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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데이트서 '더치페이'한 남편"…'선(線) 있는' 다정한 육아

사회 일반

    "첫 데이트서 '더치페이'한 남편"…'선(線) 있는' 다정한 육아

    편집자 주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5년 전, 2114년 출간될 소설을 노르웨이 미래도서관에 전달했습니다.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 수신자인 아들은 물론, 다음세대의 생존도 담보할 수 없는 먼 미래를 향해 그는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있을 것이란 불확실한 가능성을 믿어야만 한다"고 밝혔습니다. 작가가 붙잡은 "근거가 불충분한 희망"은 창사70주년을 맞은 CBS노컷뉴스가 <아이가 있는 삶, 미래와의 협상>을 준비한 절실함의 또 다른 이름일 것입니다. 저출생 문제의 당사자이기도 한 기획팀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부터 출발해 '추세 반전'의 실마리를 찾는 데까지, 다섯 꼭지에 걸쳐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살펴봅니다.

    [CBS 창사70주년 특별기획: '아이가 있는 삶, 미래와의 협상'⑦]
    '성평등한 돌봄' 배경엔…"남성도 스스로 돌보는 법 배워"
    "평등은 경제적 자립으로부터"…한국 '성별 임금격차', 스웨덴의 4배
    "스웨덴은 아이가 행복한 나라?"…엄마도, 아이도 '개인'으로 존중
    "교육, '나무 오르는 법 가르치는 것'이라면 모두 '원숭이'로 만들지 않아"


    ▶ 글 싣는 순서
    ①"이기적 MZ라고요?"…청년이 말하는 '출산의 조건'
    ②"'아빠 껌딱지', 레알 가능한가요?"…主양육자 아빠들의 이야기
    ③"'우리 아버지처럼'은 안 할래요"…요즘 아빠들의 속사정
    ④[르포]"MBTI 'T'인 아빠는 육아 젬병?"…'파더링' 현장 가보니
    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10년 후 나는 어떤 아빠일까"
    ⑥"'또' 스웨덴?"…30대 싱글여성 셋, '복지천국' 찾은 이유
    ⑦"첫 데이트서 '더치페이'한 남편"…'선(線) 있는' 다정한 육아
    (계속)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 대학 근처에 포켓볼을 치러 갔어요. 첫 데이트인데 진 사람이 밥을 사는 내기를 하자는 거예요. 굉장히 잘 치더라고요. 전 당연히 졌죠. (게임 후) 햄버거를 먹으러 갔는데, 정말 돈을 안 내더라고요. 말로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정말로 내가 내는 건가' (갸웃갸웃하며) 냈죠."

    스웨덴인 남편과의 첫 데이트를 떠올리던 서인희(40)씨가 슬며시 웃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20여 년을 산 인희씨에겐 연애사를 통틀어 "제일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한국에선 첫 데이트는 (보통) 본인(남성)이 다 코스를 짜서 장소를 통보하고 '내가 데리러 갈게', '우리 이거 하자'하고 끝났거든요." 혹시 '모태솔로인가' 싶었던 남편은 "(내기가) 싫었으면 빈말을 안 하면 되지, 왜 동의했느냐"고 했다. 매번 상대방에게 이끌림을 당하는 데 익숙했던 인희씨가 곰곰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단다.
     
    대학 시절 영문학을 전공한 인희씨는 스웨덴의 웁살라(Uppsala)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안드레아스(41)씨를 만났다. '스웨덴'과 '스위스'를 구분할 줄도 몰랐던 그가 처음부터 스웨덴에 올 요량은 아니었다. '1지망은 안 되니 무조건 2지망에 희망 대학을 넣으라'는 선배 말에 캐나다 토론토대는 후순위로 밀어두고 "(지원)목록 중 가장 웃긴 대학 이름"을 넣어 웁살라대와 연이 닿았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안드레아스와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다 2011년 스웨덴으로 이주했고 4년 뒤 결혼했다. 13년째 스웨덴에서 함께 지내는 두 사람은 현재 3살 난 외아들 테오와 스톡홀름에서 살고 있다.

    서인희(40)씨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안드레아스(41)씨를 만났다. 13년째 스웨덴에서 생활하는 중인 두 사람은 현재 3살 난 외아들 테오와 스톡홀름에 살고 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서인희(40)씨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안드레아스(41)씨를 만났다. 13년째 스웨덴에서 생활하는 중인 두 사람은 현재 3살 난 외아들 테오와 스톡홀름에 살고 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한국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했던 어머니 모습을 보며, 당초 아이에 대한 마음이 그리 크지 않았던 인희씨는 우연한 계기로 정착한 스웨덴에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가 국내 통용 의학적 기준으로 '노산'(통상 만 35세 이상이면 생물학적 노산으로 간주)에 해당하는 30대 후반에 출산을 결심하고 테오를 낳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CBS노컷뉴스는 어려서부터 스웨덴 문화를 내면화하지 않은, 성인이 되기까지 한국에 거주해 양국 간 차이를 분명히 비교할 수 있는 인물로 인희씨를 꼽았다. 가능하면 이민 전후 출산 의향에 변화가 있고, 실제로 스웨덴 현지에서 자녀를 포함한 가족을 이룬 '한국 여성'이 밀착 취재 대상이길 원했다. 인희씨와 충분한 '라포(rapport·상호 신뢰관계)' 형성을 위해 온라인 인터뷰로 두 달간 사전 취재를 진행한 기획팀은, 지난 8월 8일부터 사흘간 이 가족의 일상을 바짝 붙어 관찰했다.  

    "남성도 스스로 돌보는 법 배워"…'독박육아' 없는 이유

    지난 8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 자택에서 만난 안드레아스씨가 가족의 저녁식사로 미트볼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중요하게 갖춰야 할 능력으로 '스스로를 돌보고 청결을 유지하며, 주변을 정리하고 요리를 할 줄 아는 것'을 꼽았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지난 8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 자택에서 만난 안드레아스씨가 가족의 저녁식사로 미트볼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중요하게 갖춰야 할 능력으로 '스스로를 돌보고 청결을 유지하며, 주변을 정리하고 요리를 할 줄 아는 것'을 꼽았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테오~!" 금요일인 지난 8월 9일 오전 6시 35분쯤, 인희씨의 남편 안드레아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들 테오를 깨웠다.

    올해 초 '잠자리 분리'를 했다던 테오는 이사하면서 루틴(routine)이 깨져 도로 아빠와 잠든다고 했다. 개학을 맞은 주 느지막한 기상에도 안드레아스의 목소리는 높아질 줄 몰랐다. 현재 스타트업에 다녀 재택근무가 잦고, 비교적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 가능한 그는 힘들게 깨어난 아들과 함께 부엌으로 가 간단한 아침을 준비했다. 빵에 잼을 바르고 찹찹 썬 치즈와 오이는 곰돌이 모양 형틀로 잘라 얹으며, 식사 중에도 아들과 소소한 놀이를 즐겼다.

    아침잠이 많은 인희씨는 그 시간 동안 출근 준비를 했다. 식사를 마친 테오의 양치질, '테오의 형'인 반려견 텔리오스의 밥 챙기기도 모두 아빠 몫이었다. 그 새 '직장인'이 될 채비를 마친 인희씨는 출근길에 테오를 등원시키기 위해 유모차에 태우고 집을 나섰다. 아이가 있는 여느 맞벌이 가정과 비슷하게 바쁜 아침 시간이지만, 인희씨와 안드레아스는 누가 뭐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찾아 움직였다.  

    "우리 가족은 '남자는 설거지를 하면 안 된다거나, 집안일은 여성의 몫'이란 고정관념이 없었어요. 항상 (성별을 떠나) 중요하게 갖춰야 할 능력은 스스로를 돌보고, 청결을 유지하며 주변을 정리하고 요리를 할 줄 아는 것이었죠. 독립적으로 혼자서 그런 것들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어요. 저는 그렇게 자라왔습니다." (안드레아스)

    인희씨는 스웨덴으로 이주한 후에도 안드레아스와 4년간 사실혼 관계인 '삼보(sambo)'를 유지하다 법적 부부가 됐다. 그는 30대 중반을 넘어서 비로소 아이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인희씨는 "주변 친구들이 아이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그대로 다니고, 남편이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아이를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스웨덴 여성의 약 80% 이상이 출산 후 다시 직장에 복귀했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의 '2024년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은 여성의 '경제적 참여와 기회' 부문에서 146개국 중 12위를 차지했으며, 성별 임금 격차는 7.65%였다. 반면, 한국은 112위로 하위 30%에 속했으며, 성별 임금 격차는 31.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28년 연속 큰 차이를 보였다.

    당일 오후 5시쯤 테오의 하원도 안드레아스가 맡았다. 정해진 일과시간을 일하는 인희씨는 "남편만큼 근무 시간이 자유롭지 않아, 제가 일찍 퇴근하지 못할 때는 남편이 아이를 돌본다"며 "점심 무렵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자꾸 기침을 해 데려가라는 연락이 올 때도 남편이 간다"고 했다.

    아이 아프면 열 일 제쳐둘 수 있는 문화

    스웨덴 여성들의 높은 경제 참여율의 배경에는 '육아휴직을 쓰는 게 당연한 문화'가 있었다. 인희씨는 "스웨덴은 육아휴직을 쓰는 게 너무 당연하고, 오히려 육아휴직 기간에 회사가 더 마음을 졸인다"며 "'육아휴직 중 (해당 직원이 혹시 한눈을 팔아) 다른 회사로 이직하지 않을까' 해서 어떤 회사들은 육아휴직 후 돌아온 사람에게 더 나은 포지션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스웨덴 정부는 생후 8개월에서 12세 사이 자녀가 아플 때 아이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휴가를 내는 경우에도 최대 120일까지 소득의 약 80%를 지원하는 제도(VAB)를 운영하고 있다. 부모인 노동자에게 법적 권리로 주어지는 육아휴직조차 아직 '눈치 보며' 쓰는 한국에선 이 같은 유급휴가가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부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법하다.

    스웨덴 사회보험청 관계자는 기획팀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부정수급 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 "부모 수당과 아동 수당의 남용은 그리 흔하지 않다"고 답했다. '아프지 않은' 자녀를 핑계로 신청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관련 액수는 8억 크로나(한화 약 1,028억 원) 정도로 전체 대비 큰 비중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스웨덴 사회보험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사회보험 지출은 2,424억 크로나(약 31조 1,500억 원)로 국내총생산(GDP)의 3.8%에 해당한다. 사회보험청 관계자는 "사회보험 지출의 약 36%인 915억 크로나(약 11조 7,500억 원)가 아동·가족의 재정적 안전을 위해 사용된다"고 밝혔다. 전체 대비 비율로 따지면, 부정 수급된 비용은 유(有)자녀 가정 등에 쓰이는 사회보험 지출의 0.8% 수준인 셈이다.

    또 "지급 결정이 이뤄지기 전 제출된 서류를 확인한다"며 "위반 사례로 의심되는 경우 조사하고 부정하게 지출된 금액은 환수한다"고 부연했다.

    스웨덴 정부는 자녀가 만 18세 이상이 되면 부모에게서 자연스럽게 독립할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쳐 정책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스웨덴 정부는 자녀가 만 18세 이상이 되면 부모에게서 자연스럽게 독립할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쳐 정책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출산한 여성의 '일자리 불안'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은 학창시절부터 '경제적 자립'을 강조하는 스웨덴 특유의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보편복지 사회'의 일원으로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삶의 주체로 온전히 설 수 있을 때 구성원 간 '평등'도 가능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희씨가 교환학생 당시 가장 친했던 친구는 18살 무렵 스스로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거나 다음 학기를 위한 생활계획을 '혼자서' 짰다. 이런 친구에게 "엄마랑 아빠가 괜찮대?" 묻자 친구는 의아한 표정으로 "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성인인데 왜 부모님 생각을 물어봐야 해?"라고 되물었다.
     
    "한국에서는 대학생이라도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졸업할 때까지 부모님 집에서 지내다가, 결혼하기 직전에 독립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 세대만 해도 그런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학교에서 뭘 하더라도 저녁 9시쯤 되면 엄마한테서 '어디야?'라는 전화가 오고, 뭘 하나 하더라도 '엄마한테 물어봐야 해' 혹은 '아빠가 싫어할 거야' 같은 말을 달고 살았죠."
     
    스웨덴 정부는 아이가 18세 이상이 되면 부모에게서 독립이 가능하도록 장기간에 걸쳐 정책적으로 지원한다. 스웨덴 사회보험청에 따르면, 스웨덴에 거주하는 모든 아동은 생후 한 달부터 아동수당(Child Allowance)을 지급받는다. 올해 기준 아동수당은 매달 약 1,250크로나(약 16만 원)이며, 자녀를 여럿 둔 가정에는 추가로 '다자녀 보조금'도 지원된다.
     
    만 16세가 되면 이 수당은 학생수당(Student Allowance)으로 전환되며, '부모가 아닌' 이들의 통장으로 직접 입금된다. 학생수당의 지급 종료 시점은 '학업을 마칠 때'까지다.
     
    스웨덴 청년들은 국가의 체계적 지원을 통해 일찌감치 자립의 기회를 얻는 셈이다. 궁극적으로 이들은 '소득에 대한 과세와 동시에 사회보장혜택을 누리는 독립적인 사회구성원'이 된다. '모두가 일을 해서→세금을 내고→국가의 돌봄을 받는다'는 스웨덴의 자립 및 평등 문화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엄마도, 아이도 똑같이 '개인'으로 존중받는 사회

    외아들 테오(3)를 양육 중인 서인희(40)씨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선을 지키는' 존중이 쌓여 아이의 자존감으로 직결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외아들 테오(3)를 양육 중인 서인희(40)씨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선을 지키는' 존중이 쌓여 아이의 자존감으로 직결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인희씨는 특히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에 대해서도, '선을 넘지 않는' 존중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는 아이를 늦게 가진 편인데, '왜 아직 애 안 가져?', '언제 가질 거야?'라는 질문은 전부 한국 가족들에게서 들었어요. 시어머니(안드레아스 母)는 한 번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죠. 나중에 제가 임신했을 때 어머님이 우시면서 '사실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은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결정을 했을 수도 있고 건강상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묻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인희씨는 "가족이니까 걱정하고, 모두가 가는 길을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긴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개인성(individuality)'을 존중하는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것 같다"며 "아무리 부모와 자식 간에도 '네 결정은 네가 하는 것'이라는 원칙이 좀 더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안드레아스는 "스웨덴에는 (특정 과제 관련) 나이 제한이나 데드라인 같은 게 없다. 오히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부정적 압박을 줄까 걱정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특정 나이에 학교를 시작하고 학업을 정상적으로 마쳐야 한다는 기대는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실패자'로 여겨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학에 들어서는 순간, 꼭 '20대 초반'일 거란 짐작을 받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테오의 학업에 압박을 주고 싶지 않다는 그는 "부모로서 어느 정도 영향력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대신 결정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앞으로) 테오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말할 수는 있지만, 아들을 사랑하고 테오의 아빠여서 기쁘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의 학업 성취 등은) 제 인생에서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니에요. 건강이 가장 중요하죠. 가끔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옆에서 걸어가거나 품에 안겨 있는 테오를 봅니다. 건강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져요. 인생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테오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힌드 스칼리(Hind Scally) 원장은 "스웨덴은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한 사람의 인격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이 '나무 오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 가정한다면, 모든 아이를 나무 잘 오르는 '원숭이'로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나무를 오르게 하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에서는 모두가 원숭이 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각자 자신의 강점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능력들이 사회에 필요하죠. 코끼리는 긴 코로 나무 위의 사과를 따고, 원숭이는 나무를 잘 올라요.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사회의 적합한 일원이 돼야 합니다."
     
    인희씨는 "스웨덴에서는 3살이든 4살이든 (본인이 원하는) 희한한 옷차림으로 오는 아이들이 많다"며 "한겨울인데도 반팔을 입겠다고 해도 그냥 놔둔다"고 말했다. 한국이라면 부모의 체면을 생각해 억지로라도 옷을 갈아입혔겠지만, 여기선 '네가 입고 싶다는데 어쩌겠니'하고 선택하게 하는 식이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아이가 직접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밑바탕을 깔아주는 것이다. 인희씨는 "이런 존중의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의 자존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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