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제주항공 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무안(전남)=황진환 기자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당국이 기체 잔해에서 새의 깃털을 확보해 사고 당시 조류충돌 발생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미국에 이송된 비행기록장치(FDR)의 자료 추출에는 일주일 가량, 종합적 분석에는 최대 수개월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7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브리핑을 통해 참사 기체의 엔진 부위에서 깃털을 찾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각종 제보영상을 통해 조류충돌 탓으로 보이는 기체 우측엔진의 폭발이 알려졌지만, 조사과정에서 훨씬 뚜렷한 정황이 나온 것이다.
브리핑에서 이승열 사고조사단장은 "엔진에 들어간 흙을 파내는 과정에서 깃털 일부를 발견했다"면서 "중점적 조사 방향 중 하나가 조류충돌이었는데, 새의 종이나 충돌 경위 등을 엔진 내부검사를 하면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고조사위는 국내 전문가 자문은 물론, 합동조사를 진행 중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깃털 관련정보를 공유해 분석할 방침이다.
이 단장은 양쪽 엔진 모두 조류충돌이 있었는지에는 "한쪽 엔진은 확실하게 보이는데, 양쪽 엔진에서 같이 일어났는지는 결과를 봐야 한다"며 "조류 충돌이 일어났다고 엔진이 바로 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고 기체는 조류충돌 이후 양쪽 엔진이 모두 고장나면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것이란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엔진이 모두 꺼지면 랜딩기어의 자동조작도 수동조작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체는 참사당일 오전 8시59분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를 선언하고 다시 떠올랐는데, 급선회 뒤 9시1분 반대방향 활주로 착륙허가를 받고 9시2분 착지했다가 9시3분 화염에 휩싸였다.
이 3~4분간 의문의 행적에 대해 사고조사위는 여전히 조사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 단장은 "조사관 입장에서 사견을 갖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미국 측과 같이 조사 중이고, 하나하나 조사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 개요도. 국토교통부 제공사고조사위는 전날 미국 NTSB에 이송한 FRD의 기초적 해독은 수일, 음성기록장치(CVR) 등 다른 자료와의 비교분석까지는 최대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장은 "자료 인출은 정상적이면 3일, 여기서 기본 데이터 확인은 추가로 2일 정도 걸린다. 기초적인 분석은 일주일 정도를 목표로 잡고 있다"면서 "하지만 종합적 분석은 인출된 FDR 자료를 CVR이나 CCTV 등과 동기화해서 총체적으로 한다. 이는 몇 개월도 걸린다"고 말했다.
녹취록 작성이 마감된 CVR 자료에 대해서도 사고조사위는 단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FDR 등 다른 관련 자료와의 동기화를 거쳐 필요시 일부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CVR에는 사고 순간까지 2시간 동안 조종사들간의 대화나 관제탑 교신 등 조종석 음향이 기록돼 있다.
이 단장은 "CVR에서 뭔가가 나왔다고 해서 사고 원인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녹취록 내용은 있지만 FDR 자료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당장 공개는 할 수 없다. 단서 하나만 가지고 결과를 예단한다면, 사건 당사자도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조사방향도 틀어진다"고 밝혔다.
참사 기체에서 회수된 음성기록장치(CVR). 국토교통부 제공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참사 피해를 키웠다고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안전성 확보에는 미흡했으나, 규정에 위배된 것은 없다는 최초 입장을 재확인했다. '셀프 조사' 논란이 불거진 사고조사위 인적구성과 관련해서는 장만희 위원장(전 부산지방항공청장), 주종완 상임위원(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을 업무 배제 조치했다.
박상우 장관은 브리핑에서 "항공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이번 참사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당연히 주무장관이 사표를 쓰고 물러나는 게 맞다"며 "그러나 그만둔다고 해결되지 않으니까 사태 수습 뒤 적절한 시기를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