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 2차전 완패한 삼성의 더그아웃. 연합뉴스지난 21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시작되기 직전.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해야 하는 KIA 타이거즈 베테랑 타자 최형우는 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바라는 점 2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최대한 빠르게 시리즈를 끝내고 싶다는 점이었다. 이유는 삼성에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삼성에 젊은 선수들이 많아서 한 번 기세를 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분위기를 주기 전에 저희가 최대한 빨리, 4차전 만에 끝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타격에서 삼성을 앞서고 싶다고 했다. 삼성은 플레이오프(PO) 4경기에서 홈런 9방으로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를 무너뜨렸다. 올 시즌 팀 홈런도 전체 1위. 리그 144경기에서 총 185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최형우는 "삼성이 물론 홈런을 많이 쳤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 KIA도 대구에 갔을 때 엄청 많이 쳤다"며 열의를 불태웠다.
한국시리즈가 2차전까지 종료된 현시점. 삼성은 광주에서 열린 2경기를 모두 내주며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최형우가 삼성의 장점으로 언급한 '어린 선수들의 기세'와 '장타력'을 두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우선 올 시즌 삼성 최고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김영웅의 경기력이 아쉽다. 김영웅은 올 시즌 126경기에 출전해 홈런 28개 안타 115개를 때리며 타율 2할5푼2리를 기록했다.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기세는 플레이오프(PO)에서도 이어졌다. LG와 4경기에서 2홈런을 포함해 13타수 4안타 2타점 3득점 타율 3할8리를 작성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김영웅이 6회초 무사 1, 2루 상황 번트를 대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한국시리즈 첫 경기부터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했다. 김영웅은 지난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1차전에서 팀이 1 대 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 2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섰다. 마침 경기장에는 경기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비가 내렸고, 23일이 돼서야 재개됐다. 한국시리즈를 처음 경험하는 김영웅은 추가 득점을 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앞둔 타석에 다시 서기까지 2박 3일을 기다려야 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기습 번트를 선택한 김영웅의 타구가 포수 앞에 떨어졌고, 진루 없이 아웃카운트만 한 개 더 올라갔다. 결국 6회초 삼성은 추가점을 뽑지 못한 채 이닝을 마쳤고, 이어진 경기에서 5실점 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력은 살아나지 못했다. 김영웅은 이번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안타 1개만 기록 중이다. 타율은 1할1푼1리, 삼진은 6번이나 당했다.
삼성의 영건 투수 황동재는 씁쓸한 한국시리즈 데뷔전을 치러야 했다. 2차전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1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강판했다. 이날 ⅔이닝 5피안타 1볼넷 5실점의 성적만 남겼다.
이 밖에도 PO 1차전에서 LG를 괴롭혔던 외야수 윤정빈은 한국시리즈에서 안타가 없다. 중견수 김지찬 역시 광주에서 1안타만 기록했다. 유격수 이재현은 2차전 경기 도중 왼쪽 발목에 통증을 호소해 교체됐다.
계속되는 삼성 박병호의 침묵. 연합뉴스젊은 피의 기세가 꺾인 것도 고민거리지만 삼성의 주특기인 장타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박진만 감독은 2연패 뒤 "이기려면 장타가 나와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타점이 안 나왔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대구에서는 장타를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홈런 1위 팀'이 장타가 나오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1차전 김헌곤뿐. 2루타는 1차전 강민호, 2차전 류지혁이 뽑아낸 게 전부다. 3루타는 없다.
무엇보다 중심타자 박병호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한국시리즈 두 경기 연속 무안타다. 삼진은 4개나 된다. 특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 6회초 1사 1, 2루 결정적인 상황에서 삼진으로 돌아섰다. 부진은 한국시리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PO에서는 4경기 13타수 3안타에 그쳤다.
다행인 점은 박병호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강했다. 올 시즌 23개의 아치를 그렸는데, 이 중 14개가 대구에서 나왔다. 또 KIA 3차전 선발인 외국인 투수 에릭 라우어에게도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8월 11일 광주에서 라우어의 KBO리그 데뷔전을 망쳤다. 이날 박병호는 라우어를 상대로 홈런 1개를 포함 2타수 2안타를 뽑아내고 팀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비를 피하는 삼성 선수들. 연합뉴스삼성은 안방으로 돌아가 대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삼성이 자랑하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과 '거포 군단'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홈런포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