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김대한 기자군인부터 신부와 스님, 목회자, 여‧야 대표, 대통령 권한대행 등 각계각층을 막론하고 모두 밤낮을 가리지 않고서 '제주항공 참사' 앞에 고개를 숙여 추모했다.
'김00, 이00, 박00…'의 이름이 적힌 위패 앞에 추모객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고, 분향소엔 국화꽃만 수북이 쌓여 갔다.
30일 오전 9시 기자가 찾은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전남 무안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은 적막하면서도 어수선함이 교차되는 모습이었다.
핸드볼 경기와 가족 단위 체육 행사로 주로 쓰이던 이 곳은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운 조화들로 1층은 물론, 2층 관객석까지 가득 메워졌다.
현장의 자원봉사자와 전남도청 관계자들은 분향소 설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뿐, 모두들 숙연함 속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유족들의 모습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가족의 신원 확인이 지연되고 있는 탓에 여전히 공항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참사가 발생한 지 꼬박 하루가 넘어갔지만, 당시 위패에 모셔진 인원은 179명 중 137명에 불과했다. 또 신원이 확인돼 위패에 모셔졌다지만, 정작 시신은 공항에 안치돼 있는 상황이어서 장례를 치르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듯 했다.
이곳을 찾은 한 유족은 2층 관객석에 앉아 끊임없이 마른 얼굴을 만졌다. 한 유족은 위패를 응시하다 끝내 걸음을 옮기지 못한 채 '더 걷지 못하겠다'며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고 이내 통곡이 이어졌다.
무안 합동분향소에 놓인 조화. 2층까지 가득 메워져 있다. 김대한 기자유족인지 희생자들의 지인인지 구분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추모객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서로를 위로하며 연신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모셔진 희생자 위패 아래 바닥 매트가 깔리고, 추모객의 이동을 위한 안전봉 등 분향소가 형태를 갖춰갈 때쯤 여‧야 대표와 의원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들 모두 굳은 얼굴로 말없이 방명록을 적었다. 방명록에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안전한 나라를 약속한다' 외엔 별다른 말은 적혀 있지 않았다.
이후 방문한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의장, 신부와 스님, 목회자, 군인들도 모두 굳은 얼굴을 띈 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기는 매한가지였다.
조문 행렬은 늦은 시각까지 이어졌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사고지만, 광주-전남지역 외에도 전북 등 인근 지역의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잦던 공항이기에 다른 지역에 연고를 둔 희생자들을 위한 조문 행렬도 줄을 이었다.
차분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 속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온기를 끌어올렸다. 잔반이 묻은 조끼를 입고 식사를 지원하는 이들부터, 전기 장치를 옮기고 설치하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들까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설치·운영'을 위해 손을 보탰다.
무안에서 20년째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A씨는 "그저 속상한 마음 뿐이다"며 "작은 손길일 뿐이지만, 희생자들의 유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밤새 방문한 천여 명의 조문객들은 저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믿기 힘든 비참한 상황극이 현실에서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모습이었다.