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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껌딱지', 레알 가능한가요?"…主양육자 아빠들의 이야기

사회 일반

    "'아빠 껌딱지', 레알 가능한가요?"…主양육자 아빠들의 이야기

    편집자 주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5년 전, 2114년 출간될 소설을 노르웨이 미래도서관에 전달했습니다.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 수신자인 아들은 물론, 다음세대의 생존도 담보할 수 없는 먼 미래를 향해 그는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있을 것이란 불확실한 가능성을 믿어야만 한다"고 밝혔습니다. 작가가 붙잡은 "근거가 불충분한 희망"은 창사70주년을 맞은 CBS노컷뉴스가 <아이가 있는 삶, 미래와의 협상>을 준비한 절실함의 또 다른 이름일 것입니다. 저출생 문제의 당사자이기도 한 기획팀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부터 출발해 '추세 반전'의 실마리를 찾는 데까지, 다섯 꼭지에 걸쳐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살펴봅니다.

    [CBS 창사70주년 특별기획: '아이가 있는 삶, 미래와의 협상'②]
    더 이상 아내의 '대체자'로 만족 않는 '요즘 아빠'들 밀착취재
    육아휴직 쓴 노동자 10년 새 2배 늘 동안 男수급자 15배 이상↑
    '무안 다둥이네' 부성씨, 생활터전·직장 수차례 옮겼지만…"후회없어"
    출장 간 엄마 없는 1박도 돌봄 거뜬…"여럿이라 더 힘들다? 생각 차이"
    이른 퇴근 후 저녁식사 준비까지 아들들과 친밀한 일상 보내는 황영씨
    "첫째 땐 '빵점 아빠'…아이 감정적으로 대하는 등 방법 몰라 힘들었다"

    ▶ 글 싣는 순서
    ①"이기적 MZ라고요?"…청년이 말하는 '출산의 조건'
    ②"'아빠 껌딱지', 레알 가능한가요?"…主양육자 아빠들의 이야기
    (계속)
    지난 6월 25일 아침, 셋째 나은이를 안고 어린이집에 입고 갈 옷을 고르는 '4둥이 아빠', 이부성씨.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지난 6월 25일 아침, 셋째 나은이를 안고 어린이집에 입고 갈 옷을 고르는 '4둥이 아빠', 이부성씨.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국민그룹' 지오디(god)가 밀레니엄 시대 전성기의 인기를 구가하게 된 회심의 '킥' 중 하나는 아무래도 MBC 예능프로그램이었던 <god의 육아일기>(2000년 1월 9일~2001년 5월 12일)가 아닐까. 당시 학창시절을 보내며 god의 히트곡들을 향유한 세대인 창사기획팀은 첫 방송 당시 돌이 채 안 됐던 '재민이'와 꽁냥꽁냥(!)했던 멤버들의 모습을 선명히 기억한다.
     
    특히 god 숙소를 처음 찾은 재민이가 낯선 환경에 잠 못 이룰 때 이를 어르고 달래며 '왕엄마'란 별명을 얻은 손호영의 모습
    은, 남자도 이토록 살가운 돌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줬다. 남성들의 '리얼 육아예능'은 이후 MBC <아빠! 어디 가?>(2014~2015), SBS <슈퍼맨이 돌아왔다>(2013~現)와 올 4월부터 방송 중인 채널A의 <아빠는 꽃중년> 등으로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10년 전부터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50%를 넘기며(2014년 기준 51.5%, 통계청) '맞벌이'가 일반화된 사회상과 함께 육아가 더 이상 엄마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다만, 아빠의 상대적으로 허술한 돌봄이 웃음 포인트가 된다는 점에서 아직 '돕는'(서브·sub) 보조자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CBS노컷뉴스는 더 이상 아내의 '대체자'에 머물지 않는 '요즘 아빠'들을 주목하려 한다. 단순히 육아부담의 성별 편중을 지적하는 데서 나아가, 이전 시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MZ 아빠'들의 인식을 토대로 '공동육아'의 질적 제고를 고민할 시점이란 문제의식에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 급여를 받은 근로자는 12만 6천 명으로 10년 전(2013년 6만 9587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고, 남성 수급자는 15배 이상 급증(2293명→3만 5336명)했다. 물론 아직도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사상 최고치(전체 32.3%)였던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남녀 격차는 상당하다. 하지만 적어도 가사·육아를 '내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요즘 아빠'는 보기 드물어졌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올해 4월 기혼남녀 약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6.6%는 '내가 생각하는 요즘 아빠'의 조건으로 '공동육아'를 꼽았고, 10명 중 3명(29.2%)은 '아빠로서 누리고 싶은 권리'의 핵심키워드로 '육아시간'을 들었다. 남성의 '육아할 권리'가 동등하게 보장되지 않는다면, "선진국 수준의 일·가정 양립"을 이루겠단 정부의 저출생 대책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에 기획팀은 일과 가정을 '저글링'하며 주(主) 양육자가 되고자 분투하는 아빠들을 네 편에 걸쳐 다룬다. 첫 순서로 '아빠는 그저 거들 뿐'이란 세간의 오랜 통념을 거스르는 K-육아대디 관찰기를 싣는다.
     

    #1. "육아는 끝이 없어요"…사는 곳·하는 일 '기꺼이' 바꾼 4둥이父

    아이 넷을 1박 2일 동안 홀로 돌보며 이부성씨가 남긴 한 마디. "육아는 진짜 끝이 없어요."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아이 넷을 1박 2일 동안 홀로 돌보며 이부성씨가 남긴 한 마디. "육아는 진짜 끝이 없어요."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전남 무안고속터미널에서 차로 30여 분 떨어진 이부성(36)·안하늘이(37)씨 부부의 집은 구옥을 개조한 정겨운 주택이었다. 안마당에 가지런히 주차된 4남매의 미니카와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기획팀이 '다둥이네'에 도착한 지난 6월 26일 수요일 아침 7시, 사위는 고요했다.
     
    아이들이 드나들기 편하게 턱을 없앤 현관 중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서니, 방금 기상한 아빠 부성씨가 주섬주섬 정장을 막 챙겨 입은 뒤다. 입구 바로 맞은편 방에 깔린 매트 위 옹기종기 누워 있는 남매들은 아직 꿈나라다. 부성씨는 "나현아, 학교 가야지"라며 장녀를 가장 먼저 깨운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가 일어나자, 언니 발치에 자고 있던 셋째 나은과 이제 생후 200일을 넘긴 막내딸 나진이 꼬물거렸다.
     
    나현과 둘째 태후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미적대는 사이, 부성씨는 서둘러 나진이의 기저귀부터 갈았다. 전날 미리 골라둔 착장 대령에도 잠투정을 부리는 태후의 모습이 익숙한 듯 아빠는 분무기와 빗을 들고 와 아들의 곱슬머리를 슥슥 빗겼다.
     
    요새 한창 '공주 놀이'에 빠진 나은이는 아빠가 서랍에서 집어든 옷이 맘에 들지 않는다. 고개만 도리도리 젓던 딸내미의 '원픽'은 붉은색 줄무늬 문양의 치마다. 벌써 오전 7시 50분. 부성씨가 주방에서 나진이 분유를 타는 동안, 나현은 혼자 의젓하게 머리를 빗고 머리끈을 골랐다. 막내가 아빠의 품에 안겨 젖병을 빠는 동안 삼남매는 아빠가 꺼내둔 짜먹는 요거트 등으로 아침을 뚝딱 해결했다.
     
    도청에서 일하는 하늘이씨가 1박 2일 출장을 떠난 사이, 부성씨는 이른 아침부터 숨 돌릴 틈이 없었다. 기획팀이 전날 저녁부터 지켜 본 결과, 엄마를 잠시 찾은 아이는 어린이집 등원 직전까지 '포켓몬' 베개를 베고 있던 나은이뿐이었다. 시계가 8시 15분을 가리키자 나현이가 "아빠, 이제 나 진짜 빨리 가야 돼"라며 재촉했다.
     
    "우리 나현이는 (성격유형검사(MBTI) 상) 'T'(Thinking·사고형)예요. 차분하면서 딱 자기 할 것만 하고…태후 같은 경우가 (더) 감성적이고 눈물도 많죠. 그런데 요즘은 또 혼자 남자애라 그런지 좀 까불까불하고 셋째(나은)도 가끔 괴롭혀요. 나은이는 요새 꾸미는 걸 좋아해서 핑크색을 선호하고 집에서도 자꾸 장난감 구두, 티아라 같은 걸 착용하고 있으려 해요."
     
    아내 하늘이씨가 출장 간 새 4남매를 거뜬히 건사하는 부성씨를 보며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를 해보셨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ISTJ'(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형)라는 답이 돌아왔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아내 하늘이씨가 출장 간 새 4남매를 거뜬히 건사하는 부성씨를 보며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를 해보셨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ISTJ'(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형)라는 답이 돌아왔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전날 퇴근 이후 네 아이와 복작대며 찡그리는 얼굴 한 번 보이지 않은 '베테랑 아빠'지만, 처음부터 애 보는 게 수월했던 건 결코 아니다. 외아들이라 성장과정에서 '손아래 돌봄'을 경험할 기회도 없었다.
     
    학창시절,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다"던 부성씨는 본디 클래식 트롬본을 전공한 음악인이다. 경상도 출신이지만 대학도 서울에서 나왔다. 공연차 전국 각지를 유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그의 현 주소(초당대학교 교직원)는 자신도 상상해보지 못한 궤적이다.
     
    무안이 한 번에 도달한 종착지도 아니다. 아이가 생기며 서너 차례 생활 터전을 옮겼고, 직장과 업종도 넘나들었다. "와이프가 첫째 임신했을 때는 둘이 서울에 살았었는데, 홀몸이 아닌 와이프를 놔두고 계속 1박 2일 등 지방 연주를 다니다 보니 (안 되겠다 싶어) 부모님이 계시는 강원도로 이사를 가게 됐죠." 강원도에선 호텔 프론트에서 일하기도 했고, 장인어른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처가와 인접한 전남으로 또 다시 이사했다.
     
    부성씨는 '같이 일하고 (주말에) 같이 쉬었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말에 디자인회사를 거쳐 '나인 투 식스'(오전 9시~오후 6시 근무)인 현 직장을 잡았다. 경력에 비례하기 마련인 '벌이'만 생각하면 불가한 선택이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부성씨에겐 더 중요한 숙제였던 셈이다.
     
    아이가 많은 만큼, 빨리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연봉 수입에 이르는 것이 더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이라 생각하진 않았을까. "그런 고민도 있긴 있었죠. 지금 연봉도 (전 직장 대비) 거의 반 정도 줄여서 내려온 거거든요. (음악을 했던 이력에 더해)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도 색안경 끼고 보시는 분들이 좀 많아서…이젠 일을 하면서 공부도 좀 더 해야겠다 싶어서 경영 쪽 대학원도 다니기 시작해서 박사(과정 재학)까지 왔어요."
     
    여러 일터를 오가며 육아휴직 한 번 변변히 못 써봤으나, "(아이들이 자라는) 이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는 아빠의 마음을 알기 때문일까. 아이들은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는 기자의 우문에 '엄마'란 뻔한 대답은 내놓지 않았다.
     
    자취경력만 10여 년으로 집 안의 요리를 도맡아 온 부성씨가 전날 밤 차린 저녁 메뉴는 아이들이 귀갓길 노래를 부른 짜파게티였다. 상을 치우기 무섭게 어깨를 타고 매달리는 아들·딸을 들쳐 매고 "육아는 끝이 없어요"라며 땀을 뻘뻘 흘린 부성씨는 가정을 위해 무언가를 딱히 희생했다고 여기진 않는다고 했다. 4남매 때문에 안 해본 일이 없다 보니 "솔직히 어디를 가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는 으레 아이가 하나면 괜찮고, 여럿이면 더 힘들 거란 주변의 넘겨짚기에 대해서도 "생각의 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낮은 육아스트레스("10점이 최고점이라면 2~3점 정도")는 그 전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육아 때문에 꿈을 포기했다기보다 오히려 '악착같은 책임감'을 얻었다는 그는 "(육아에서) 제가 많은 몫을 담당하는 것 같아도, 각자 필요한 부분이 다르다. (아내와) 같이 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늘이씨는 "제가 (남편을) '공동양육자'로 생각하는 이유는 엄마가 자리를 비웠을 때 (돌봄)공백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며 "신랑이 (아이들) 친구들의 이름도 다 알고 애들이 가진 고민도 모르지 않기에 출장 일정이 생겨도 걱정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 '다둥이네' 집 안 부엌벽 한가운데엔 안하늘이씨가 남편 이부성씨의 생일을 맞아 쓴 편지와 장식물이 부착돼 있었다. "부성인 내 삶에 선물이야. 사랑해"란 문구가 눈에 띈다. 이은지 기자전남 무안 '다둥이네' 집 안 부엌벽 한가운데엔 안하늘이씨가 남편 이부성씨의 생일을 맞아 쓴 편지와 장식물이 부착돼 있었다. "부성인 내 삶에 선물이야. 사랑해"란 문구가 눈에 띈다. 이은지 기자 

    #2. 타고난 '다정다감'·'육아만렙' 없다…"우리 애니까 진심일 뿐"

    지난 7월 25일 기자가 찾은 인천 부평구 소재 주황영씨 집에는 두 아들(현준·하준)의 사진이 빼곡했다. 황영씨의 스마트폰 역시 형제의 영상과 사진으로 '포화 상태'다. 이은지 기자 지난 7월 25일 기자가 찾은 인천 부평구 소재 주황영씨 집에는 두 아들(현준·하준)의 사진이 빼곡했다. 황영씨의 스마트폰 역시 형제의 영상과 사진으로 '포화 상태'다. 이은지 기자 
    인천 부평구에 사는 주황영씨는 8살 현준이와 6살 하준이, 두 아들을 키우는 40대 후반 아빠다. 당초 마포에 살았던 '서울러'로, 결혼 후 연고가 없는 곳에 터를 잡았다는 점은 부성씨와 비슷하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외향적 성격의 황영씨는 원래 결혼 생각이 별로 없었다. 같이 운동하던 친구의 소개로 만난 '운명'인 아내와 6년간의 연애 끝에 꾸린 가정과 출산은 예기치 않은 인생의 분기점이었다.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가 되기로 결심하면서는, 생업도 확 바뀌었다.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은 공장을 운영하며 식품제조업에 종사 중인 황영씨의 퇴근시간은 놀랍게도 오후 3시다.  
     
    지난 7월 25일, 기자와 만난 황영씨는 유치원 하원시간에 맞춰 하준이를 픽업하러 가는 길에 "전에는 보험사와 연계한 차량 렌트업을 했었다. 그런데 (교통)사고가 언제 날지 모르다 보니 새벽에도 전화가 오고, 휴일·명절 구분이 안 되는 게 힘들더라"고 말했다. 큰맘 먹고 전업한 지 올해로 어느덧 3년. 10인 미만인 업체 규모를 더 키우지 않는 것 또한 지금의 루틴을 지키기 위한 의식적 결단이다.
     
    학교 방학 중 '방과후돌봄'을 마친 첫째 현준이까지 차로 데려오고 나면, 물리치료사인 아내가 퇴근해 온 식구가 저녁을 먹기까지 육아는 온전히 황영씨의 몫이다. 아빠를 향한 두 아들의 반가움은 친밀한 육탄전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준이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운전대를 잡은 황영씨 무릎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스마트폰을 보여 달라'는 조르기는 핑계로 보일 정도였다.
     
    이만하면 순간적으로 '버럭'하지 않을까 싶은 찰나에도 황영씨는 끝까지 말로 아이를 제지하며 뒷좌석으로 돌려보냈다. "많이 고쳐진 거예요. (예전에는) 진짜 소리도 많이 지르고, 감정적으로 이야길 많이 했었어요. 큰애 같은 경우에도, (어른들한테) 조금 버릇없어 보이거나, 아주 어렸을 때 할아버지·할머니를 (장난으로) 때린다거나 하면 와이프가 놀랄 정도로 혼냈었거든요." 

    '타고나길, 다정한 아빠 같다'고 건넨 기자의 말에 돌아온 대답이다.
     
    지구본을 끼고 아빠와 온갖 나라의 '수도 맞히기' 놀이를 즐기고 위인전을 탐독하는 첫째 현준이와 달리, 둘째 하준이는 황영씨를 닮아 "아주 활발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라고 했다.
     
    "게임에서 지거나 뭔가 (본인 생각에) 아닌 것 같다 싶으면 옷을 벗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자기 얼굴을 때리는 식으로 (할 때가 있어요)…그런데 저도 (어려서)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약간 유전이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아들에게서 예전의 자신을 보게 되자, 점차 '욱' 하는 혈기를 누르고 대처할 수 있게 됐다.
     
    '방과후'를 가는 첫째의 점심 도시락은 황영씨가 직접 싼다. '한식 스타일'인 현준이의 입맛에 맞춘 김밥과 볶음밥, 김치찌개 등이다. 요리를 따로 배운 적은 없다. 아이들을 챙기며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는 등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케이스다.
     
    "사실 (결혼 전) 좀 게으른 편이었고 이거(육아)에 재미를 붙일 거라곤 미처 생각 못했어요. (친구들끼리) 어디 가서 노는 걸 좋아하고 그랬지, 자투리 시간에 애들을 본다거나 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고요. 첫째 때는 저도 방법을 몰라서 힘들었는데…거의 '빵(0)점 아빠'였죠."
     

    유치원 선생님과 하준이에 관한 연락을 수시로 주고받는 황영씨는 해당 문자메시지들을 보여주며 "제가 훈육을 안 하고 육아를 안 하면 저희 애들을 (대신) 키워줄 사람은 없다. '우리 아이'니까 여기 대해선 당연히 (완전히) 진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하면 솔직히 남 부끄럽다. 보여지려고 '좋은 아빠' 행세를 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멋쩍게 웃었다.

    기자가 지켜본 한나절 동안 황영씨는 각각 학교와 유치원에서 픽업해온 아들들과 ABC 게임을 포함해 수많은 놀이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세 부자에겐 저녁 준비를 위한 '쌀 씻기'도 일종의 놀이였다. 이은지 기자기자가 지켜본 한나절 동안 황영씨는 각각 학교와 유치원에서 픽업해온 아들들과 ABC 게임을 포함해 수많은 놀이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세 부자에겐 저녁 준비를 위한 '쌀 씻기'도 일종의 놀이였다. 이은지 기자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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