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류영주 기자'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서류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심리 지연을 꾀한다는 지적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결단을 내렸다. 해당 서류들이 윤 대통령에게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오는 27일로 예정된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헌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서류 안 받은 尹…헌재 "받았다" 간주하기로
헌재는 지난 23일 "헌재는 대통령에 대한 서류를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 조항에 따라 12월 19일 '발송 송달'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발송 송달'이란 소송 서류를 일단 발송했다면, 수취인이 이를 수령하지 않아도 해당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헌재는 지난 16일부터 인편과 우편, 전자문서 등 세 가지 방식으로 관저와 대통령실 등에 탄핵 관련 서류들을 보냈으나 전달하지 못했다. 경호처 직원들의 제지로 윤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고, 직원들에게 서류를 전달해달라는 방식 역시 거절 당했다. 전자문서 역시 대통령실 등은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런 연유에 헌재는 서류를 직원 등에게 전달하거나 송달 장소에 두고 오는 보충·유치 송달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해, 우편을 발송한 시점에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형사소송법 제65조와 민사소송법 제187조에 근거해 이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98모53) 또한 "송달의 효력은 발송한 때가 아니라 소송서류가 송달할 곳에 도달된 때에 발생한다"며 "소송서류를 실제로 수령하지 아니한 때에도 송달의 효력은 발생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런 대법원 판례를 직접 언급한 헌재는 "12월 20일부터 발송 송달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헌재가 보낸 서류는 탄핵심판 청구 접수 통지서와 답변서·의견서 요구서, 준비절차 회부결정서, 준비절차 기일 통지와 출석요구서와 준비 명령 등이다. 헌재가 서류를 보내면서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만큼, 윤 대통령은 오는 27일까지 답을 해야 한다.
이날 헌재는 또 윤 대통령이 위 서류들 중 계엄 포고령 1호와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등은 오는 24일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헌재는 윤 대통령에게 24일까지 입증계획, 증거목록, 이 사건 계엄 포고령 1호, 그리고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등 제출을 요구하는 '준비 명령'을 송달한 바 있다.
'송달 간주' 입장을 밝힌 헌재의 태도에 대해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이 '서류 송달이 되지 않아서, 혹은 서류 송달일로부터 변론준비기일까지의 기간이 짧아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하며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경우를 대비해 헌재가 그런 주장을 사전에 차단하여 '재판 지연'이나 '재판 방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첫 기일도 예정 그대로…헌재 '꼼수' 차단 의지
류영주 기자
헌재는 오는 27일로 예정됐던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서류를 받지 않는 상황이 탄핵심판 절차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기일에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이나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헌법연구관 출신 배보윤 변호사를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헌재에 대리인단 선임계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다만, 헌법재판소법상 피청구인의 대리인이 선임되지 않거나 출석하지 않더라도 헌재는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할 수 있다. 변론준비기일에는 피청구인 당사자 출석 의무도 없다. 피청구인 당사자나 대리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청구인인 국회 측에서 출석해 증거를 모두 제출하고 절차에 따라 기일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그때 상황에 따라 수명재판관들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러서지 않는 입장을 전했다.
노희범 변호사는 "흐트러짐이 없이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것을 공표함으로써 대통령 측에 '부당한 재판 지연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다른 어떠한 형태의 재판지연이나 꼼수전략도 절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미 서류 송달도 됐고, 변론준비기일에 나올지 여부나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는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이고, 당사자가 선택할 문제"라며 "대응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불이익'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