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하림 SNS 화면 캡처가수 하림이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추모곡을 부르기에 앞서 공유한 관련 글로 시민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하림은 지난 26일 SNS를 통해 "어릴 때 함께 일했던 음악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지인이자 동시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유진의 아버지"라고 운을 뗐다.
"전화한 이유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에 부를 노래를 한 곡 만들었는데, 주변 이름난 가수들 중 누구도 선뜻 불러주겠다는 사람이 없어, 이미 여러 번 함께 했지만 이번에도 같이 할 수 있을지 미안해 하며 물어왔다."
그는 "다들 가을이라 바쁜 걸까. 나도 오늘 창원에 일정이 있었지만 일정을 조정해서 급히 돌아오는 기차표를 끊어야 했다"며 글을 이었다.
"표가 없어 틈날 때마다 예매 창을 확인하는 나를 보며 아내가 지나가듯 말한다. '이제 오빠도 그만하지…' '왜?' '그냥… 너무 슬퍼서…' (아내는) 이름에 덧씌워지는 슬픔에 대해 걱정하는 듯했다. 무엇보다 비긴어게인에 출연하던 나를 좋아하던 아내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서는 무대와 주변 사람들이 달라지는 게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하림은 "대중 가수는 어릴 때는 이름을 알리려고 애쓰다가, 어느 순간이 지나면 기억된 이름을 지키려고 애쓴다"며 "나는 이름은 지키기보다는, 세상에 녹아 사라지는 게 더 아름답지 않나 종종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름이라는 게 우리가 원해서 갖게 된 것도 아니고, 죽고 나면 모든 것은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래도 동시대 사람들의 감정들에 촉매가 되어 함께 사라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잊혀진다'는 그 노래도, 결국은 노래와 함께 잊으라는 이야기니까."
그는 특히 "동시에 노래가 기억을 저장하는 힘을 가진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함께 붙들고 가려고"라며 "그 일이 있고 세 번째 겨울을 앞두고 있다. 올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까. 바위 같은 슬픔들이 여러 번 얼고 녹음을 반복하다 언젠가 모래처럼 부서져서 결국 바람에 날아갈 정도로 가벼워지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하림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무대에서 추모곡 '별에게'를 불렀다.
그는 이날 무대에 올라 "2년이 지나고 다시 또 겨울을 앞두고 있다. 올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 지 걱정이 된다. 그 추위에 여러분은 얼마나 슬프고 긴 겨울을 보낼 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저는 노래로 마음을 전할 수밖에 없기에, 한 사람으로서 한 음악가로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유진양 아버지 최정주님이 만든 노래를 부르기 위해 나왔다"며 "최유진양은 음악가였다. 아마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저의 후배로 같이 활동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같은 음악가의 마음으로 떠나간 희생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면서 아버님이 만든 노래 '별에게'를 부르겠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노래 '별에게' 가사
별에게 |
나는 아직 너를 보내지 못한다 / 너는 아직 너는 내 안에 숨쉰다 / 나는 아직 너를 보낼 수가 없다 / 너만 오직 너만 내 안에 있단다 / 수많은 날들이 있었고 / 빛나던 너가 있었고 / 아름다웠던 우리가 있었다 / 이렇게 덧없이 떠날 줄 난 미처 알지 못했고 / 눈을 감아도 선명한 네 얼굴 / 나는 네가 있어 웃을 수 있었다 / 우린 아직 못한 말들이 많잖아 / 나는 다시 너를 만나야 한다 / 너는 오직 너는 내 심장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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