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집권 반환점을 돈 윤석열 대통령의 2024년은 총선 패배와 이후 당정 갈등, 급기야 12.3 내란 사태로 일단락됐다.
가뜩이나 연초부터 의정갈등, 김건희 리스크 등 여러 정치적 위기로 지지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4월 총선에서 여당이 대패한 이후로는 야당은 물론 여당과의 대립까지 격화했다. 거듭되는 갈등 정국에서 급기야 비상계엄을 반전의 카드로 내놨지만, 내란 사태는 국회 표결을 거쳐 약 6시간 만에 종결됐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초유의 현직 대통령 내란 수사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까지, 정치·사회·경제적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이하며 2025년 새해를 앞두고 있다.
총선 패배 이후에도 與野 모두와 으르렁…결국 계엄까지
윤 대통령은 올해 연초부터 의정갈등을 비롯,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리스크가 연거푸 불거지면서 거듭 수세에 몰렸다.
의대 증원 규모를 둘러싼 전공의들과의 갈등은 이들의 상급종합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로 이어졌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은 여론 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 4월 여당의 총선 패배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줬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야당에 과반 의석은 물론, '패스트트랙 저지선'인 180석을 넘겨줘서다.
이후 야당이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윤 대통령이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식의 '핑퐁 게임'이 임기 들어 25번이나 반복됐다.
국회와의 갈등은 심지어 여당과 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김 여사 관련 '국민 눈높이' 등 문제로 어긋나면서부터 독대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는 등 대립각을 이어왔다.
검찰 시절부터 연을 이어오며 이번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도 발탁했던 한 대표 체제에 스스로 선을 그은 것이다.
거듭되는 정치적 위기 속에 윤 대통령은 급기야 민주화 이후 6공화국 최초 비상계엄 선포를 '반전 카드'로 꺼냈다. 하지만 국회에서 약 2시간 반 만에 해제결의안이 통과됐고, 본인 재가를 거쳐 6시간 만에 공식 해제되면서 이조차도 수포로 돌아갔다.
국회는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고 헌법재판소는 곧장 탄핵 심판에 돌입했지만, 당장 정치·사회·경제 전 영역에 불어닥친 거대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내란 혐의 입건…체포 가능성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윤창원·황진환 기자·대통령실 제공윤 대통령은 결국 현직 대통령으로선 헌정사상 최초로 내란 혐의로 수사기관에 입건됐고,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특히 지난 27일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가장 먼저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내란 중요 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공소장엔 윤 대통령의 혐의 사실에 관한 검찰의 판단 또한 대거 반영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당시 경찰과 군에 국회 통제,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의 행위에 관해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 국회의원, 선거관리위원회를 강압해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폭동을 일으킨 것'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검찰은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해 "적어도 지난 3월경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김 전 장관 등과 여러 차례 논의한 사실을 확인, 지난 11월경부터는 실질적인 준비가 진행됐다"고 공소장에 밝혔다.
윤 대통령은 더욱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에 3차례 불응하고, 압수수색 등에도 협조하지 않으면서 현직 대통령 최초로 체포영장 청구 집행 가능성까지 유력하게 거론된다. 탄핵 심리가 결론이 나기도 전에 대통령 신분을 유지한 상태로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사태 이후 군과 정보 당국 관계자들이 줄줄이 윤 대통령의 국회 포위 및 주요 인사 체포 등 지시 사안을 증언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란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연속 권한대행 사태, 거듭되는 혼란의 후폭풍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 가결 의결정족수에 대한 설명(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 주변으로 모여들며 항의를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윤 대통령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마저 불안이 거듭되고 있는 점은 내란으로 빚어진 사후 혼란의 정점을 찍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곧장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법재판관 임명에 '여야의 협의'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국회 추천 후보자들의 임명을 거부하다가, 대행 체제 전환 13일 만에 탄핵됐다.
행정부 서열 3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바통을 넘겨받으면서 초유의 '연속 권한대행' 체제가 현실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최상목 체제 이틀 만인 29일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사고로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혼란 속에 출범한 '컨트롤타워'는 곧장 시험대에 올랐다.
안전 관련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역시 내란 이후 장관 사퇴로 직무대행 체제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대형 재난 사태까지 더해지며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