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윤창원 기자'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특별감찰관 추진을 주장하며 특검을 명확하게 반대했던 한동훈 대표 측이 최근 다시 모호한 스탠스를 내보이기 시작하면서다.
한 대표 측은 현재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두고 "무조건 반대하자는 것은 아니었다"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이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이는 배경엔, 이번 주 기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명태균 게이트' 수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친한(친한동훈)계가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을 지렛대로 친윤계를 압박해 주도권을 되찾으려고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한 대표로선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에 연일 '모호한' 태도 한동훈…왜?
1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대표는 최근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작은 지난달 28일 한 대표가 주변 인사에게 부당한 당 대표 흔들기를 막기 위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찬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면서다. 한 대표는 이 보도를 두고 "제가 한 말은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친한계의 대응도 마찬가지다. 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한 대표의 입장은) 특검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건 아니었다"며 특별감찰관 추진을 주장하며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반대했던 과거와는 조금은 다른 기류를 보였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 측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데엔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사건 수사 상황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창원지검은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회의원의 구속기간 만료일이 각각 오는 5일과 3일인 만큼, 이르면 오는 3일 이들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명태균 게이트' 기소 약 일주일 뒤인 오는 10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연합뉴스향후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는데,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는 한 대표가 이를 명분 삼아 특검을 친윤계와의 협상 카드로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윤계 입장에선, 검찰의 수사보다도 특검이 여권에 더 부담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검찰의 수사가 윤 대통령일가까지 확대되더라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수사나 기소까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야당이 주도하는 특검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 일가의 '목'에 칼을 겨누는 수준까지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현재 검찰은 수사 대상을 명씨와 김 전 의원에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확대하고 있는데. 향후 오 시장을 넘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윤석열 대통령 부부까지 확대할 경우 특검은 여당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친한, 재표결 전까지 협상력 높일 듯…친윤 "야당이 흔드는 술책" 경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에 따라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친윤계의 집중포화를 받던 한 대표가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김건희 여사 특검을 카드로 당 주도권을 잡으려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달 2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표결까지 열흘 이상 시간이 남았다"며 "표결 즈음에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혜롭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당장 친윤계는 친한계 이탈 가능성에 '야당이 흔드는 술책'이라며 경계하고 나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꾸 남의 이야기 하듯이 야당이 흔드는 술책에 말려들면서 부화뇌동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무슨 '계'가 있는지 실체가 확인이 안 되는데 실제로 알 수 없고, 만약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의견이 다르면 공개적으로 표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확인이 안 된 이야기를 이렇게 저렇게 가볍게 가십성 이야기로 양산하는 건 국회의원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친윤계 일각에선 원내에 입지가 거의 없는 한 대표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방식으론 국면 전환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친윤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면 전환을 할 수 있는 힘이 한 대표에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특검법이 처리가 되면 한 대표의 책임론이 거세질 텐데 이를 뒷받침할 세력이 있는가. 한 대표가 당대표직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결론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 왔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낸 적이 있나. 여야의정 협의체 파행과 같이 정부·여당이 연일 어려운 상황에서 용산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만 만들면 결국 당원들도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