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원전 협력'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필리핀에서 38년 동안 가동이 중단된 '바탄(Bataan)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를 맡기로 했다. 중동·유럽에 이어 동남아시아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필리핀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MOU)도 다수 체결됐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 국빈 방문 둘째 날인 7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한수원과 필리핀 에너지부 간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 협력에 관한 MOU' 체결식에 임석했다.
바탄 원전은 1976년에 착공했으나 완공 직전인 1984년 공사가 중단됐으며,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완공과 운영 계획이 무산됐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고질적인 전력난과 높은 전기 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탄 원전 가동을 재추진해왔으며, 2022년 11월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의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바탄 원전은 우리 고리 2호기와 형태가 같으며 621㎿(메가와트) 규모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한수원은 고리 2호기를 40여년간 운영해 온 경험을 갖고 있어 바탄 원전의 타당성 조사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고효율 청정에너지원인 원전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에는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예상했다. 필리핀 정부는 2050년까지 약 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으로, 이번 타당성 조사에 따라 원전 협력 본격화와 필리핀 원전 시장 진출 등이 기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마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통해 필리핀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MOU도 다수 체결됐다.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관한 MOU △사마르 해안 고속도로 건설 EDCF에 관한 차관계약서 등이다.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건설사업은 총 37.5㎞의 도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첫 번째 구간인 7.9㎞ 건설에 약 9억500만 달러(약 1조2천170억원)를 지원한다. PGN 교량 사업은 필리핀 중부 파나이, 귀마라스, 네그로스섬을 연결하는 것으로, EDCF에서 첫 번째 교량 13km 건설에 10억 달러(약 1조3천45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교량 사업은 우리 정부가 EDCF를 통해 지원한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아울러 한국수출입은행과 필리핀 재무부는 사마르 해안도로 2차 사업에 대한 1억1천만 달러(약 1천480억원) 규모의 EDCF 차관계약을 체결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그간 EDCF는 개도국의 산업 발전과 경제 안정을 지원하는 역할과 함께 우리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이번에도 필리핀의 지역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기업의 대형 인프라 사업 수주를 지원함으로써 양국이 '윈-윈'하는 경제 협력 성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한·필리핀 경제협력파트너십(EIPP)에 관한 MOU △한·필리핀 관광협력 MOU 2024-2029 이행계획 △한·필리핀 해양 협력에 관한 MOU △한·필리핀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에 관한 MOU도 체결됐다.
EIPP는 한국형 지식공유사업으로 우리 정부는 2027년까지 필리핀의 디지털 정부 이행계획과 통신위성 네트워크 구축 등에 대해 정책 자문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