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있는 한 외국계 전선 기업의 간부급 직원이 '인사를 안 한다'는 이유로 부하 직원의 멱살을 잡고 넘어뜨려 뇌진탕 피해까지 입게 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노동청 권고에 따라 회사가 외부 법인을 통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돼 가해자에게는 감급 수준의 징계 처분이 결정됐지만, 피해자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다가 결국 최근 퇴사했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하 직원의 목을 졸라 바닥에 넘어뜨려 다치게 한 폭행치상 혐의로 A사 차장급 직원 B씨에게 지난 8월 벌금 1백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피해자 C씨는 지난 4월 27일 발생한 이 사건으로 전치 3주의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가해자인 B씨는 회사로부터 징계 처분도 받았다. 앞서 사건 발생 직후인 4월 29일 피해자 C씨가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에 따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노동청)은 A사에 자체 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A사가 노무·법무법인을 통해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조사' 관련 결과 보고서를 보면, B씨가 작년 11월 평소 괴롭힘 피해를 호소했던 피해자에게 "고자질쟁이", "또 일러봐라"라고 말하는 등 비아냥거린 행위와 올해 4월 폭행 행위 등이 괴롭힘으로 인정됐다.
A사 관계자는 "본건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돼 인사위원회를 진행했으며, B씨에게 감급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결정한 사건이다"며 "다만, 해당 사건으로 인해 '정직' 이상의 징계를 할 경우, 부당징계로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받은 노동청은 "사업장에 개선 지도한 바 있고, 개선 지도 이행 결과 보고를 검토한 결과, 개선 지도를 이행한 것으로 확인돼 사건을 종결"한다고 피해자에게 지난 8월초 통지했다. 법원의 약식명령은 그 직후에 이뤄져 회사와 노동청 조치가 충분했는지를 두고는 물음표가 붙는다.
사건은 이처럼 표면적으론 매듭지어진 모양새지만, 피해자 C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지난달 2일 결국 퇴사했다. 그가 받은 진단서에는 "불안정한 정서와 공포에 대해 치료 중이지만, 증상의 호전이 미미해 향후 지속적인 치료와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직장 내 괴롭힘의 후유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B씨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돼 온 지난 5년 동안 관련 신고는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2437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작년 1만 5935건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1만 114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집계된 신고들을 유형별로 나눠보면 폭언이 3679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인사 조치(1537건), 험담 및 따돌림(1067건)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