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브리핑하는 황주호 한수원 사장.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달 17일 24조 원 규모 체코 원전 수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미국발 변수로 후속 절차가 난항을 겪자 정부가 해결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미국 정부와의 협의를 예고해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美 원자력 기업이 제기한 소송 장기화, 체코 원전 수출 발목잡아
업계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한국형 원전이 자사 원천 기술을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이 장기화하며 내년 3월 시한까지 체코와 본계약을 타결하려는 우리 측 발목을 잡고 있다.
1978년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우리나라가 외국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원천 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 동의를 받아야 한다.
NSG 지침에 따르면 미국 원전에 기반을 둔 한국형 원전은 제3국 수출 시 미국 에너지부 수출 통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미국 에너지부 수출 신고 권한을 웨스팅하우스가 갖고 있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수출하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웨스팅하우스와 기술 침해 문제에 관해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본계약 체결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낙관했던 정부, 뒤늦게 사태수습…대통령실까지 나섰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연합뉴스 지난달 한수원이 체코 원전 개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때부터 웨스팅하우스 소송이 본계약 체결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해결을 낙관하는 모습이었다.
이달 7일 한미 에너지장관 협의차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 원전 수주 관련 취재진 질문에 "양국 정부 간에 여러 협의가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덕근 장관은 이어 기업 간 즉,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상업적인 협상을 하는 상황에서 큰 문제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력(이하 한전) 김동철 사장과 한수원 황주호 사장도 미국을 찾아 웨스팅하우스 경영진과 양사 간 기술 침해 논란을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국 에너지장관 만남 그리고 한전 및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접촉은 우리 측 입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 등은 기술 침해 문제 원만한 타결을 위해 웨스팅하우스에 제3국 원전 수출 공동 진출 등을 제안했지만, 웨스팅하우스 측이 과도한 요구 조건을 내세웠다는 전언이다.
'잭팟'으로 불릴 정도로 이번 정부의 성과로 여겨졌던 체코 원전 수주가 변수를 맞게 되자, 정부와 관계기관들은 총력을 다해 이를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체코 원전 본계약 시한인 내년 3월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웨스팅하우스와 다각도로 협상을 벌이면서 '원만한 합의' 도출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도 한미 정부간 외교적 협의 사항으로 보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24일 "분쟁의 원만한 해소를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향후 체코 원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굳건한 한미 동맹 기조하에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