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왼쪽), 대법원. 박종민 기자·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경찰은 서울 여의도 국회를 전면 통제하고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의 전화를 받은 조지호 경찰청장이 내린 지시였다.
게다가
조지호 청장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전화를 받고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경찰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계엄사로부터 '법원 사무관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을 회의 끝에 거부한 대법원과 대조적인 행보다.계엄사 요청에 국회, 방첩사 요청에 선관위 통제한 경찰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3일 밤 10시 33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과천청사에 10명이 넘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시점으로부터 9분 뒤였다.
이어 밤 11시9분부터 11시58분까지 경찰 94명이 선관위 밖 버스와 정문에 배치됐다. 조 청장이 경기남부청장에게 지시해 내려진 조치였다.
이 지시에 대해
조 청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해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의 전화를 받고서 국회를 전면 통제한 조 청장이 이번엔 방첩사령관의 요청에 선관위에 경찰을 배치한 것이다.조 청장은 전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방첩사령관에게 요청을 받았다"며
"방첩사령관이 경찰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릴 수 있으니 경찰 수사관을 준비해달라고 해서 오케이했고, 선관위 쪽으로 갈 예정이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출입문을 경찰이 통제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당일 경찰 수사관은 파견되지 않았지만, 현장을 통제할 경찰 94명이 청사 정문에 배치됐다. 이들은 4일 오전 7시 14분에야 청사에서 철수했다. 조 청장은 "방첩사령관이 무엇을 하는지는 제가 알지도 않고, 선관위에 특이사항 있어 우발 상황이 예상될 수 있으니 우발 상황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조 청장은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관과 방첩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각각 국회와 선관위에 경찰을 배치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밤 10시 46분 국회 내부로 이동하는 사람에 대해 일시 출입통제를 지시했고, 일시적으로 풀렸던 국회 통제는 밤 11시 37분 조지호 청장의 지시로 전면 통제됐다. (관련기사: 국회 막은 기동대장 "지시 있었다"…경찰청장·서울청장 지시였다)계엄사 요청에 대법원은 "보낼 수 없다" 거부…경찰과 대조적
경찰이 군의 전화 한 통에 움직인 그 시간, 계엄사는 대법원에도 법원 사무관 1명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내부 회의를 거쳐 계엄사의 요청을 거부했다.
법원행정처는 전날 "행정처는 계엄사의 요청에 응하지 않기로 해 사무관을 파견하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이후 계엄 상황에 대해서도 내부 회의를 진행해 대응 방향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 내용이 알려질 경우 향후 열릴 수 있는 계엄 관련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현재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계엄령 선포 직후 계엄사는 계엄 선포 지역의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데 이번 비상계엄 상황에서 경찰은 이에 응했고, 대법원은 회의를 거쳐 이를 거부한 것이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조지호 경찰청장의 지시로 국회 전면 통제와 의원 출입 통제가 이뤄진 것을 두고선 내란죄 등 법적 논쟁이 일어난 상황이다. 전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국회를 병력으로 봉쇄하고 국회의원 출입을 금지해서 국회 권능을 불가능하게 한 것은 형법 87조 내란죄와 91조 국헌 문란에 해당하는데, 동의하는가"라고 물었고 조 청장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앞서 대법원은 전두환 신군부가 군사 반란 당시 국회를 통제하고 국회의원 출입을 막은 행위에 대해서 국헌문란 행위이자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해당 판결: 대법원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행한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결국 강압에 의해 헌법기관인 대통령, 국무회의, 국회의원 등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배제함으로써 그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국회 전면통제 경찰청장 "내란 아니다" 주장…대법원 판례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