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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동보장치가 뭐길래?…CBS 마을방송 '사용설명서'

전북

    재난 동보장치가 뭐길래?…CBS 마을방송 '사용설명서'

    ■ 방송: 전북CBS <라디오 X> 103.7MHz (매주 금 17:30)
    ■ 진행 : 이균형 보도국장
    ■ 대담 : 김대한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패밀리 업체'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논란
    ②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충북 진천서도 허위세금계산서 의혹
    ③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 '판박이' 금품 로비입찰
    ④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계속된 말 바뀌기 위증 논란 비화
    ⑤불법발신번호 변작…KT '행정처분' 업체는 '이상 無', 왜?
    ⑥[단독]"양보해라" 업체끼리 입찰 거래…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
    ⑦[단독]논란 속 마을방송 '보안프로토콜'…"보안 아닌 방해수단" 협력업체 폭로
    ⑧마을방송 연동시험에서 드러난 '모순'…"보안형프로토콜, 사기성 짙어"
    ⑨마을방송, 불법 무선송수신 '백도어' 심겨져 논란
    ⑩'보안'강조하더니…'중대 보안 위반' 의혹 휩싸인 마을방송
    ⑪재난이 끝나야 아는 재난, 스마트마을방송도 '빨간불'
    ⑫재난 동보장치가 뭐길래?…CBS 마을방송 '사용설명서'
    (끝)

    ◇ 이균형> 재난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을 뜻합니다. 재난 대비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알림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 중에 있습니다.

    흔히 '스마트폰으로 오는 재난 문자를 보고 대비하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한 재난취약계층들에겐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운영되는 '마을방송 동보장치'를 두고 특정 업체가 특정 규격을 삽입해
    장치가 불법적인 사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구조적 결함으로 재난취약계층에게 도달하지 않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연속 보도한 취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김대한 기자

    ◆ 김대한> 네

    ◇ 이균형> 자 우선 재난 마을방송이라는 개념도 동보장치라는 이름도 굉장히 생소합니다. 이 부분부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 김대한> 네. 우리는 통상 폭우나 지진 등 다양한 재난상황에 대한 경보 알림을 받는데요. '삐- 삐-' 소리가 나는 경고음과 함께 스마트폰 문자로 재난 상황을 전파받습니다.

    ◇ 이균형> 저도 스마트폰을 통해 자주 듣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 김대한> 네 하지만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치 않거나 시각에 좀 어려운 부분이 있는 분들은 앞서 설명드린 방식으로 재난 상황을 전파받기 어렵습니다.

    ◇ 이균형>그렇죠. 특히나 그분들이 더 빠른 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난 알림이 절실할 것 같은데요.

    ◆ 김대한> 그래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마을방송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고요. 이때 쓰이는 재난방송장비로는 마을회관 동보장치와 스피커, 앰프 등이 있습니다.

    다른 장비들은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 건데, 이 중 동보장치가 아마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 이균형> 네 마을회관에서 얼핏 방송장치를 본거 같은데 그걸 칭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김대한> 말씀주신 마을회관에서 한 번쯤 보셨을 그 기계가 맞습니다. 동보장치는 한 마디로 송신 장치라고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이 송신 장치를 통해 여러 개의 수신 장치로 재난과 같은 정보를 보내는 기기를 말합니다.

    ◇ 이균형> 그렇군요. 그럼 마을이장님이 그 장치를 통해 지진과 수해와 같은 재난 알림을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죠?

    ◆ 김대한> 네 하지만 재난방송 권한자는 이장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보장치에 등록된 번호를 통해 인가된 이장이 전화를 걸어 재난방송을 하는 방법과 동보장치 전체와 연계된 시·군 담당공무원이 방송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 이균형> 동보장치가 재난방송의 연결자인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네요. 그런데 이 장치를 두고 굉장히 잡음이 많았다면서요.

    ◆ 김대한> 그렇습니다. 간단하게 세 가지로만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O업체의 '보안프로토콜 규격'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O업체는 동보장치 매출 1위 업체로 전체 시장에 7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업체입니다.

    ◇ 이균형>규격이라고 하면, 기계 스펙 같은 개념이겠군요.

    ◆ 김대한> 그렇습니다. O업체는요 자신들이 설치한 동보장치에 일명 보안프로토콜이라는 스펙을 삽입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쉽게 말해 '지자체가 자신들의 제품을 쓰지 않으면, 다른 사업자가 진입할 수 없도록 특정 규격을 동보장치에 심어뒀다' 이렇게 이해하시는 게 편하실 것 같습니다.

    ◇ 이균형>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하지 못하게 하도록 만든 일종의 장치라는 거군요.

    ◆ 김대한> 이 내용은 지난 2021년 순창군 마을방송 소송 과정에 상세하게 드러납니다. 요약하면 특정 업체가 '보안형 프로토콜'을 생성했고, 새 사업자가 이 프로토콜에 대한 정보값이 없어서 재난방송 연계가 실패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때 등장한 이 '보안형 프로토콜'은 매일 다른 3자리 인증 코드값을 생성하고 이에 대응하는 매일 다른 3자리 인증 코드값을 요구하는 형식입니다.

    ◇ 이균형> 그러니까 재난 상황이 발생해서 마을방송을 할 때 업체가 생성한 코드 값이 일치해야 연결이 된다. 새 사업자는 사업 주무 부서가 아닌 이전 사업자한테 정보값을 받지 않으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이거군요.

    ◆ 김대한> 정확합니다. 실제 앞서 충북 진천와 전북 임실에선 보안시설로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야 할 마을방송 동보장치를 두고 연동을 빌미로 한 '거래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 이균형>규격을 빌미로 한 거래라… 어찌됐든 스펙을 만들어 놓고 추후 사업을 이어갈 수 없을 때는 새 사업자에게 금전을 챙긴 것이군요. 새로운 사업자는 울며 겨자 먹기의 심정이겠군요. 두 번째는 무엇인가요.

    ◆ 김대한> 두 번째는 해당 업체의 '금품 로비'를 통한 특정 규격 삽입니다.

    ◇ 이균형> 금품 로비요?

    ◆ 김대한> 네 앞서 충북 영동군 마을방송 사업 과정에서 알선을 통한 특정업체의 규격이 삽입된 것을 두고 지난 2020년 대법원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당시 재판에선 억대의 뇌물이 오간 것으로 판시됐는데요. 해당 충북 영동 마을방송 입찰 비리로 해당 공무원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파면, 관련 업체들도 무더기로 처벌됐습니다.

    ◇ 이균형> 관련 업체들 중에 앞서 보안프로토콜을 삽입한 O업체도 포함됐다는 말씀이시죠?

    ◆ 김대한> 네 이들의 금품 로비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전남 장흥 마을방송 비리 관련 재판에서 해당 업체의 설계서가 시방서에 반영되도록 군수 선거 캠프 관계자(브로커)를 통해 알선 행위가 이뤄진 것이 확인됐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흥군은 해당 업체가 공급했던 마을방송시스템과 연계가 용이한 동보시스템을 품목으로 추가하는 등 특정 업체에게 유리한 입찰 조건을 추가했습니다.

    확인된 것만 두 건이지 주로 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마을에 납품하는 사업 특성까지 고려하면, 이 같은 부정행위는 더 만연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 이균형> 마지막 내용은 뭔가요.

    ◆ 김대한> 끝으로 업체의 허위세금계산서 발행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업체는 전남 장흥에서 로비를 위해 브로커에게 지난 2022년 1월까지 12회에 걸쳐 수주 금액의 28%에 이르는 8억 5760만 원을 건넸습니다.

    ◇ 이균형> 이 과정에서 허위세금계산서가 발행됐다는 것이죠?

    ◆ 김대한> 네 그렇습니다. 마을무선방송장치 사업체 그러니까 보안프로토콜을 삽입한 업체가 마을방송장치 낙찰을 위해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사실이 세무조사를 통해 발각됐습니다.

    ◇ 이균형>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건 혼자서 가능하지 않을텐데요.

    ◆ 김대한> 맞습니다. 해당 업체는 협력 업체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업체 등 이른바 '패밀리 업체'를 통해 이 같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고의적인 조세포탈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이균형> 앞서 전남 장흥에서 브로커에게 금전을 건넬 당시 조세포탈을 했다는 내용이군요. 세무조사 관련 취재한 부분 설명 이어가주시죠.

    ◆ 김대한> 전남 장흥 사건 판결문에선 '업체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A, B업체가 허위세금계산서 발행을 통해 총계약 금액의 28%에 이르는 금액인 약 8억 원을 브로커에게 보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후 업체는 장흥군으로부터 마을 방송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약 28억 원을 지급받았다'고 판시됐습니다.

    ◇ 이균형> 결국 로비가 실제로 성공했나요?

    ◆ 김대한>네 장흥 마을방송시스템 사업은 제1~3사업으로 나뉘었는데요. 사업들 모두 이들 패밀리 업체가 모두 차지했습니다.

    ◇ 이균형> 결국 허위세금계산서 발행만 놓고 보면 O업체와 A,B,C 업체 간의 관계성이 핵심이겠군요.

    ◆ 김대한> 네 전북도 재난예경보 시스템 감사 결과에 따르면 B, C 업체 등 2개 회사는 O업체의 임원진이 참여하거나 회사 차원에서 투자한 업체입니다.

    사업에 참여하지도 않은 A업체는 금액과 품목에 대한 허위세금계산서가 발행되면, O업체의 지시에 따라 돈을 지급했습니다.

    또 B업체는 설치 및 유지보수 업무 등을 수행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O업체의 요청에 따라 브로커에게 설치 등 명목으로 3차례에 걸쳐 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이균형>그저 로비를 위해 명목과 요율을 만들어낸 것이네요.

    ◆ 김대한> 그렇습니다. 세무조사는 혐의가 있다는 것으로 종결이 됐고, 금액과 빈도 등에 따라 조세범칙조사위원회에 회부됩니다. 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통해 검찰 고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조세 당국은 종결 여부 외엔 어떠한 내용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이균형> 내용 자체가 상당히 심각한데, 업체는 뭐라고 해명합니까?

    ◆ 김대한> 해당 업체는 로비 대가에 따른 특혜 입찰과 재난방송 연동 방해 등의 문제로 기관의 고발 등에 의해 수차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시각각 해명을 바꿔왔는데요.

    소송 증언록 등을 종합하면 최초 O업체 측은 과업지시서에 없는 '보안형 프로토콜'을 만든 이유에 대해 전북도가 서버 구축과 관련된 입찰 단계에서부터 보안프로토콜을 요구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민사소송 재판에선 O업체 측은 '보안프로토콜 인증시스템에 관해 전북도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증언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최근 행정소송에선 '어떠한 형태의 보안프로토콜을 설치하지 않았고 보안프로토콜이 입력될 수 있는 기능조차 없다'고 밝혔습니다.

    ◇ 이균형> '요구했다' '요구 안 했다' '기능 없다' 이렇게 입맛대로 해명을 한 것이군요.

    ◆ 김대한> 네 시시각각 입장을 바꾸고 있고 판결이 나온 경우에는 취재에 응하지 않아 사실상 유의미한 해명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균형> 아무래도 전문성이 있는 내용이다 보니,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굉장히 까다로울 수 있겠습니다.

    ◆ 김대한> 네 맞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단순 업체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 장치가 재난취약계층에게 절실하다는 점에서 더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 이균형> 그렇겠군요. 특정 규격으로 인해 연동이 원활하지 않으니 실제 재난 방송을 들어야 하는 분들에게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겠습니다.

    ◆ 김대한> 네 다행스러운 점은 CBS연속보도를 통해 전북도 특정감사와 행정안전부 조치 등이 일부 이뤄졌지만, 여전히 업체와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거나 하는 군산 등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현행 유지로 마을방송을 운영하고 있어 완전한 개선으로 보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 이균형>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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