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학교가 지난 27일 서울 세현고등학교 강당에서 설립 20주년 기념예식을 진행했다. 여명학교는 지난 20년 동안 42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현재 100명의 학생이 교육받고 있다. (사진은 재학생들의 축하공연)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가 개교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지난 2004년 23개 교회의 연합과 협력 속에 탈북학생 23명과 교사 8명으로 출발한 여명학교는 지금까지 421명이 졸업하고 현재 100명의 탈북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꿈터로 20년을 성장해왔다.
남북 분단으로 상처받은 탈북 청소년들을 품어온 여명학교가 이제 우리 사회 안의 다양한 소외계층을 보듬는 사회통합에 힘쓰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여명학교 조명숙 교장은 지난 27일 서울 세현고등학교에서 열린 여명학교 20주년 기념식에서 여명학교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조명숙 교장은 "여명학교는 지난 20년간 탈북 학생들을 보호하고 한국사회에 적응시켰다"면서 "분단시대 상처를 치유하며 분단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탈북 청소년을 넘어 우리 사회 안에 난민과 이주민 등 새로운 사회통합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조 교장은 "탈북 청소년들은 이미 국민이 된 난민이며, 북한과 중국에서 들어온 이주민이자, 소외계층으로 살고 있다"면서 여명학교의 경험이 난민과 이주민, 소외계층의 사회통합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조 교장은 여명학교가 새로운 배움터로 성장하길 기대했다. 낮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탈북 청소년을 위한 교육을 하고, 밤에는 졸업생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거다. 또 주말과 주일에는 교회와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명숙 교장은 "지역사회에서 통합과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허브로서, 통일교육과 사회통합교육의 산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 독자적인 교육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 지난 2019년 서울 은평구에 여명학교를 신설하려 했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쳐 끝내 건축을 하지 못했다.
지난 해 9월 서울 강서구에 있는 폐초등학교(구 염강초) 건물을 빌려 사용하고 있으나 이 공간도 2026년 2월이면 다시 비워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여명학교는 서울 시내 폐교된 학교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여명학교가 지난 27일 서울 세현고등학교 강당에서 설립 20주년 기념식을 진행했다.
한편, 지난 27일 열린 여명학교 20주년 기념행사에는 재학생과 후원자, 후원교회들이 참석해 지나온 시간을 감사하고 현재의 활동을 격려하며 새로운 미래를 기대했다.
이문식 이사장(광교산울교회 담임목사)는 "여명학교는 우리사회에 먼저 찾아온 통일이다. 사랑으로 가능한 마음통일을 시작하는 공동체"라고 소개하며 지난 20년 한결같은 관심과 기도로 후원해온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기념식에서는 여명학교 초기부터 후원과 관심을 이어온 남서울은혜교회를 비롯해 법무법인 태평양과 이지스자산운용, 재단법인 인춘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배우 차인표 씨에게도 감사패를 전했다. 차인표 씨는 지난 2012년 여명학교 학생들의 친척들이 중국에서 강제북송 위기에 있을 때 학생들과 함께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북송반대 호소문을 낭독하고, 5년 전에는 은평구에서 학교 이전 공청회를 할 때 주민들의 협력을 당부하는 호소편지를 전달한 바 있다.
차 씨는 "대한민국은 탈북민들에게 희망이고, 탈북민은 북한 주민들의 희망이며, 북한 주민은 통일 한반도의 희망이다. 우리는 희망으로 연결된 사람들"이라면서 "당장 통일을 이룰 순 없지만 통일을 위해 이 땅을 찾은 탈북민들, 특히 여명학교에서 공부하는 100명의 학생을 섬기는 것이 곧 북한의 2천만 동포들을 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