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경찰을 배치해 출입을 전면 통제한
조지호 경찰청장을 향한 경찰 내부 비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서 조 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한 것이 위법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는 의원들의 질의에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헌법학자처럼 완벽하게 이론을 꿰뚫고 법 집행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답한 바 있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경찰 내부망에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등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앞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조 청장은 계엄사령관과 국군방첩사령관의 전화를 받고서 각각 국회와 선관위에 경찰 배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등에 대한 출입 통제도 이뤄졌고 경찰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이 대치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계엄사·방첩사 전화 한 통에 움직인 경찰청장…대법원은 달랐다)조 청장은 전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사 포고령을 보고서 국회 전면 통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법리 검토 등은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조 청장은 위법성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그 당시엔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었다. 헌법학자처럼 그렇게 완벽하게 헌법 이론을 꿰뚫고 법 집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출입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경찰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법고시 출신인 배대희 충남경찰청장(치안감)은 내부망에 글을 올리며
"비상계엄 발령 소식을 듣고서 사무실로 복귀해 헌법과 계엄법 등 법률도 찾아보고, 전파된 포고령 제1호를 봤다"며
"집회 시위는 몰라도 국회와 정당의 정치 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지,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포고령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제 가슴과 머릿속에는 자괴감과 수치심으로 가득 차 있다"며
"절차와 내용, 실질에 있어 동의할 수 없는 이상한 비상계엄에 경찰이 연루돼 '경찰이 국가비상상황을 획책했다'는 의심을 들게 한 이 상황이 더럽게 기분 나쁘다"라고 조 청장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찰은 수십 년간 독재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경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며
"초유의 황당한 비상계엄으로 인해 수십 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에 자괴감이 들고 무기력하다"고 말했다. 현재 배 청장의 글은 2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고, 조회수도 1만 회를 돌파했다.
경남경찰청 소속의 한 직원도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국회경비대장은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을 유린한 내란 행위에 참여한 공범"이라며 "내란범, 대한민국 민주주의 체제 전복 세력의 어떠한 지시나 명령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 역시 "경찰청장이 계엄사령관의 전화를 받고 몇 시간 만에 경찰을 배치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국회에 출석한 경찰청장의 말과 태도도 놀라웠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