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픽 갈무리12·3 계엄령 내란사태로 탄핵 정국 등 국가적 혼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 웹소설 플랫폼이 '계엄령 로맨스' 공모전을 개최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사과문을 게시하고 공모전을 철회했다.
17일 웹소설 플랫폼 모픽(MOFIC)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 계정을 통해 "어제 게시됐던 '계엄령' 공모전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비상계엄 사태를 더욱 신중하고 무겁게 다뤘어야 하는 점에 대해 통감하며 저희의 부족한 고민과 접근 방식으로 걱정과 우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업체는 "과거의 시대와 달리 계엄을 통해 느낀 공포와 두려움, 슬픔을 창작을 통해 풀어내는 것이 더 많은 이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기획과 표현 방식에 대해 더욱 충분한 검토를 하지 못한 점, 이로 인해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 계엄이라는 무거운 역사적 사태를 하나의 소재로 보이게 만들었다는 점 모두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업체는 전날 X 계정에 "최근에 계엄령만큼 핫한 소재가 있나? 소설 한번 써볼까?"라며 '계엄령 공모전' 개최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주제는 "계엄 상황이 들어간 이야기라면 전부"라며 세부적으로 계엄 상황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계엄 직전의 대통령으로 빙의한 이야기, 말단 계엄군으로 환생한 이야기, 계엄군에 피해입은 시민의 이야기 등 장르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모픽은 사과문에서 '계엄을 통해 느낀 공포와 두려움, 슬픔을 창작을 통해 풀어내는 것이 더 많은 이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해명 했지만 정작 공모전 주제 가이드는 최근 계엄 내란사태로 인한 대통령과 국군, 이에 저항한 시민들을 등장시켜 각종 로맨스와 판타지를 뒤섞은 즐길거리로 치부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심사기준이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이 느껴져 계속 보고 싶은가,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시키고 다음화를 누르고 싶게 만드는가, 작품이 지속가능하고 확장성이 있는가 등 흥미 위주의 오락성과 전형적인 웹소설 소비 방향이라는 점에서 시대적 엄숙함이나 민주화 이후 45년 만의 비상계엄령 포고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업체 돈벌이에 이용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모픽 갈무리 일각에서는 공모전 수상작 상금이 50~10만원 짜리인 '계엄령 로맨스' 웹소설 공모전까지 나올 정도로 국격이 추락했다고 우려하는가 하면, 국회가 2시간 만에 계엄 내란사태를 신속하게 막으면서 87년 민주화 이전 군부 계엄 시대의 공포에 대한 현실감이 떨어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도 서울의 한 피부과 의원이 '계엄령'을 키워드로 이용한 홍보 게시물을 온라인에 올려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비상계엄 포고령에는 '전공의 복귀 지시 거부 시 처단한다'는 내용이 있어 의사 단체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모픽은 "공모전 소재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많은 인원이 소재의 적절성에 대해 검토할 수 있도록 사전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