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이 29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최재해 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례로 볼 때 최 원장의 직무정지 기간도 5개월 정도는 될 가능성이 있다.
직무 정지기간에는 감사원법에 따라 재직기간이 긴 감사위원 순으로 원장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조은석 선임감사위원이 먼저 권한대행을 맡고, 조 위원이 내년 1월 17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 김인회 위원이 권한을 대행한다.
조은석 감사위원과 김인회 감사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 임명됐다. 특히 조은석 위원은 지난해 전현의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처분을 둘러싸고 감사원 사무처와 다른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끌었다.
이들 두 위원들이 원장 대행을 맡으면서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경우 주요 사건의 처분방향과 결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감사결과와 처분을 결정하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구도도 영향을 받는다.
현재 감사위원회는 최 원장과 감사위원 등 모두 7인으로 구성되는 만큼 논란이 되는 감사 처분에 대해서는 '4대 3'의 과반수 찬성으로 감사 보고서를 의결한다.
그런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최 원장이 빠지게 되면 나머지 6명 중 4명이 찬성해야 의결이 되는 구도가 된다.
현재 감사위원은 조은석, 김인회, 이미현, 이남구, 김영신, 유병호 감사의원 등 6명인데, 이미현 위원과 이남구 위원은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문 전 대통령과 협의를 거쳐 임명됐고, 김영신 위원과 유병호 위원은 윤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들 감사위원 6인의 성향을 볼 때 탄핵안 가결로 감사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감사위원회의 의결구도가 '3대 3'으로 재편된다는 설명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캐스팅 보트가 없는 이런 구도로 인해 "민감한 사안의 경우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감사 보고서 의결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사건 처분결과도 영향을 받는 등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이날 최 원장에 대한 탄핵안 가결에 대비하기위해 4급 과장 이상의 간부들이 참여하는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감사원이 정치적 사안으로 비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시 30분간 진행된 회의의 분위기는 참석 간부들이 대부분 돌아가며 발언을 할 정도로 무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간부는 "엄중한 상황이지만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간부들이 나서서 다독이고 독려하는 한편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켜나가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감사원장 탄핵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입장문을 내거나 연판장을 돌리는 등의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한편 역대 감사원장 5인이 이날 감사원장 탄핵에 대해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제19대 및 20대 감사원장 전윤철, 21대 김황식, 22대 양건, 23대 황찬현, 24대 최재형 감사원장 등 역대 감사원장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국회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현 시국에 대하여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헌정질서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 되고, 감사원의 헌법적 임무 수행이 중단되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감사, 국정감사의 자료제출 등이 감사원장 탄핵 사유"라고 하는데, "이것이 과연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며, "국회에서 헌법 정신을 존중하여 감사원장 탄핵 추진을 중단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인 28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통령실 관저 이전 관련 감사 문제를 들어 최재해 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하고, 탄핵소추안 발의 후 다음 달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