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된 패치를 피부에 부착한 사진. UNIST 제공피부의 거친 굴곡과 격렬한 신체 움직임에도 잘 붙고, 원할 때는 자극 없이 뗄 수 있는 초강력 접착 패치가 나왔다.
따개비의 접착단백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정훈의 교수팀과 전자공학과 김재준 교수팀은 접착성, 탈착성, 신축성이 모두 뛰어난 피부 패치(모션 적응형 테셀레이션 패치)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립생태원 생태신기술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따개비 접착단백질 특성을 닮은 형상기억고분자를 아르마딜로 갑옷 구조처럼 배열하는 방식으로 이같은 부착 패치를 개발했다.
따개비 접착단백질은 굳기(강성)가 변하는 특성이 있어 울퉁불퉁한 바위 표면에 밀착될 수 있다.
부드러운 접착 단백질이 거친 바위 표면을 꼼꼼하게 채운 뒤 굳으면서 바위에 단단히 부착되는 원리다.
이 원리를 모방한 형상기억고분자는 거친 피부 표면에 밀착될 수 있고, 원할 때는 온도를 조절해 자극 없이 쉽게 떼어낼 수 있다.
즉, 온도만 바꾸면 여러 번 붙였다 뗄 수 있다는 것.
또 아르마딜로 갑옷 구조를 본뜬 배열로 신축성과 유연성을 보강했다. 격렬한 신체 움직임에도 패치가 떨어지거나 손상되지 않는다.
아르마딜로 갑옷은 단단한 뼈 조각 사이에 부드러운 콜라겐이 채워져 있는 '테셀레이션' 구조를 지니고 있어 총알을 튕겨낼 정도로 강하면서도 동그랗게 말릴 수 있다.
연구팀은 형상기억고분자 조각 사이를 탄성 고분자로 채워 이같은 구조를 모방하고 접착력을 극대화했다.
UNIST 기계공학과 정훈의 교수(왼쪽), 전자공학과 김재준 교수. UNIST 제공
정훈의 교수는 "기존의 신체 부착형 디바이스는 움직임에 따른 변형과 반복적인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장시간 착용 시 피부 자극과 불편함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이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접착 기술을 개발했다"고 했다.
이 패치로 만든 부착형 전자기기는 뛰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접착력을 유지하며 착용자의 심박수, 혈압 등을 측정해냈다.
김재준 교수는 "기기에 배터리, 센서 내장하고 고품질 생체신호를 얻기 위해서 격렬한 움직임에도 접착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움직임에 제약받던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다양한 신체 부위에 쓸 수 있는 착용형 디바이스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 결과는 재료 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지난달 20일자로 온라인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립생태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