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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쟁 미화' 상영으로 돌아본 BIFF 초청작 논란

부산

    '이스라엘 전쟁 미화' 상영으로 돌아본 BIFF 초청작 논란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상영에 "문화 워싱" 비판
    극장 앞 피켓 시위에 국내 문화예술인 상영 철회 촉구까지
    올해 29번째 BIFF…해 거듭하며 상영 외압 등 여러 갈등 겪기도
    BIFF 조직위 "영화제 독립성 무엇보다 중요…선정작 취소 없다"

    이스라엘 감독 대니 로젠버그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포스터.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캡처이스라엘 감독 대니 로젠버그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포스터.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 대표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스라엘 전쟁 미화 논란이 불거진 작품이 상영되면서 피켓 시위가 벌어지는 등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29번째를 맞이한 BIFF는 그간 다이빙벨 외압 등 여러 논란을 직면해왔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스라엘 감독 대니 로젠버그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가 상영되면서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16세 이스라엘 소녀가 하마스 공격 당시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자신이 살던 마을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국내 문화예술인 800여 명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으로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숨진 진실을 지운 영화라며 상영 철회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극장 앞에서는 일부 인권단체의 피켓 시위가 벌어졌고 관객들에게는 팔레스타인 관련 유인물과 관람 거부를 상징하는 '안대'가 배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첫 상영날이었던 지난 3일 감독과 배우가 참여하기로 했던 관객과의 대화(GV)는 돌연 취소됐다.
     
    영화를 본 관객들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여러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한 관객은 "영화를 본 후 그제서야 극장 앞에서 사람들이 왜 피켓을 들고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며 "영화가 보여주지 않는 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5일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상영이 예정된 극장 앞에서 1인 피켓 시위가 열린 모습. 독자 제공5일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상영이 예정된 극장 앞에서 1인 피켓 시위가 열린 모습. 독자 제공 
    올해로 29번째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매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를 담아왔지만, 영화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갈등이 불거지며 여러 논란과 고민도 겪어왔다.
     
    앞서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를 규탄하기 위해 러시아 국책 영화나 전쟁에 협력하는 감독의 영화는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BIFF 조직위원회는 "러시아 영화를 전혀 틀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국가관을 연다거나 국가에서 지원한 국책영화 등의 작품은 선정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낸 바 있다.
     
    지난 2019년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다룬 다큐멘터리 '페이스리스'를 초청해 상영하기도 했다. 제니퍼 응고 감독이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당해 수백만 명의 홍콩 시민이 '홍콩 범죄인 송환법' 저지 시위에 참여해 투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뷰이를 비롯한 감독이 신원이 밝혀질 경우 위험할 수 있어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례적으로 안전상의 이유로 감독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응고 감독도 극장 내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의 대화(GV)를 진행한 후 촬영한 사진 등은 지우거나 공유하지 말아달라고 관객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10년 전인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과정에서는 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을 다룬 영화 '다이빙벨' 상영 문제로 큰 논란을 겪었다. 

    당시 부산시는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작품"이라며 영화제 측에 다이빙 벨 상영 취소를 종용하면서 '외압'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에도 '쇄신'을 이유로 대대적인 점검 등에 나서면서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길들이려는 시도'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작품 상영 결정에 대해 일부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가족은 "정치적으로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담겼다"며 상영 취소를 촉구하기도 했다.
     
    BIFF 조직위는 당시 "상영을 반대하는 입장과 찬성하는 입장 모두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영화는 사안에 대해 찬반을 떠나 소통하자는 거다. 외압에 상영을 취소한 사례는 없다"며 예정대로 상영을 강행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 김혜민 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 김혜민 기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선정과 관련해서도 BIFF 측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BIFF 홍보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경우 선정 이후 여러 반대 의견이 있다는 걸 외부에서 전해들은 입장"이라며 "작품 선정 이유에 대해서는 예민한 사안인 만큼 공식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누군가의 정치적 의견이나 특정 단체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작품 선정을 취소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정위원회나 집행부에서 선정한 작품이기 때문에 이를 취소할 경우 영화제의 독립성이 다칠 수 있다. 이건 영화제가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피켓을 드는 건 표현의 자유니까 물리적으로 막지 않는다. 안전사고에 대비해 경호 인력 등을 추가 배치해 대응하는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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