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위치한 하림 본사. 김기용 기자재료의 신선도를 목숨처럼 여기는 하림의 도계 공정과 유통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15일 전북 익산을 찾았다. 하림만이 가진 고유의 공정 기술들과, 생산 시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물류창고 덕분에 '신선'이 빠져나갈 구멍조차 보이지 않았다.
물 대신 '공기', 전기 대신 '가스'…하림의 고집
본사에 전시돼 있는 하림 전 제품. 김기용 기자
전북 익산 망성면에 위치한 하림 익산 공장. 이곳은 갓 잡은 닭의 도계 공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다.
하림은 '식품의 본질은 맛이고, 최고의 맛은 신선함에서 나온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 철학은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일단 춥다. 하림의 작업장은 일반적으로 권고 되는 15도 보다 낮은 영상 8도를 유지한다. 위생적인 환경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하림 본사에서 소개하는 도계 공법 과정 중 '에어칠링' 단계. 김기용 기자닭들은 더 추운 곳에 있었다. 하림만이 가진 '에어칠링(Air Chiling)' 기술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만을 이용해 41도의 닭고기 온도를 영상 2도까지 신속하게 낮추는 시스템이다. 박테리아가 증식하지 않는 최적의 온도가 영상 2도라고 한다.
닭고기들은 쏟아지는 찬바람 속에서 7km 길이의 레일을 200분 동안 돈다. 하림 관계자는 에어칠링 기술에 대해 "일반적으로 닭고기를 얼음물에 담가 온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닭이 물을 먹게 돼 맛과 풍미가 떨어지고 교차 오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림 본사에서 소개하는 도계 공법 과정 중 '가스스터닝' 단계. 김기용 기자물론 이들 닭들은 깔끔하게 기절해있는 상태니 안심해도 된다. '가스스터닝(Gas Stunning)' 기법 덕분이다. 도계 전 닭들을 완전히 잠들게 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가스스터닝을 통해 모세혈관 안의 피까지 깔끔하게 배출돼 고기의 신선도는 향상된다.
놀랍게도 하림의 닭고기들은 피부 탄력 관리도 받는다. 도계 과정에서 긴장된 닭들의 근육을 전기 자극으로 풀어주는 '스티뮬레이션(Stimulation)' 과정이다. 이를 통해 고기의 육질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그렇게 포장된 닭들은 마지막 추위와의 사투를 남기게 된다. 닭들은 영하 25도의 냉각 터널을 40분간 통과한다. 그러면 제품 겉 표면에 살얼음이 입혀지는데, 이는 유통 과정에서 신선함을 유지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가공, 조리, 유통을 한번에 해결하는 '퍼스트 키친'
익산 함열읍에 위치한 하림 퍼스트 키친 전경. 김기용 기자하림은 닭은 활용해 다양한 가공 제품을 만드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림 익산공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함열읍에 위치한 하림산업의 '하림 퍼스트 키친(Harim First Kitchen)' 공장이 나온다. 사실상 이곳 공장부터가 커다란 부엌(키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퍼스트 키친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은 공장이라기보다 사실상 '하림의 작은 마을'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육수, 육가공, 소스 등을 제조하는 K(Kitchen)1, 즉석밥을 만드는 K2, 면류를 생산하는 K3, 그리고 이들의 유통까지 바로 책임지는 스마트 물류센터 FBH(Fulfillment by Harim)가 한 데 모여 있다. 모두 약 3만6500평 규모다.
하림이 배송 시 사용하는 스티로폼 박스는 칸막이로 분리가 가능해 냉동, 냉장 제품을 동시에 담을 수 있다. 김기용 기자 닭고기 회사답게 면도 육수로 반죽한다. 면이 기계에서 뽑히면 차갑게 냉수 샤워를 시킨다. 급속히 수축해 탱글탱글한 면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Z 노즐(Z nozzle)' 공법을 활용해 120도 이상의 열풍으로 빠르고 균일하게 건조 시켜 쫄깃쫄깃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하림은 즉석밥도 생산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국내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즉석밥의 유행이다. 그래서 이 시장에 나섰다"면서 "아직은 생산라인이 1개뿐이라 미미하지만 최근 하나 더 증설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K1~K3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위 사진 붉은 통로 안에 있는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곧바로 FBH로 옮겨진다. 김기용 기자유통 과정도 이곳 퍼스트 키친에서 모두 이뤄진다. K1~K3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은 곧바로 바로 옆에 붙어있는 FBH로 이동해 포장과 배송 과정을 거친다. 제품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제조 현장에서 가정의 식탁'으로 바로 전달한다는 것이 하림의 전략이다. 이처럼 신선한 재료를 장인 정신으로 제대로 맛을 내, 일상에서도 '미식'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그 결과가 지난 2021년 10월 새롭게 선보인 'The미식(더미식)' 브랜드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만큼 가격은 타사 보다 비싸다. 이 때문에 실적은 아직 좋지 않다. 그러나 하림은 더 미식 브랜드 라인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더미식 7번째 라인업으로 냉동 밀키트 5가지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