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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상 첫 외출' 감동 일성…"곧 만 54세가 됩니다"(종합)

책/학술

    한강 '노벨상 첫 외출' 감동 일성…"곧 만 54세가 됩니다"(종합)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포니정재단은 올해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작가 한강 씨를 선정했다. 시상식에는 한강 작가를 비롯해 재단 이사장인 정몽규 HDC 회장,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부인 박영자 씨 등이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이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포니정재단은 올해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강을선정했다. 시상식에는 한강을 비롯해 재단 이사장인 정몽규 HDC 회장,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부인 박영자 씨 등이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가진 첫 공개 행보에서 감동적인 일성을 전했다.

    한강은 17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올해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수상 소감을 전하기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원래 이틀 전으로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는데, 그것을 진행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하지 않으셨어도 되고, 이 자리를 준비하신 분들께도 이만큼 폐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다.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란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지구촌이 전쟁의 비극으로 시름하는 현실을 고려해 수상 기자회견을 고사하는 등 두문불출해왔다. 이날 시상식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 뒤 가진 첫 공개 행보였던 만큼 그를 만나려는 취재진과 시민들로 행사장 주변이 일찌감치 북적였다.

    "한강 노벨상 소식에 3일 동안 밥이 안 넘어가더라고…"


    17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서 취재진과 시민들이 한강 작가의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정재림 기자17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서 취재진과 시민들이 한강 작가의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정재림 기자
    이날 취재진은 시상식이 진행된 건물 안팎에서 한강을 기다리며 장사진을 이뤘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한강을 보기 위해 기다렸다. 그의 저서를 꼭 쥔 시민들도 있었다.

    청주에서 올라왔다는 박인기(72)씨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니 작가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왔다"며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으니 (설레어서) 삼 일 동안 밥이 안 넘어갔다. 세월호 참사 때는 일주일 동안 밥을 넘기기 힘들었는데, 완전히 다른 감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 부커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한강 작품을 쭉 읽고 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외국인도 한강을 기다리고 있었다. 파키스탄에서 온 라마는 "출장차 한강 작가의 일정을 들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며 "(한강은) 파키스탄에서도 유명하다"고 밝혔다.

    한강은 이날 수상 소감을 통해 작가로서 보낸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그는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삼십년이 되는 해"라며 "이상한 일은, 지난 삼십년 동안 제가 나름으로 성실히 살아내려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마치 한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지는 반면,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은 마치 삼십년의 곱절은 되는 듯 길게, 전류가 흐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특히 "약 한 달 뒤에 만 54세가 된다.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이라며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가운 새 책 소식도 전했다. 그는 "지금은 올 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다"며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알렸다.

    아래는 한강이 전한 포니정 혁신상 수상소감 전문


    작가 한강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소감
    원래 이틀 전으로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진행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하지 않으셨어도 되고, 이 자리를 준비하신 분들께도 이만큼 폐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찾아와주셨으니, 허락해 주신다면 수상소감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간략하게나마, 아마도 궁금해하셨을 말씀들을 취재진 여러분께 잠시 드리겠습니다.

    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습니다. 무척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하였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립니다.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랍니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은 올 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는 저와 연결되는 통로를 통일하여서 모든 혼란과 수고, 제 주변 사람들의 부담을 없애고자 합니다. 제가 출간한 책들에 관련된 일들은 판권을 가진 해당 출판사에 부탁드리고, 그 카테고리에 잡히지 않는 모든 일들은 문학동네 담당 편집자의 이메일로 창구를 일원화하겠으니 부디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제, 이 자리를 위해 준비해온 수상소감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술을 못 마십니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한 모든 카페인도 끊었습니다. 좋아했던 여행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 사람입니다.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합니다.

    그렇게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입니다.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대로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제가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설을 막상 쓰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길을 잃기도 하고, 모퉁이를 돌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설 때 스스로 놀라게도 되지만, 먼 길을 우회해 마침내 완성을 위해 나아갈 때의 기쁨은 큽니다. 저는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삼십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상한 일은, 지난 삼십년 동안 제가 나름으로 성실히 살아내려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마치 한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지는 반면,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은 마치 삼십년의 곱절은 되는 듯 길게, 전류가 흐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됩니다.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입니다. 물론 70세, 80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그것은 여러 모로 행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니, 일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쓰다 보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말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습니다.

    지난 삼십년의 시간 동안 저의 책들과 연결되어주신 소중한 문학 독자들께, 어려움 속에서 문학 출판을 이어가고 계시는 모든 출판계 종사자 여러분과 서점인들께, 그리고 동료, 선후배 작가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다정한 인사를 건넵니다. 저를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분들과 포니정재단의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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