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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의대 증원, 한국 의료 망쳐" 강원대병원 교수들 '정책 철회'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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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 없는 의대 증원, 한국 의료 망쳐" 강원대병원 교수들 '정책 철회' 촉구

    핵심요약

    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 2025 의대 증원 철회 촉구
    김충효 비대위원장 "지금이라도 학생, 전공의 돌아오게 해야"
    "의사들을 의료 개혁 적으로 두지 말아야" 정부에 요구도
    지방 의료 현실에 "의료 수가 상승, 지역 병원 정부 지원해야"
    2025 의대 증원, 교육 현장 혼란 불가피 지적도

    강원대 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강원대 어린이병원에서 2025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위한 김충효 비대위원장 단식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본호 기자강원대 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강원대 어린이병원에서 2025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위한 김충효 비대위원장 단식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본호 기자
    성인 야간 응급실 운영 중단을 비롯해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강원대학교병원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들은 근거 없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지방 의료 붕괴와 교육 현장의 위기를 지적하면서 환자들을 책임지기 위해 '사직' 만큼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원대 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강원대 어린이병원에서 2025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위한 김충효 비대위원장 단식 지지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지난 9일 충북대 의대 본관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를 위한 삭발식을 갖고 단식에 돌입한 김충효 비대위원장은 이날 실시간 영상을 통해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의대 정원 50%를 늘린 증원 정책이 한국 의료의 현재와 미래를 망쳐버렸다"고 비판했다.

    나흘째 단식에 급격히 야윈 모습으로 나타난 김 위원장은 "이제 와서 의대 정원의 합리적 안을 가져오라고 하지 말라"며 "불합리하게 정부가 밀어붙인 증원 정책을 먼저 취소해야 논의가 가능하다"고 요구했다.

    그는 "2025년 증원 정책을 지금 취소해도 떠난 전공의와 학생이 얼마나 돌아올 지 알 수 없고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는 이미 망가져 버렸다"며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취소하면 학생과 전공의 일부라도 설득해서 학교와 병원으로 돌아오게 해 지역과 필수 의료를 재건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오는 13일 최후의 수단으로 병원을 그만두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사직을 제외한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다. 그런데 동료 교수들이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 가능하면 이 곳에 있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강원대 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강원대 어린이병원에서 2025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위한 김충효 비대위원장 단식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본호 기자강원대 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강원대 어린이병원에서 2025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위한 김충효 비대위원장 단식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본호 기자
    정부의 의료 개혁이 의사를 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존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윤종 이비인후과 교수는 "의료 개혁 자체가 의사 집단을 떠나서 얘기할 수 없는데 정부는 전공의나 의대생들이 주장하고 생각하는 바와 다른 개혁을 밀어부치고 있기 때문에 '파업'이 아닌 '사직'을 선택한 것"이라며 "의사를 의료 개혁의 적으로 두지 말고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정치권이 추진 중인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원에 의대생과 전공의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파업과 사직도 구분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나와서 메세지를 내면 진정성 있게 느껴지겠냐"라며 "협상 테이블에 의대생과 전공의를 앉히지 못한다면 어떠한 결론이 나와도 지금의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 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구본호 기자지난 2일 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구본호 기자
    붕괴 직전인 지방 의료의 현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의료수가 인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서영 강원대병원 교수회장은 "의사들에 대한 페이가 문제가 아니다. 1명의 신경과 의사가 채용되면 365일 당직을 어떻게 맡을 수 있냐"라며 "적은 페이라도 여러 명을 같이 채용해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수도권 보다 환자 수가 급격히 적은 지방은 의사의 수익으로 병원을 유지할 수 없다"며 "의료 수가를 높이고 인구가 적은 지역 병원들에 대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정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도 "지역에서 한 두 명의 의사가 아무 곳도 가지 않고 24시간 대기하며 희생만 했던 가치관은 이미 무너졌다"며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병원에 (경영을) 맡겨놨으니 지방은 환자가 부족해 의사를 뽑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 교수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고 지역에서 원하는 숙련된 의사가 부족한 것"이라며 "지역 의료원들을 하나로 묶고 소수 채용이 아닌 여러 명을 채용한다면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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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도 의대 정원 정책 확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 현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류세민 강원대 의과대학장은 "당장 내년부터 의대 신입생들이 들어온다면 해부학 실습을 기존 49명에서 140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간 마련을 요구했지만 해부실습동은 신청 예산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어떻게 알아서 하라는 것인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의대 교수 충원을 약속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교수를 채용해주겠다고 하는데 이미 교육과 진료에 참여하고 있던 임상진료 교수들이 전임교수로 바뀌는 것 뿐"이라며 "학생 수가 3배 가까이 늘어나는 데 실질적 확충은 없는 상황에서 진료와 교육이 원만하게 돌아갈 지 매우 걱정"이라고 말했다.

    류 학장은 "공식 입장을 수차례 얘기했지만 의대 증원이 이뤄지는 과정에 대한 회의록도 없고 참석한 사람도 밝힐 수 없는, 공정과 상식이 없는 형식으로 이뤄진 정책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며 "엉망진창이 돼버린 이 상황을 해결하는 건 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병원 측은 최근 응급실 성인 야간 진료를 무기한 중단했으나 추석 연휴 기간의 경우 진료 제한으로 인해 환자에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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