열려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을 지시한 A중대장이 지난 6월 21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구본호 기자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을 지시한 A중대장이 지난 6월 21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구본호 기자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에게 무리한 군기훈련 일명 '얼차려'를 지시해 쓰러져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첫 재판에서 학대치사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법정에 선 두 사람은 얼차려 지시 및 과정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를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인 가운데 박 훈련병의 유족 측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는 16일 직권남용가혹행위와 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중대장(27·대위)과 B부중대장(25·중위)의 1심 첫 재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A중대장 측은 "군기훈련 지시 권한자로서 요건이나 필요성, 절차에 대해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이를 승인한 잘못은 반성한다.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은 깊이 반성한다"며 가혹행위 혐의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나 "B부중대장이 완전군장을 결속하게 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고 가군장 상태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알았다"며 B부중대장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학대치사 혐의와 관련해 A중대장 측 변호인은 "숨진 피해자를 포함해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군기훈련을 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을 뿐 학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며 "학대 고의가 없는 이상 학대 행위로 인해 박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와 예견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취지의 주장을 폈다.

    B부중대장 측은 "일부 (군기훈련)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완전군장 상태로 (군기훈련을) 집행한 사실은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다만 명령권자인 A중대장이 군기훈련을 진행하면서부터 (본인은) 집행 권한을 완전히 상실했고 사전에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망 결과 책임을 피고인의 훈련 행위에 귀속시킬 수 없고 (사망의) 예견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어 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부인한다"고 말했다. B부중대장은 현재 군에서 전역한 상태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박 훈련병을 비롯한 훈련병들에 대한 얼차려 지시와 완전군장 여부 등을 두고 책임 떠넘기기 식의 주장을 편 데 이어 쌍방 증인신문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재판부가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학대와 가혹행위가 군형법상 같은 구성요건"이라며 "얼차려도 학대의 일종인데 사실관계로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학대 범위에 대해서만 부인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차 공판에서 박 훈련병과 함께 얼차려를 받았던 동료 훈련병 5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16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육군 12사단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과 관련해 숨진 박 모 훈련병의 유가족과 피해자 법률대리인 강석민 변호사,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등이 발언하고 있다. 구본호 기자16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육군 12사단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과 관련해 숨진 박 모 훈련병의 유가족과 피해자 법률대리인 강석민 변호사,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등이 발언하고 있다. 구본호 기자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박 훈련병 부모와 취재진 앞에 선 피해자 법률대리인 강석민 법무법인 백상 대표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범죄 사실과 고인의 사망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고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유족으로서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반성할 의사도 없고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법적 논리로 모든 책임에서 빠져나가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가혹행위에 대해 범행을 인정하면서 학대에 대해서는 고의가 없다는 논리는 자연스럽지 않고 불합리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박 훈련병의 모친 등 유족 측은 건강상의 이유로 별다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유족들과 함께 재판에 참석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가해자들이 법정에 나와 유가족들에게 목례를 한다거나 예의를 갖추지 않는 모습에 굉장히 많이 놀랐다"며 "오늘 법정 태도는 사건 전반에 대해서 본인들의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변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다음 기일에 나머지 생존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하게 됐는데 또 다른 2차 가해가 있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러운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으로는 사건 진상 규명과 두 사람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이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5월 23일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면서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박모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아 박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춘천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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