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 랠리에서 소외된 코스피가 내년에는 외국인 투자를 불러들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관건은 70조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의 성공 여부가 꼽힌다. 올해 선진국 지수 편입 불발 당시 MSCI가 지적한 주요 내용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공매도 금지'다.
금융당국이 내년 3월 공매도 재계를 약속한 만큼,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 19일까지 6.9% 하락했고 코스닥은 같은 기간 20.82% 급락했다.
미국 S&P500과 일본 니케이225가 각각 23.56%와 14.79%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코스피가 포함된 MSCI 신흥국 지수조차 6.44% 올랐다.
코스피의 '역주행' 원인 중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거론된다.
올해 7월까지 외국인의 순유입 규모는 24조원을 넘었고 코스피 2800선 돌파를 이끌었다. 하지만 8월 '블랙먼데이'를 전후로 투자금을 빼기 시작해 지난 19일까지 17조 75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10.78% 하락하며 1월과 같은 2400선으로 복귀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의 방향을 좌우하는 외국인의 투자를 대규모로 유치할 방법으로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꼽힌다. 시장은 편입에 성공할 경우 50~70조원에 이르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산한다.
또 외국인은 유동성이 필요할 때 MSCI 신흥국에서 먼저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선진국 편입은 증시의 안정성을 더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MSCI는 매년 6월 선진국과 신흥국의 재분류 결과를 발표하는데, 올해 한국은 선진국 편입에 실패했다. 공매도 금지와 기업지배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KB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조건은 공매도 전면 재개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며 "공매도 시스템 개선이 진행되고 있고 내년 3월 재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남은 주요 과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뿐"이라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근거로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을 꼽았다.
연합뉴스밸류업 프로그램은 올해 초 정부가 추진하며 밸류업 지수와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등 일부 결실을 맺었다. 또 최근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공시한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주요 기업의 밸류업 계획 발표가 기대된다.
다만 현재 회사로 한정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제도 마련의 마지노선인 내년 1분기까지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
상법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소액주주의 이익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운을 띄웠지만, 정부와 여당은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적극적인 모습이지만, 재계가 소송 남발과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증권가는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해야 증시에 투자금이 몰려들 것으로 진단한다.
한국투자증권 이나예 연구원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법 개정 움직임과 성장 중인 주주행동주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버넌스(지배구조) 선진화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불투명한 거버넌스가 투자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키우고, 경영권과 소유권을 동일시하는 인식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했기 때문에 거버넌스 요소가 투자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도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여러 문제점이 개선되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와 무관하게 자금 유입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편입을 위한 노력 그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