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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위기와 중국 반도체굴기[베이징노트]

국제일반

    삼성전자 위기와 중국 반도체굴기[베이징노트]

    핵심요약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 악화에 위기론 확산
    중국 반도체 기업 저가 공세도 실적 악화에 영향
    중국 반도체 굴기 선언하며 반도체 산업에 집중 투자
    범용 반도체 이어 고사양 반도체도 '기술 독립' 속도전
    반도체 인재 끊임없이 수혈…'이공계' 우대·선호도 한몫
    중국 도전에 기업은 물론 정부도 함께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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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자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초격차' 전략으로 30년 넘게 D램 시장에서 1위를 유지했던 삼성전자의 위기는 한국 경제 전반에 뼈아픈 일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첨단 공정에서 뒤처진 것이 삼성전자 실적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반도체 업계의 저가 공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현재는 범용 반도체 부문에서 저가 공세를 벌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갉아먹고 있는데,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더 위협적이다.

    중국은 지난 2010년대 초부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를 시작했다. 2014년에는 1387억위안(약 26조 5천억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 산업 투자펀드'를 설립했다.

    이어 2015년에는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을 공개했고,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반도체 굴기'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시 주석은 "반도체는 제조업의 심장"이라며 "반도체 분야에서 중대 돌파를 이뤄내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최고봉에 올라서야 한다"라고 반도체 기술 독립을 독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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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다만 범용 반도체에 있어서는 중국 기업들의 수준이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와 있으며, 고사양 반도체 역시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인 D램 생산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의 내년 4분기 웨이퍼(기판) 생산능력 점유율 전망치는 15.4%로 올해 4분기 보다 3.6%p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마이크론(17.4%)과 맞먹는 수준으로 이는 반도체 치킨게임 이후 2012년부터 유지돼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론 등 3사의 과점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점구조 붕괴는 곧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다 CXMT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중국은 고사양 반도체에서도 빠른 기술 독립을 이뤄내고 있다. 실제 중국 최대 IT기업 화웨이는 지난해 8월 자체 개발한 7㎚급 고사양 반도체를 장착한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고사양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해 5년여간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했는데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와 협업으로 고사양 반도체를 자체 개발·생산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국 엔비디아의 첨단 AI(인공지능) 반도체 H100에 필적하는 신형 반도체를 개발해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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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고사양 반도체의 수율(합격품 비율)이 떨어져 수익성이 낮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것이 바로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다.

    정부 지원과 함께 중국 반도체 산업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끊임없이 수혈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고액 연봉을 보장하는 '치밍' 프로그램을 활용해 해외에서 우수한 인재를 은밀히 끌어모으고 있다.

    주택 구입 보조금은 물론 한화로 최대 9억원의 계약 보너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MIT, 하버드, 스탠포드 대학 출신 인재들이 모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중국 당국이 깊숙히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과 미국 등에서는 '산업스파이'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보다 나은 대우에 스스로 중국행을 택하는 이들을 막기가 쉽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이공계'를 우대하고 선호하는 중국의 사회 분위기 역시 고학력 인재들이 반도체 분야로 몰리는데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가 발표한 '2024년 가장 인기 있는 상위 10개 학과'에서 전기공학및자동화학과가 1위, 전자정보학과가 2위, 기계설계제조학과가 3위 컴퓨터공학과가 4위를 차지했다.

    저장성교육고시원 자료에서도 올해 상하이 소재 대학 가운데 지원 점수 커트라인이 가장 높은 곳은 상하이자오퉁대 컴퓨터과학기술학과였고, 이어 같은 대학의 전자정보학과와 AI학과, 푸단대 이과실험학과 순이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인재 확보를 위해 앞다퉈 임직원들의 연봉을 높이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반도체 업계 신입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2018년 20만위안(약 3800만원)에서 지난해 40만위안(약 7600만원)으로 두 배 인상됐다.

    10여년간 이어온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과를 내기까지 앞서 언급한 정부 지원과 인재 수혈이라는 두가지 측면이 크게 작용해왔다. 이는 삼성전자 실적 악화로 촉발된 한국 반도체 산업 위기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하수'로 평가되던 중국은 앞으로도 더많은 돈과 인력을 투자해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등 민간 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역시 머리를 싸매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전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한국에 밀려 몰락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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