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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의혹의 핵심, 먹사연의 정체는 대체?[법정B컷]

법조

    돈봉투 의혹의 핵심, 먹사연의 정체는 대체?[법정B컷]

    편집자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는 자유·평등·평화라는 소중한 가치를 발전시키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연구소입니다. 민주공화국의 기초가 될 '모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한반도의 평화'를 중심주제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힘을 모으고, 실용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여 한발 한발 전진하고자 합니다."
     
    먹사연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소개 글입니다. 이 글만 보면 마치 정책만을 연구하는 연구소 같죠? 실제로 먹사연은 주요 사업으로 △경제, 복지, 주거, 고용, 조세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정책 연구개발 △남북관계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 제시 △정책 토론회 및 각종 연구용역 사업 실시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돈봉투' 의혹 재판에서는 늘 먹사연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집니다. 검찰은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전 민주당 대표)가 먹사연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수수하는 등 먹사연이 사실상 송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으로 변질됐다고 보고 있고, 송 대표 측은 먹사연은 통일부 산하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송 대표와는 별개로 운영된 독립된 단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법정B컷은 먹사연의 성격을 두고 벌어진 법정 공방을 살펴보겠습니다. 재판부마저도 의문을 표한 그날의 공방을 되짚어 봅니다.
     

    의문 표한 재판부 "먹사연, 비밀 첩보 조직 같아"

    송영길 전 대표. 연합뉴스송영길 전 대표. 연합뉴스
    지난 11일, 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33번째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날 재판에는 2021년 2월부터 11월까지 먹사연에서 상근 직원으로 근무했던 김모씨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먹사연에 지원하고 입사해 경선 캠프에까지 참여하게 됐다는 김씨는, 변호사나 검사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거나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합니다. 심지어 본인이 맡았던 연구 업무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합니다.
     
    2024.9.1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송영길 돈봉투 의혹 공판 中
    변호사 : 먹사연에서 기후환경 보호와 관련한 증인의 업무는 어떤 것이었나요? 주로 먹사연의 해외논문 번역 관련 데이터 조사 분석, 단행본 발간 업무 등을 맡아서 했죠?
     
    증인 김모씨 : 네 맞습니다.
     
    변호사 : 2030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40% 실현과 관련한 연구 단행본 이런 것도요?
     
    증인 김모씨 : 네
     
    재판부 : NDC가 뭐에요?

    증인 김모씨 : 국가…환경…클라임…탄소…


    NDC 40% 상향 정책은 송 대표가 2021년 7월 민주당 대표 당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건데요. 김씨가 NDC가 뭐냐는 질문에 김씨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지켜보던 송 대표가 끼어들어 "국가 전략 감축 목표"라고 대신 설명합니다.
     
    이후 이어진 검사의 반대신문에서도 김씨는 먹사연 내부 모임의 존재라든가, 먹사연에서 이뤄진 연구 배경 등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합니다. 이에 보다 못한 재판부가 나섭니다.
     
    2024.9.1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송영길 돈봉투 의혹 공판 中
    재판부 : 왜 (본인이) 증인으로 채택 되셨냐면, 먹사연이 송영길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별도의 연구 조직이라는 게 송영길 측 주장이라서…그러면 그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다 모른다고 합니다.
    (…)
    상근 직원이 나와서 증언을 했는데, 
    자기가 한 업무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 점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재판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먹사연의 성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2024.9.1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송영길 돈봉투 의혹 공판中
    재판부 : 저희가 이 사건을 하면서 먹사연 근무자를 불러서 들어보면 무슨 비밀 첩보 조직 같아요. 왜 이렇게 말을 안 합니까? 1년 동안 재판을 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도 파악이 안 됩니다.
     
    4명이 근무하는 조직인데 다른 사람 뭐 하는지 모른다, 운영업무 한다, 총무 업무한다…
    뭘 감추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정도에요.


    먹사연 관계자들의 지지부진한 증언에, 재판부조차도 아직 '먹사연'이 대체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가늠이 안 간다며 답답함을 분출한 겁니다. 그러면서 증인들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2024.9.1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송영길 돈봉투 의혹 공판 中
    재판부 : 글쎄요.. 증인으로 나오는 분들한테 다 몇 번 이제 화날 때마다 하는 말이 있어요. 왜 증인들은 착각을 할까.. 재판부가 자기 말을 다 믿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저렇게 이야기할 수 없어요. 증인의 진술이 객관적 상황하고 어느 정도 매칭이 되어야지 믿는 거지…만약 매칭이 안 된다면 증인신문을 할 필요가 없어요… (증인신문) 한 게 소용이 없는 거에요. 증인을 아예 안 믿어버리고 객관적 자료로만 판단하는 거에요.

    "먹사연, 싱크탱크로서 성과 많이 내" 강조하는 송영길

    이처럼 재판부는 답답하기만 한데, 송 대표는 당당하기만 합니다. 송 대표는 먹사연은 자신의 외곽 후원 조직이 아니라, 엄연한 정책 입안 '싱크탱크'라고 꾸준히 주장해 왔습니다. 3달 전에도, 증인으로 나온 먹사연 관계자 강모씨를 직접 신문하며 먹사연의 싱크탱크로서의 성과를 과시했습니다.
     
    2024.6.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송영길 돈봉투 의혹 공판 中
    송영길 : 먹사연은 자족적인 학술을 하는 연구가 아니라, 정치인과 결합해서 실제 정책으로 입안하기 위한 싱크탱크로 봐야 하죠?
     
    증인 강모씨 : 네 그게 본질입니다.
     
    송영길 : 먹사연은 싱크탱크로서 재생에너지, 기후변화, 남북관계 등 
    여의도 싱크탱크 중 가장 성과를 많이 내지 않았나요?
     
    증인 강모씨 : 맞습니다.
     
    송영길 : 
    실질적 국가정책을 바꿨잖습니까?
     
    증인 강모씨 : 네 기후변화나 다른 정책들에 대한 내용은 안 나왔는데 다양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송 대표는 확신에 가득 찬 채로 "모든 의원이 헌법기관인데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깊게 연구 안 하면 역량이 안 보인다"고 먹사연의 싱크탱크로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송 대표와 평행선을 달립니다. 여전히 먹사연이 송 대표의 외곽 후원 조직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거죠.

    2024.6.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송영길 돈봉투 의혹 공판 中
    검사 : 먹사연은 송 대표가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는 단체이자 외곽조직이 맞죠? 먹사연과 송 대표의 관계를 묻는 겁니다. 먹사연이 송 대표의 영향력이 미치는 단체가 맞죠?
     
    증인 강모씨 : 영향력이 어느 수준인지 모르지만, 일정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


    검사 : 
    당시 증인이 먹사연에서 근무할 때 먹사연이 송 대표 개인 지원 역할에 치중한 것이 사실인가요?
     
    증인 강모씨 : 일정한 부분 그렇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에 먹사연을 설립한 사람의 한 분으로써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먹사연을 두고 법정에서 이토록 엇갈리는 주장들. 이쯤 되면 독자분들도 먹사연의 성격에 대한 의문이 드실 겁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오직 정책 연구를 위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라고 송 대표가 주장해 온 먹사연이 사실 송 대표를 후원하기 위한 외곽 조직이었다면, 이는 현행법상 명백한 '위법'이라는 겁니다.

    공직선거법 제89조(유사기관의 설치금지)
    ① 누구든지 제61조제1항ㆍ제2항에 따른 선거사무소, 선거연락소 및 선거대책기구 외에는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하여 선거추진위원회ㆍ후원회ㆍ연구소ㆍ상담소 또는 휴게소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이와 유사한 기관ㆍ단체ㆍ조직 또는 시설을 새로이 설립 또는 설치하거나 기존의 기관ㆍ단체ㆍ조직 또는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시장 후보로 출마를 준비 중이던 A씨는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B연구소'를 설립해 300여 명의 후원조직을 만들어 각종 선거운동을 펼친 혐의 등으로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선거운동을 위한 사조직을 설립하는 등의 피고인의 행위는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고 후보자 간의 균등한 기회 보장과 공정한 경쟁을 어렵게 하며,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돈봉투 수수 혐의로 일부 전·현직 의원들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여전히 진행 중인 먹사연의 정체 논란. 먹사연의 성격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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