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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문 활짝, 완강기 누락…'인재'로 드러난 부천 호텔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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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화문 활짝, 완강기 누락…'인재'로 드러난 부천 호텔 화재

    방화문 열려 있어 불·연기 삽시간에 번져
    경보기 울렸으나 확인도 안 하고 정지시켜
    일부 간이완강기조차 미비치…탈출 막혀
    에어매트 논란, 소방에 책임 물을 순 없어

    부천=박종민 기자부천=박종민 기자
    십수 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가 총체적인 소방 관리 규정 위반에 따른 '인재(人災)'로 드러나면서, 경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 절차에 돌입했다.

    8일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코보스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이날 부천원미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어 호텔 건물주 A(66)씨를 비롯해 운영자 B(42)씨와 C(45·여·A씨의 딸)씨, 매니저 D(36·여)씨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건축물 관리법 위반 등이다.

    먼저 발화점과 화재 원인으로 810호 객실 내 에어컨이 지목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벽걸이형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 연결 전선에서 식별된' 아산화동 증식(접촉 저항이 증가해 접촉부가 산화·발열)'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적 발열이 주변 가연물로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씨가 호텔 인수 1년 뒤인 2018년 5월 전 객실의 에어컨을 교체하면서, 영업 지장 우려 등을 이유로 전체적인 배선 교체 대신 기존의 노후 전선을 계속 사용한 것으로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이 출입통제되고 있다. 부천=박종민 기자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이 출입통제되고 있다. 부천=박종민 기자
    당시 에어컨 설치 업자는 기존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면서 절연 테이프로만 마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설비기술기준에 따라 에어컨 전선은 통선 사용이 원칙이며, 불가피하게 두 전선을 결선할 경우 접촉 저항을 최소화할 각종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에어컨 설치 후 호텔 관계자들이 A/S 기사 등으로부터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도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총 63개 객실 가운데 15개 객실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에어컨 전선이 불안정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인명피해로 번진 주된 이유로는 '활짝 열려 있던 객실문'이 꼽혔다. 방화 성능을 갖춘 갑종 방화문으로 설치돼 있었지만, 자동닫힘장치(도어 클로저) 미설치로 810호 문이 열려 있어 화염과 연기가 급속도로 퍼졌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실제로는 설치돼 있지 않았지만, 설계 도면상에는 도어 클로저가 설치된 것으로 표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기를 위해 복도 비상구 방화문 역시 생수병 묶음으로 고정·개방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화재 발생 직후 화재경보기까지 울렸음에도, D씨는 불이 났는지 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경보기부터 껐다. 이어 8층으로 올라가 화재를 목격한 뒤 1층으로 내려와 경보기를 재작동했으나, 2분 24초가량이 지난 뒤였다.

    경찰은 그러는 사이 투숙객들의 대피가 지연된 것으로 봤다.

    대피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다. 모든 객실에 비치돼 있어야 할 간이완강기가 일부 호실에는 누락돼 있었기 때문이다. 31개 객실에는 완강기가 없었고, 9개 객실의 로프 길이는 층고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천=박종민 기자부천=박종민 기자
    B씨는 소방안전교육을 받지도 않은 채 소방 안전관리자로서 자격을 유지했고, 소방계획서 역시 부실하게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경찰은 다급히 고층에서 뛰어내린 투숙객들을 받아내지 못하고 뒤집혀 논란이 됐던 에어매트(공기 안전 매트) 설치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소방당국에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에어매트를 설치한 지점인 807호 바로 아래는 호텔 주차장 진입로로, 약 7도의 경사가 있고, 일부 굴곡이 있어 매트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에어매트 설치에 관한 체계적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설치 인력도 부족해 출동 경찰관까지 나선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807호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2명에 대한 책임을 소방당국에 전가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경찰은 구조 장비의 운용상 개선점에 대해 소방당국에 통보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8월 22일 저녁 7시 37분 부천시 원미구 중동 코보스 호텔 810호 객실 내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807호 남녀 투숙객 2명은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는데,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 가운데 지점이 아닌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져 반동에 의해 에어매트가 뒤집혔다. 2~3초 뒤 남성이 뛰어내렸고, 그는 큰 충격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들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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