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CBS뉴스는 종교개혁 507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의 진정한 의미와 오늘날 한국교회의 과제에 대해 돌아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한국교회가 개혁과 갱신을 위해 가져야 할 태도와 방향성을 살펴봅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7년 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개혁 과제들을 내세우며 갱신과 개혁을 다짐했던 한국교회.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그 과제들은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추락했고, 교회 안의 갈등과 대립, 분열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오늘날 교회의 배타적 태도와 공격성은 세상을 향해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며 "교회가 먼저 공동체성과 공공성에 바로 눈을 떠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를 세상에 흘려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한국교회가 근본적인 태도와 방향 설정에서부터 다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동안 교회가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그 방법과 태도가 과연 예수 그리스도의 길이었는지 돌아봐야 한단 겁니다.
이들은 "십자가의 정신은 고난과 희생, 낮아짐, 자기 부인"이라며 "오늘날 한국교회가 지적받고 있는 성장주의나 배타적 태도, 이기적인 신앙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병식 교수 / 서울신학대학교, 한국루터학회 회장]
"고난과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서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것이 바로 '십자가의 신학'이라는 거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십자가는 가혹한 것이고, 또 어리석은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십자가의 길 끝에는 영광된 하나님의 나라가 있고, 구속이 있고, 화해가 있고, 사랑이 있고, 평화가 있다는 거죠. 하나님의 일하는 방식 자체가 (세상과는) 정반대로의 방식이다…"
신학자들은 "한국교회가 대형화 되면서 돈과 물질, 힘과 권력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했던 중세교회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우려하며 "교회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십자가의 길인지 십자군의 길인지 정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방향과 관심은 철저하게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약자에게 있었다"며 "예수의 복음, 즉 이사야서 61장에 나타난 하나님나라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교회의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덕만 교수 / 백향나무교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
기독교가 살아있고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방법은 끊임없이 위에 있으려고 하는 사람들,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자기를 비워서 낮은 자에게 내려가는 거예요. 올라가면서 만들어낸 사회적 약자들, 부산물들, 호모 사케르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존재), 이런 사람들을 하나님은 계속해서 찾아가셨고, 그들도 이쪽에서 같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든 것이거든요.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오늘날 교회는 초대교회의 친밀한 교제와 돌봄, 공유 정신을 잃은 채 효율성과 확장을 추구하는 일반 사회 조직처럼 변질되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신앙은 개인주의화 되고 교회엔 권위주의적인 구조가 고착화되었다"며 "공감과 대화, 협의 보단 정죄와 배제, 반목이 만연하게 됐다"는 분석했다. 교회 밖 세상을 향해서도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보단 겸손과 섬김으로 화해자의 직분을 감당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전쟁과 갈등, 분열, 반목이 심화되며 일상마저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상황에서 교회는 세상을 향해 독생자를 보내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몸소 보여주는 공동체가 돼야 한단 겁니다.
[정재영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성경에서 우리에게 말씀하고 있는 것은 제사장의 역할이지 않습니까? 제사장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과 세상을 화해시키는 그런 역할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우리가 정죄하기보다는 좀 겸손한 태도로 섬기면서 세상과 화해를 추구하는, 요즘 이제 '환대'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만 그런 태도가 필요한데…"
한편,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한국교회가 오늘날 마주한 다양한 위기 앞에서 화살을 교회 밖으로만 돌려 스스로를 성찰하는 눈을 흐리게 해선 안된다"며 "진정한 개혁은 언제나 나 자신으로부터의 철저한 회개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정선택]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