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Mr.플랑크톤'을 연출한 홍종찬 감독은 이유미를 떠올리며 "연기할 때 작은 체구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더라"고 감탄했다. 넷플릭스 제공"평상시엔 정말 종이 인형처럼 걸어 다니거든요."
본인도 도통 모르겠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카메라만 돌아가면 없던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Mr.플랑크톤'에서 재미 역을 소화한 배우 이유미가 떠올린 촬영 현장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그는 "어떤 최면에 걸린 것처럼 안 힘들고, 안 춥고, 안 덥게 된다"며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이 저한테는 촬영의 현장인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뭔가 연기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단단한 배터리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집중하는 거 같다"며 "평소에는 운동도 안 하고 바람 불면 날아가고 이런 느낌으로 있다"고 떠올렸다.
실제로 촬영 도중 강한 바람에 비틀거리기도 했다. 해조(우도환)와 키스 장면을 찍기 위해 방파제 위에 서 있을 때였다. 어흥(오정세) 역을 소화한 오정세도 "바람이 한 번 확 불었는데 유미 씨가 날아가는 걸 봤다"며 "바람이 정말 셌다"고 전했다.
'Mr.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가 인생 마지막 여행에 나서며 전 여자친구인 재미를 억지로 데려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재미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숨긴 채 어흥과의 결혼을 강행하려 했으나, 해조에게 이끌려 결혼식 날 사라지게 되고, 어흥은 그런 재미를 찾아 나선다.
"재미는 예쁘게 피어 있는 꽃…진짜 코 깨물었다"
배우 이유미는 재미와 해조가 여행을 떠나면서부터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고 떠올렸다. 넷플릭스 제공이유미가 연기한 재미라는 인물은 보통의 서사를 가진 역은 아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 재미는 엄마가 되는 꿈을 꾸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 남자친구를 바라봐야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유미는 "재미는 방어 기제가 있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며 "자신에게 일어난 많은 불행과 아픔을 느낄 때, 우울해지면 자신이 망가진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순간에도 자신은 예쁘게 피어 있는 꽃이어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친구로 생각했다"며 "거기에 더 중점을 두면서 연계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작품 후반부에서 재미가 웃음과 눈물을 반복하는 감정 연기에 대해선 "그 상황에 정말 정말 집중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며 "재미라는 캐릭터가 가진 감정 표현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많은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고 전했다.
이유미는 해조의 코를 깨무는 장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당 장면은 재미가 어흥과의 마음을 정리하고 해조를 찾아갔을 때 벌어진다.
속옷 차림의 해조가 봉숙(이엘)과 같이 있는 걸 목격한 재미는 해조에게 달려가 그의 코를 냅다 깨문다. 이유미는 "재미라면 코를 뜯든 귀를 뜯든 어디든 뜯었을 거 같다"며 "그게 재미의 표현이라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어 "처음에는 물지 않고 입만 대고 있었다"며 "감독님이 오시더니 너무 티가 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물었는데 잘 참으시더라. 재미있게 찍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해조의 반지를 씹다 앞니가 나간 장면에 대해선 "김이 묻은 것처럼 검은색으로 칠해 놓고 촬영했다"며 "사실 현타도 왔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반지를 꼭 밥풀이랑 같이 빼 달라고 했다"며 "밥풀이 하나밖에 안 나와서 문제가 있긴 했다"고 웃었다.
작품 마지막 장면에서 해조가 누워있던 장소는 강원도 평창이라고 한다. 홍종찬 감독은 "겨울에 눈 내릴 걸로 예상해 마지막 촬영으로 미뤘다"며 "다행히 눈이 생각보다 많이 내려줬다"고 웃었다. 넷플릭스 제공이처럼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 현장 또한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는 "우도환 오빠의 든든함이 항상 존재했다"며 "내가 뭘 해도 다 될 것만 같이 단단하게 버텨주는 그런 오빠였다"고 말했다.
이어 "오정세 선배님은 촬영장에서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진짜 뭔가 어흥이 주는 따듯한 애정의 느낌을 받는다"며 "그래서 편안한 분위기로 촬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홍종찬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선 "열정적이시더라"며 "액션 신이 있으면 본인이 다 해보셨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차 안에서 제가 해조 아빠 후보의 머리카락을 뽑을 때도 본인이 먼저 차에 들어가서 매달려 계셨다"며 "해조를 병원에서 끌고 나올 때도 수레바퀴가 안전한지 본인이 한 번 먼저 들어가 보시더라. 그런 모습이 멋있었다"고 덧붙였다.
연애 스타일은 안정감 추구…"저 요리 잘해요"
의식이 없는 해조를 병원 밖으로 빼내는 장면에 대해선 "재미라서 그랬을 것"이라며 "병원 천장을 보고 죽고 싶지 않다고 했던 해조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 소원을 이뤄주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병원에서 해조를 꺼내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유미는 기억나는 장면으로 해조와 어흥의 첫 만남들을 꼽았다. 그는 "해조를 만났을 때 비가 내렸는데 사실 대본에도 비가 내리는 설정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어흥을 만날 때도 비가 내리더라. 그날은 진짜 비가 내려서 우산을 쓰게 된 것"이라며 "자연의 운명 같은 느낌처럼 저한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또 대사 중에선 해조에게 외친 "너 죽으면 죽여버릴 거야"라는 말을 꼽았다. 그는 "이게 설명할 수 없는 말이어서 저는 좋았다"며 "그 말이 정말 뭔가 마음 아픈 대사처럼 저한테 남아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유미는 작품 속에서 연기한 재미와 달리 어흥의 연애 스타일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 연애 스타일은 안정감인 거 같다"며 "작품 속 재미가 MBTI 가운데 P(즉흥적)로 보이는데 이유미는 J(계획형)"라고 웃었다.
그렇다고 어흥의 모든 면을 다 좋지 않다고는 말했다. 그는 "어흥이 고지식한 면이 있다"며 "해조와 어흥이 반반 섞인 '흥조'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저한테는 완벽한 이상형일 거 같다"고 덧붙였다.
요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유미는 "마이너스 손은 아니"라며 "요리 꽤 잘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평소) 간신도 잘 만들고, 요리하는 게 재밌다"고 밝혔다.
"로코? 기회만 주십시오. 들어오십시오. 믿어주십시오."
그는 넷플릭스 작품과 계속 인연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좋은 기회를 주셔서 항상 응원받는 기분"이라며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다. 엄마, 아빠 나를 잊지 말아줘"라고 웃었다. 넷플릭스 제공이유미는 최근 한국무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Mnet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한국무용을 보면서 현대무용이나 발레와는 다른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평소 궁금증이 많다. 한국무용을 할 때의 느낌은 또 어떨지 이런 궁금증이 들더라"고 웃었다.
이어 "기타, 피아노, 무용, 재즈 등 다양한 취미를 가져보려 했지만 금방 흥미를 잃는 편이다"며 "유일하게 질리지 않는 게 연기였던 거 같다. 연기를 하면서 더 많이 배워서 그런 거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과 다른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출연 의사에 대해 묻자, 그는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아 웃음을 자아냈다.
"기회만 주십시오. 기회를 주십시오. 들어 오십시오. 믿어주십시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넷플릭스 제공
이번 작품을 통해 여행하는 기분을 느꼈다고 밝힌 이유미.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하며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재미가 해조와 어흥에게 주었던 사랑을 표현했다.
"재미가 해조에게 주는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었다면, 재미가 어흥에게 주는 사랑은 어흥이 주는 사랑을 아낌없이 받는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8일 공개된 작품은 한때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5위에 올랐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42개국 톱10에 오르며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