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면서 "진짜 독재는 대통령이 하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尹, 헌법 부정하는 자들은 공직에 임명…즉각 해임 촉구"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자들을 공직에 임명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친일 논란'이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김문수 노동부 장관, 신원식 안보실장 임명을 비판했다.
그는 "헌법을 대놓고 부정하는 인사들을 공직자로 임명한 건 그 자체로 국가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세력의 실체가 있다면 바로 친일을 미화하고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며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도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닌 대통령은 문제의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쪽에서는 야당과 싸우라고 독려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대화와 타협을 말하는 분열적 사고, 표리부동, 무책임, 독선과 불통의 리더십이 대한민국과 국민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당은 야당이 의회독재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진짜 독재는 대통령이 하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로) 대통령 입맛에 맞는 법안만 통과시키겠다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상수'가 된 현실은 어느 모로 보나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독립기념관장 김형석과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 등 2명의 반국가관을 가진 공직자를 즉각 해임해 헌법 수호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참사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의료대란 '문제없다' 무책임 이어져"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참사 대응, 경제 실정 등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국민 안전은 버림받았고 민생 경제는 파탄지경"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는 신림동 반지하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에 대해 "사전 대책은 허술했거나 존재하지 않았고 사후 대응은 무능력의 극치였으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의료대란에 대해서도 "가뜩이나 부족한 응급실 인력이 더욱 줄어들고 응급실 문을 닫겠다는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아무 문제없다고 강변하는 무책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추석연휴를 앞두고 의료대란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국민의 공포를 이해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고 따졌다.
아울러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서도 "국민 피해와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부 부처 수장은 6개월째 공석이고 올해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내수 경기는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졌는데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국민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며 "재정 위기 초래에도 정부는 초부자 감세만 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류영주 기자"위기 앞에 국회가 제 역할해야…공정·상식 세우는 특검법 받으라"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정부가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며 "국회라도 나서서 국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위기 앞에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회복불능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가 대표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민생 회복과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지역사랑상품권 확대 발행 등을 재차 제안했다.
또 박 원내대표는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는 게 민생과 직결된다"며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한 대표적인 법안"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특검을 반대하는 것'이라던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고,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던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하는 것을 납득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고속도로 특혜, 국정농단 같은 대통령 배우자의 범죄 의혹이 태산처럼 쌓여 있는데 그대로 놔두고서 정상적인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병대원의 억울함을 풀고 수사외압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건 정쟁이 아니라 정의 실현"이라며 정부·여당에 전날 민주당이 발의한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개헌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87년 체제에 멈춰 있는 헌법을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나왔다"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도입은 합의할 수 있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이것부터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2026년 지방선거 이전 완료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