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대통령을 감싼다"라며 "탄핵 트라우마라는 말도 맞지 않는다"라고 여당인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허지웅은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국민의힘이 친위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대통령을 감싸고 있습니다. 요지는 탄핵 트라우마입니다. 2017년 탄핵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간 많은 이들이 역사 속 실수를 되풀이하며 망했습니다. 놀라운 건 그들 가운데 실수를 되풀이하길 바란 이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썼다.
이어 "국민의힘이 2017년 탄핵 이후 어려운 길을 걸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탄핵이 원인이 아니고 어려운 길이 그 결과가 아닙니다. 국민의힘이 어려운 길을 걸었던 건 그들이 범죄자를 옹호하고 지키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탄핵 트라우마라는 말도 맞지 않습니다"라고 꼬집었다.
허지웅은 "국민의힘이 어려운 길을 걸었던 것도, 존속할 수 있었던 것도 탄핵 때문이 아니라 탄핵 덕분입니다. 2017년 탄핵 덕분에 그나마 정상화 과정을 밟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탄핵 없이 대통령의 권력을 정지하거나 이양할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공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 대표는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들께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저를 포함한 모든 국무위원들과 부처의 공직자들은 국민의 뜻을 최우선에 두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 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한-한 담화를 거세게 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체포하고 군 통수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계엄 사태 관련자 전원을 반드시 즉각 수사해야 한다"라며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명백하다"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를 두고는 "내란의 즉각적 수사 대상"이라고, 한 대표를 향해서는 "위헌, 불법적 국정운영을 주도할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허지웅 글 전문.
▶ 허지웅이 9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
국민의힘이 친위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대통령을 감싸고 있습니다. 요지는 탄핵 트라우마입니다. 2017년 탄핵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간 많은 이들이 역사 속 실수를 되풀이하며 망했습니다. 놀라운 건 그들 가운데 실수를 되풀이하길 바란 이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앞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한 행동들이 결국 그들을 같은 결과로 몰아넣었습니다. 패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나치의 다짐이 더 큰 패전의 악몽으로 반복된 것처럼 말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헤겔의 저주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과거의 사실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고 인식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원인을 내가 아니라 너에게서 헤집어 찾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이 2017년 탄핵 이후 어려운 길을 걸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탄핵이 원인이 아니고 어려운 길이 그 결과가 아닙니다. 국민의힘이 어려운 길을 걸었던 건 그들이 범죄자를 옹호하고 지키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탄핵 트라우마라는 말도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잘못을 저질러 책임을 지는 행위를 트라우마라고 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범죄자의 징역을 트라우마라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이 어려운 길을 걸었던 것도, 존속할 수 있었던 것도 탄핵 때문이 아니라 탄핵 덕분입니다. 2017년 탄핵 덕분에 그나마 정상화 과정을 밟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정상화 과정을 통과해 신뢰를 회복한 정당입니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의 분열과 증오를 조장해 연명했던 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겨우 회생한 정당에 기생했고 지금은 주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비극을 초래하며 기쁘게 외칩니다.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대통령이, 시민에 의해 선출된 적 없는 여당 대표와 더불어 권력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걸 수습책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 눈에는 군 통수권을 가진 은둔형 외톨이가 보입니다. 탄핵 없이 대통령의 권력을 정지하거나 이양할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되돌리기에 너무 큰 일입니다. 국내외적으로 얼마나 더 망가진 상태에서 진짜 수습을 시작하는가의 문제만 남아 있습니다. 지금 대충 뭉개고 나중에 시민을 쪼개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결국 당을 사라지게 할 겁니다. 그리고 그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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