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홈페이지 캡처해외 주요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해제 과정을 속보로 집중 보도한데 이어 계엄선포의 배경과 향후 정치적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은 특히 윤 대통령이 집권 후 마주한 위기 돌파를 위해 '도박'에 나섰지만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BBC는 3일(현지시각) '한국 대통령이 갑자기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와 이후 행보는?'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대통령이 50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에 계엄령을 선포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심야 TV방송을 통해 발표한 과감한 결정에서 '반국가 세력'과 '북한의 위협'을 언급했지만 그것은 곧 외부의 위협이 아닌 자신의 절박한 정치적 문제(desperate political troubles) 때문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BBC는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된 이후 계엄령이 발동된 적이 없다"면서 "윤 대통령의 성급한 행동은 한국 국민들을 놀라게 했고 이것은 수십 년 만에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가장 큰 도전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지난 2020년 미국의 대선 불복 의회 난입 폭동 사태보다 더 심각하게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평판을 훼손시킬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한 시도로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국회에서 거부당하면서 윤 대통령의 '셀프 쿠데타'(self-coup)는 굴욕적인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위기는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가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고 윤 대통령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시험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은 자신이 먼저 행동을 취하면 선수를 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그의 조치는 1960~1970년대에 통치한 군부 독재자 박정희의 전술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핵폭탄을 사용했다"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의 평가를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통해 "정권을 살리려는 듯했지만, 대신 그는 자신의 몰락을 거의 확실하게 만들었다"며 "그가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는 아마도 그를 탄핵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가디언은 "윤 대통령의 단명한 계엄령 선포는 바닥난 인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실행한 처절한 도박으로 보인다"며 "권위주의의 향수에 빠진 윤 대통령이 일부에게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국회가 만장일치로 (계엄령을) 뒤집으면서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