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았던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것을 두고 여야가 국정감사 과정에서 종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수사팀을 지휘했던 이창수 중앙지검장은 '김 여사를 기소하는 게 오히려 정치검사'라는 답변을 하면서도 '도이치 사건으로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적은 없다'고 밝혀 부실수사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창수 지검장 "기소하거나 미루면 정치검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감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단연 전날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다.
이 지검장은 이날 국감에서 "많은 분들이 이 사건을 기소하는 게 제게 훨씬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제가 정무 판단이 부족한지는 모르겠지만, 정무적으로 얘기하는 분들은 그런 얘기하는 분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검사는 기록을 보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검사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는데, 아무리 정치적으로 어떤 요구를 받는다고 해서 그것을 기소한다거나 처리를 미루는 게 더 정치검사"라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기록을 보고 판단하고 수사 검사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며 "수사팀 의견을 듣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전날 (불기소)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전날 김 여사 불기소 처분에 대해 기자들 앞에서 무려 4시간 동안 1분도 쉬지 않고 설명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고, 주가조작 선수들과 직접 연락한 적도 없으며, 전문 투자자가 아니라는 점 등이 불기소 이유였다.
"도이치, 영장 청구 안 했다"…부실수사 논란 자초
하지만 국감장에서는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지검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도이치 사건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 안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형식적으로 보면 그게 맞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의 답변은 전날 검찰이 4시간에 걸쳐 김 여사 불기소 처분의 이유를 설명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전날 수사팀은 브리핑을 통해 "2020년 11월 (김 여사에 대한) 휴대전화와 사무실 등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다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하려 했지만,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하는 바람에 못 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 위원장은 "그런데 왜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고 발표한 건가. 거짓말한 것"이라고 질타했고,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소리쳤다.
이 지검장은 "거짓말은 아니다. 당시에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서 코바나컨텐츠 사건과 도이치 사건을 같이 수사했다. 수사를 진행하면서 권모씨와 사건 피의자(김 여사)가 같은 사람이라 수사팀이 어떤 때에는 같은 피의사실을 쓰고, 어떤 때는 단독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이 지검장이 말한 권씨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 주가조작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후 여야는 김 여사에 대한 검찰수사가 부실했는지를 놓고 설전을 주고받으면서 한때 국정감사가 파행되기도 했다.
이에 중앙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도이치, 코바나에 대해 함께 수사가 이뤄졌다는 사실과 수사 초기 김건희에 대한 압수영장이 기각됐다는 사실이 함께 전달되면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브리핑에서 수사팀이 김 여사를 '계좌주'라고 했고 '계좌주에 대한 압수 영장을 청구한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는데, 그 뜻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날 저녁 늦게 중앙지검으로부터 도이치 사건 관련 영장에 대한 자료를 건네받은 뒤 "도이치 사건 관련해서 33곳을 압수수색 했다. 그런데 김 여사나 최은순씨는 압수수색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2차 주포 김모씨 그리고 염모씨, 블랙펄 등은 다 (압수수색) 했는데 왜 김 여사와 최은순씨는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압수수색을) 했다면 유죄 입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與 "없는 죄 만들면 안 돼" vs 野 "검찰, 김건희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김 여사 불기소 처분을 두고 여야는 정면으로 충돌했다. 오전에는 질의가 시작되기도 여야가 설전을 주고받다가 한때 국감이 멈추기도 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제가 알기로 2020년과 2021년 코바나컨텐츠에 대한 협찬 관련 영장 말고는 제대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며 "이것은 대국민 사기극이고 엄청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김 여사와의 관련성을 밝히기 위해 온갖 영장들을 많이 청구했었고, 계좌 추적도 많이 했다"며 "모든 영장에 대해 전체적으로 어떤 영장이 기각됐고, 어떤 것이 발부됐는지 현황을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의 전반적인 수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서 의원이 "숨길 걸 숨기세요"라고 강하게 항의하자, 주 의원은 "보도가 나왔다. 신문 좀 읽으세요"라고 맞받아치며 소란이 발생하면서 국감 시작 1시간여 만에 10여 분간 정회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이번 사건은) 한 마디로 진실은 감추고 거대하게 부풀려진 정쟁의 산물"이라며 "영부인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해서 없는 죄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거가 차고 넘치는 이재명 대표 사건에는 정치 보복이니 당장 멈추라고 하면서 김 여사에 대해서는 야당 정치인 전체가 나서 유죄가 확실하다면서 여론 재판을 하고 있다"며 "아마 (김 여사가) 기소됐다면 당장 구속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대통령 부부를 위해 검찰이 친위 수비대, 중전마마를 보위하는 신하, 김 여사가 만든 쓰레기를 치워주는 해결사로 전락했다"고 맹비난했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은 "검찰이 김 여사 로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4시간 동안 검찰의 브리핑은 마치 변호사가 자신이 변호하는 의뢰인에 대해 최후 변론 요지서를 낭독하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